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8:08 (화)
“강정 주민들 갈등만 부추기는 무책임한 제주도정”
“강정 주민들 갈등만 부추기는 무책임한 제주도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0.25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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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함식 직후 해군기지 찬성 주민 등 24명 일본 크루즈 여행
해군, 공사장 앞 망루 행정대집행 비용 8970만원 청구하기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최근 강정마을 앞 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이 끝난 직후 제주도가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크루즈 관광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국제관함식이 애초 강정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장 번복을 요구하면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공동체 회복은커녕 오히려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일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린 관함식 반대 기자회견 모습. ⓒ 미디어제주
지난 11일 해군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열린 관함식 반대 기자회견 모습. ⓒ 미디어제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25일 열린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가장 먼저 좌남수 의원(한경·추자면)이 해군이 강정 주민들에게 행정대집행 비용을 청구한 부분을 짚고 나섰다.

해군이 강정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이 공사장 입구에 망루를 설치해 버티고 있던 것을 사설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 행정대집행을 하면서 쓴 8970만원을 강정마을회에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좌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해군이 강정 주민들에게 청구했던 구상권을 철회했지만 행정대집행 비용은 철회되지 않았다”면서 고오봉 갈등해소지원단장에게 이 사실을 몰랐는지 따져 물었다.

이에 고 단장이 “2015년 이후 해군이 청구하지 않았다”면서 답변을 얼버무리자 좌 의원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면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고 단장을 몰아세웠다.

특히 좌 의원은 최근 국제관함식 행사가 끝난 직후 제주도가 찬성측 주민들과 함께 크루즈산업 선진지 시찰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들어 호되게 질타하고 나섰다.

제주도가 관함식이 끝난 직후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5박6일 동안 강정 주민들과 일본 나가사키와 가고시마, 도쿄 등으로 크루즈산업 선진지 시찰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참가 인원은 도에서 해양산업과장, 서귀포항만관리팀장 등 공무원 4명, 강정 주민 11명, 크루즈산업육성위 및 해운조합 제주지부, 여행업체 관계자 등 9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이었다. 이에 쓰인 예산은 1인당 164만원씩 모두 40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좌 의원은 “국제관함식 준비가 한창일 때 크루즈 선진지 시찰 준비가 진행됐다”면서 “이렇게 해서 강정마을 공동체가 회복되겠느냐. 오히려 행정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집행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도 좌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강정마을의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경제 효과를 이유로 국제관함식을 추진했지만, 정작 강정마을 갈등이 치유되기는커녕 갈등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고 단장은 이에 대해 “갈등이 해소된 측면도 있지만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한 부분도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관함식이 끝나자마자 크루즈 시찰을 갔는데, 그렇다면 준비는 언제부터 한 거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관함식 개최를 놓고 찬반 입장이 갈리면서 갈등을 겪고 있을 때라는 점이 문제”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항의도 하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은밀하게 이런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행정이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도 고 단장에게 크루즈 시찰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묻고 고 단장이 “해양산업과 주관으로 준비한 사업”이라면서 행감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됐다고 답변하자 “부서가 다르다고 하지만 갈등해소지원단으로서 미리 파악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황국 의원(자유한국당, 용담1·2동)도 “크루즈 산업 선진지 시찰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것들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주민 갈등만 키워놓고 있다”고 집행부의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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