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도, 외지인도, 토박이도 모두 ‘평화’를 원해요”
“이주민도, 외지인도, 토박이도 모두 ‘평화’를 원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0.14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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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제주글로벌센터 이주민 가족과 4.3 평화기행 개최
4.3평화기념관, 너븐숭이 4.3기념관서 평화의 소중함 깨닫는 시간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0월 13일 토요일, <미디어제주>가 주최하고, 제주글로벌센터와 함께 주관하는 '이주여성 제주역사문화탐방' 행사가 열렸다.

10월 13일 본격적인 가을이 왔음을 증명하듯 파란 하늘 아래, 제주시 제주글로벌센터 건물 앞으로 가족들이 모였다.

<미디어제주>에서 주최하는 ‘이주여성 제주역사문화탐방’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특별히 4.3 70주년을 맞이해 제주4.3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행사의 주인공은 바로 중국, 베트남 등 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여성들과 그 아이들이다.

제주로 이주한 지 15년, 10년 등 이제 ‘제주사람’이 다 된 이주민 선배부터 제주에 온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초보 이주민들까지. 오늘은 모두 함께다.

곧게 뻗은 삼나무숲길을 지나 굽이굽이 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절물자연휴양림 입구.

울창한 나무들이 햇살을 가려 다소 쌀쌀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오랜만의 나들이에 한껏 신이 난 아이들의 열기로 분위기는 금세 밝아진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숲길을 약 10분간 걸었을까. 목공 체험을 할 수 있는 ‘목공예 체험 전시장’이 보인다.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은 나무 피리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나무 구멍을 막으면 피리 소리가 안 나요~ 구멍은 막지 말고 피리를 꾸며보아요~”

목공계 강사의 주의사항을 제대로 들은 걸까? 각자의 손에 쥔 나무 피리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들이다.

체험이 본격 시작되자 아이들은 각자 개성대로 피리를 꾸미기 시작한다.

열심히 피리 만들기에 집중하는 아이들.

피리 꾸미기를 돕고 싶었던 엄마는 “내가 혼자 해볼테야!”라고 말하는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한다.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면봉에 목공 풀을 살짝 묻힌다. 나무조각에 면봉 끝을 가져다 대면, 풀이 묻는다. 풀을 묻힌 나무조각을 피리에 붙여 모양을 만들어낸다.

40분가량의 사투(?) 끝에 아이들은 직접 꾸민 피리를 손에 얻었다.

김가진(4살) 어린이에게 난생처음 피리를 만들어본 소감을 묻자 “좋아요~”라면서 수줍게 피리를 불어본다.

김가진(4살) 어린이. 자신이 만든 피리를 수줍게 내밀고 있다.

“삐리리~” 호루라기 소리 같기도 하고, 주전자 포트의 물 끓는 소리 같기도 한 독특한 소리가 울린다.

제주절물휴양림에 있는 놀이터에서 한참을 뛰어논 아이들의 배가 고파질 무렵. 인근 식당에서 고등어 구이, 옥돔 구이, 된장찌개로 체력을 비축한 뒤, 4.3평화기념관으로 이동한다.

4.3평화기념관에서는 예약을 하면 4.3관련 영상을 상영해준다.

이날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만든 만화영화, <송아지>를 관람했다. 군인에 의해 끌려가는 엄마 뒤를 따라가는 아이. 엄마는 그런 아이에게 “따라오지 마라”면서 돌을 던진다. 아이는 눈물을 훔친 채 그 자리에 멈춰 서고, 엄마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탕’ 총소리가 들린다.

이후 마을 사람들의 피난길에 합류하게 된 아이.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집에서 애지중지 키웠던 송아지가 아이를 따라오고 있다. 아이는 송아지에게 “따라오지 마라, 숲으로 가라”고 소리치며 돌을 던진다. 영문도 모르는 채, 송아지는 숲으로 향한다. 피난길에는 송아지 먹일 풀이 없기에, 아이는 송아지를 그렇게 숲으로 보낸다.

4.3평화기념관에서 <송아지> 만화 영과를 관람하는 제주글로벌센터 회원들.

‘초집중’하며 영화를 관람했던 아이들 사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짧은 만화로 제주에서 있었던 비극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의 슬픔은 공감할 수 있다.

최태양(10살) 어린이는 “슬퍼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돼요”라면서 아픔을 공감했다.

중국인 어머니 아래서 자란 태양 군은 제주지역 초등학교 대상 중국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는 '중국어 실력파'다. 

2016년 제주로 이주했다는 태양 군은 “공기가 좋고, 자연환경이 예쁜 제주가 좋아요!”라고 말한다.

최태양(10살) 어린이는 서울보다 공기 좋은 제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백설’ 씨 역시 아들 태양 군의 말에 공감한다.

“중국어 교사를 하러 한국에 왔는데,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제주에서는 마음이 참 편해요. 느긋하고, 급하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가 마음을 편하게 하죠. 처음에 제주에 왔을 때, 그런 문화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서울에 가면 답답해요. 아이도 말해요. 가끔 서울에 가서 노는 것은 좋은데, 사는 것은 제주가 좋다고요.”

영화 관람을 마친 아이들은 4.3기념관 전시실에 들어섰다.

제주4.3 비극의 시작부터, 그 진행 상황과 결과까지 상세하게 설명된 전시실을 관람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꽤 진지하다.

기자 역시 가라앉은 마음으로 전시실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옷깃을 살짝 잡아끈다. 뒤를 돌아보니 이위동(10살) 어린이다.

이위동(10살) 어린이는 5개월 때부터 제주에 살았다. 그래서인지 제주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위동 군은 5개월 때, 어머니 유춘금 씨와 제주로 왔다. 가이드를 직업으로 둔 어머니 덕에 제주의 역사에 관심이 많단다.

“제주 사람들은 정말 무서웠을 것 같아요. 아무 잘못도 한 게 없는데, 총을 쏘고 죽였잖아요.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해요.”

영화 관람 때도 ‘거의 울 뻔’ 했다던 위동 군은 기자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나 보다.

4.3평화기념관에서의 역사 공부를 마친 가족들은 행사의 마지막 장소인 ‘너븐숭이 4.3기념관’으로 이동했다.

4.3평화기념관이 제주 지역, 거대한 아픔의 역사를 배워보는 곳이라면 너븐숭이 4.3기념관은 북촌리 한적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비극에 공감해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시 조천읍의 동쪽 끝에 위치한 해변마을, ‘북촌리’.

일제시대에 항일운동가가 많았고, 해방 후에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조직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그리고 동시에 집단학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1949년 1월 17일, 남녀노소를 막론한 마을 주민 3백 여명이 학살당한 사건은 ‘북촌리 주민 학살 사건’으로 전해진다. 사건 이후, 북촌리는 하룻밤 만에 무남촌(無男村, 남자가 없는 마을)이 됐다.

너븐숭이 4.3기념관 앞에서 단체사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태양 군과 위동 군의 말처럼, 지금 시대에 태어났음을 감사하며 다시는 4.3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육지사람, 타국에서 제주 지역으로 이주해 온 이주민들. 우리는 모두 '제주'에 살고 있다.

그러니 더이상 '출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함께 사는 곳은 '제주'이니까. 제주의 평화는 제주도민인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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