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녹지를 복원하는 일도 건축가의 업무
사라진 녹지를 복원하는 일도 건축가의 업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0.15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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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트남 건축에 녹화 심은 건축가 보 트롱 니야

잦은 개발로 녹지 사라져…호치민시 1인당 녹지율 최저
‘건축 녹화’ 작업은 다른 건축가들에게도 차츰 확산돼
​​​​​​​“지역 건축은 해당 지역의 사람·문화·기후를 잘 살펴야”
베트남 건축에 녹지를 심는 건축가 보 트롱 니야. 김형훈
베트남 건축에 녹지를 심는 건축가 보 트롱 니야. ⓒ김형훈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개발은 많은 걸 앗아간다. 그 많은 것 가운데 생명을 키우는 숲도 무너지고 있다. 어찌 보면 그건 개발이 가져온 망령이기도 하다. 숲이 사라진 자리엔 대규모 건축활동이 자리를 대신한다. 바람직한 현상은 분명 아니다.

신흥 개발국인 베트남은 숲을 비롯한 녹지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 도심은 더더욱 심하다. 동아시아 지역의 1인당 녹지율은 평균 66.2㎡라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최대 도시인 호치민은 0.7㎡에 불과하다. 거대도시 호치민은 10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1억명에 달하는 베트남 사람 10명 가운데 1명은 호치민에 거주한다는 말이 된다.

루소가 자신의 저서 <에밀>에서 지적했던 “도시는 인류가 뱉은 가래침이다”는 말이 떠오른다. 도시화의 진행은 결국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뜻이다. 녹지는 사라지고, 환경문제는 대두될 수밖에 없다. 온난화 때문에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를 바라보면 호치민의 이런 현상은 인류를 향해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베트남의 세계적 건축가인 보 트롱 니야(42)는 아주 젊다. 지난 10일부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 참석했다. 국제 컨퍼런스 연사로 참석한 그는 자신만의 건축방식을 읊었다.

니야는 베트남 중부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본에서 건축을 배웠고, 2006년에 베트남에 돌아온 뒤 남들이 하지 않는 건축을 해오고 있다. 바로 도시를 푸르게 만들고 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온통 초록이다. 나무가 건축물을 꿰뚫기도 한다. 나무 속에 건축을 심은 것인지 착각하게 만든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호치민은 녹지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아무리 작은 프로젝트라도 녹지를 그 안에 담아요. 자그마한 녹지라도 들어가게 만드는 걸 기본 컨셉으로 삼고 있죠.”

녹지는 수많은 장점을 지닌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인 경우 한 건물 내에서도 자칫 비를 맞을 수도 있다. 방에서 화장실로, 방에서 부엌으로 이동을 하는 곳곳에 녹지를 심는다. 건축주 입장에선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보 트롱 니야는 건축에 녹지를 입히는 건축을 한다. 사진은 그의 작품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자료집
보 트롱 니야는 건축에 녹지를 입히는 건축을 한다. 사진은 그의 작품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자료집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었죠. 그 사람을 위해 곳곳에 녹지를 심은 자연을 노출시켰습니다. 처음엔 비도 맞고 하니 건축주는 좋아하지 않았죠. 하지만 대인기피를 하던 그분은 정신적으로 치유가 됐죠. 억지로라도 자연과 교감을 하게 됐고, 그 결과 주변과의 관계도 좋아졌죠.”

요즘은 그를 따라 하는 젊은 건축가도 많다고 한다. 자신만의 방식을 다른 건축가들도 본받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제가 알기로는 건축에 그린을 가져온 사람은 베트남에서 제가 처음이라나요. 요즘은 그런 형태를 많이 따라 하죠. 사실은 다른 건축가들도 따라서 해주기를 바랐던 게 제 의도였어요. 젊은 건축가들이 함께해주니 행복하죠.”

사라진 녹지는 인간에겐 재앙으로 다가온다. 무차별적인 개발 행위는 특히 자연재해 때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건축가 보 트롱 니야가 도심에 녹지를 심으려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베트남 당국도 사라지는 녹지의 문제를 알고 있을텐데, 왜 개발행위에 무기력할까. 정부 차원에서 이를 인식하고 시도를 하고 있으나 법적인 문제점들이 있다고 한다.

아열대와 열대 지역은 무성한 숲을 자랑하는 곳이다. 건축가 니야가 시도를 하는 ‘건축 녹화’는 있던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개발로 인해 예전의 녹지는 사라졌으나 원래 베트남 지역의 생태가 그러했고, 그런 생태를 니야는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니야가 생각하는 지역 건축이 궁금해진다.

“지역 건축이란 그 지역에 맞는 건축활동이죠. 해당 지역의 기후와 사람과 문화에 맞도록 적용시키는 게 지역 건축이라고 봐요. 사람은 사는 방식이 다릅니다. 지역의 문화도 다들 배경이 달라요. 서로 다른 사람과 문화 배경을 관찰해서 건축을 가져와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음식의 냄새에 따라 부엌의 위치도 달라지겠죠. 특히 날씨는 지역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죠.”

그는 가난한 지역을 재생하려고도 노력한다. 한가지 사례가 있다. 가난한 이들이 몰려 사는 메콩강 삼각주에 10평의 이동식 완성 주택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2014년 이후 활동이 많다보니 신경을 덜 썼으나, 다시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건축가 브 트롱 니야는 미얀마에서 명상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거짓 없는 삶을 그는 강조한다. 김형훈
건축가 브 트롱 니야는 미얀마에서 명상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거짓 없는 삶을 그는 강조한다. ⓒ김형훈

건축가 보 트롱 니야는 건축사사무소를 베트남에 두고 있으나 정작 그는 미얀마에 거주를 하고 있다. 명상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착하게 지낸다고 해야 할까.

건축은 사람이 하기에 남에게 보여주려는 데 더 관심을 두기도 한다. 명상을 하는 그에게 있어 건축이란 무엇일까.

“작품에 이야기를 만들어서 입히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명상을 하며 배운 점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현재의 건축은 이야기를 만들고 거짓을 붙이곤 하죠. 이야기를 만들다가 거짓말을 만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요.”

건축과 명상이라.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는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건 바로 거짓없는 삶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번 미얀마로 그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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