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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혁신도시 최초착공, 도민 화합의 장으로
제주혁신도시 최초착공, 도민 화합의 장으로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9.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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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현홍조 / 서귀포산업과학고 교사
내 고향 서귀포시 서호동에 혁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대나 기쁨보다는 왠지 모르는 허전한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국제자유도시를 선도하는 국제교류·연수도시, 이 거창한 구호 앞에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히고 이제 막 제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 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멀지는 않지만 고향을 등진 사람으로서 혁신도시를 논하는 것 자체가 고향사람들에게 예의는 아닐 듯 싶다.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할 수 있을까 하는 큰 문제를 떠안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도 않았던 것 같다.  도시개발에 있어 필연적으로 따르는 토지를 확보하는데 있어 안팎의 시각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업시행 초기 단계에서 밖에서는 모르는 생존권 문제가 나오고 다양한 형태의 민원이 분출된다.

신시가지를 시작으로 유독 서호동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시련이 혁신도시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양상이다. 그 결과로 고향 사람들은 도시화에 거는 기대보다는 초간삼간 일군 삶의 근거지를 잃었다는 울분과 자조를 쏟아내고 한동안 사업의 추진을 완강히 저지한 바도 있다.

이제 그 격정의 시기를 지나 갈등과 대결의 모습에서 점차 뜻을 하나로 모으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 같다.

불과 두 달여 만의 높은 보상협의율을 바탕으로 전국에서는 최초로 혁신도시 기공식을 거행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지향하고 제주시지역과 서귀포시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기 위한 개발사업의 취지에 동감하지 않는 도민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서귀포시 지역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데 제주시 지역에서 선뜻 동의해 준 것도 이러한 맥락의 하나이고 개발이 부진한 신시가지 지역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는 데 혁신도시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또한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아마, 도민들 대다수는 혁신도시는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단순한 사업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또한, 순순히 지방이전에 동의하여 앞으로 기공식이 거행되면 2012년까지 일사천리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한편에선 사업시행자가 주택공사이어선지 택지개발사업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데에만 혈안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기야 유사 이래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도시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갖가지 소문이 들리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혁신도시 사업을 국가와 도민, 지역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삶의 근거지를 내준 지역주민들은 역지사지에서 동병상련의 심정일 것이다. 이들을 위한 마땅한 지원책이 없으면 앞으로도 험난한 행보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전기관에 대한 부지를 확보하는 문제, 직원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주거문제, 자녀교육의 문제, 인력수급의 문제 등 혁신도시가 풀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또한, 이전기관과 상호 연계해야 할 산업이 유치되어야 하는 문제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이 순조롭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만이 누구나 공감하는 혁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변지역과 보기 좋게 어울어지는 상생의 개발이다. 신시가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열악한 환경의 서호동 마을을 어떻게 조화해 나가느냐는 보상차원이 아닌 자생력을 키워주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해서 요구사항은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9월 12일 역사적인 혁신도시 기공식은 제주인의 역량을 보여준 쾌거임에 틀림없다. 기왕에 힘찬 시동을 건 제주혁신도시 기공식이 특별자치도민의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현홍조 / 서귀포산업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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