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장애예술인,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다"
"장애예술인, 예술로 세상과 소통하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0.25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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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가치를 바꾸는 예술포럼> 개최
장애예술인이 전문예술인으로 거듭나기까지
이번 행사를 주최한 이마고 미술치료연구소 이은주 소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예술’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 같다.

기술이 발달하고, 전문화된 사회가 이뤄졌지만 예술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예술’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나이, 성별, 장애 유무를 막론하고 누구나 예술의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예술인들이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논의해보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바로 10월 25일, 이마고미술치료연구소가 주최하고 스페셜아트가 주관하여 열린 ‘가치를 바꾸는 예술포럼’이다.

이번 포럼은 채이서 작가의 작품 설명으로 시작됐다.

채이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덤덤하게 털어놓고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그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티셔츠 디자인을 주문 받아 제작하는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만화를 즐기고, 좋아하는 순수한 열정을 그림 속에 담았다.

그는 “허전하게 보냈던 많은 시간들을 그림에 집중함으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음이 기쁘다”고 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기쁘다는 그. “훌륭한 작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그림을 사랑하기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이미 ‘예술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강단에 선 것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신종호 이사장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신종호 이사장이 '예술로 승화된 삶'을 주제로 경험담을 말하고 있다.

두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를 얻은 그는 비올라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찍는다.

시작은 조촐했다. 4명의 친구들과 현악4중주 팀을 조성해 연습을 시작한다. 연습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그를 비올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예술’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인 발전보다 중요한 것이 문화예술”이라면서 “한 가정에, 한 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장애예술이 발전하려면 민간과 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예술’이라는 이름이 꽃필 수 있었던 것은 민간의 노력 덕분이었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공의 예산지원, 후원 활성화, 연구조사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이를 위해 민간, 공공, 장애인 예술가가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기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협의체를 통해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려는 민간을 경계하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창작활동을 멈춘 장애인 예술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강연은 시각미술연구자 김현주 큐레이터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김현주 큐레이터가 '장애 예술인들의 예술적 가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장애 예술인들의 예술적 가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예술적 가치에서 장애/비장애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이를 주제로 삼은 까닭은 “예술적 가치에 있어서 장애/비장애의 구분하는 벽을 허물어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예술은 교육, 치료의 목적을 넘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산활동이 되어야 한다"라며 "국공립 기관에서 소장품을 구입하는 등 정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으로는 정은혜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고백했다. 그림을 만나기 전까지, 은혜씨는 그저 ‘나이를 먹어가는’ 장애인에 불과했다고.

하지만 24살이 되었을 때 은혜씨는 불현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은혜씨의 어머니는 그의 변화를 만화로 기록한다.

장차현실씨는 “은혜가 가진 그림의 힘은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우리에게 ‘고통을 잘 견디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은혜씨의 어머니 장차현실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은혜씨는 사람들을 그린다. 집 근처 강가에서 열리는 우리나라 최대 프리마켓 문호리리버마켓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캐리커쳐로 그린다.

사람들은 은혜씨에게 말한다.

“예쁘게 그려주세요~”

그러면 은혜씨는 대답한다. “에이~ 예쁘구만~”

은혜씨에게 이세상 모든 사람들은 예쁘다.

은혜씨가 강가에서 그린 사람 수는 벌써 1650명에 이르렀다. 은혜씨는 그림을 그리며 ‘시선 강박증’을 극복했고, 말더듬을 고쳤고, 이를 갈았던 습관을 없앴다.

‘그림’이라는 예술을 접함으로 그의 삶에는 미소와 행복이 들어선 것이다.

장차현실씨는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사회성’”이라며 “발달장애인에게 있는 작은 사회성이 얼마나 발현될 수 있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이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은혜씨는 ‘그림’을 만나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지만, 그림을 만나기 전 은혜씨처럼 행복하지 못한 이들도 많다.

이러한 현실에 장차현실씨는 “최저임금제에 제외된 발달장애인들은 8시간 노동에 5만원, 10만원을 받는다. 이 마저도 발달장애인을 고용해준 사업장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딸, 은혜씨를 바라보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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