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일”
“지역성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0.12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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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만을 대표하는 건축가 황셍위안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국제 컨퍼러스에 초청받아
​​​​​​​“도시재생은 프로젝트마다 따라 떼놓아선 안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대만도 알고 보면 흑역사를 지닌 땅이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닮았다. 한국이 군사정권에 억눌려 있을 때 대만도 계엄령의 그늘에 눌려 있었다. 대만의 국민당 정부가 1949년 5월 선포한 계엄령은 무려 40년만인 1987년 7월 해제된다. 대만의 계엄령이 사라진 1987년은 우리나라가 민주화의 변화를 겪는 해이기도 했다. 우리가 6월항쟁 덕에 민주화 물결이 일었듯이 대만도 1987년부터 변화를 겪는다.

대만을 대표하는 건축가 황셍위안. 김형훈
대만을 대표하는 건축가 황셍위안. ⓒ김형훈

어찌 보면 1987년은 무척 중요한 변곡점이다. 대만 건축도 그 변화의 한가운데 포함된다. 대만을 대표하는 건축가 황셍위안(55·黃聲遠)도 그 변화를 몸소 겪었다. 대만에서 필드오피스건축사무소를 이끄는 그가 제주를 찾았다.

그는 지난 10일부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의 한 부분을 맡았다. 13일 ‘다채도시와 지역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국제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지역 건축의 모습을 전해줄 예정이다. 컨퍼런스에 앞서 그를 만났다.

그에 대해 살짝 소개를 하자면 지난 2015년 일본의 TOTO갤러리 ‘마’에 초대된 첫 대만 건축가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며, 일본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유명세를 타는 기회가 된다. 안도 다다오와 구마 겐코 등이 여기를 거쳤다.

황셍위안도 세계적 반열로 나가고 있다. 제주를 찾은 그에겐 지역 건축은 뭐고, 그가 바라보는 건축가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우선 그는 제주 방문이 처음이며,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를 본 것도 처음이다.

“부럽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이런 행사를 마련한다는 게 부럽군요. 서로 기후와 문화가 다르고 사람들의 생활환경도 다릅니다. 이젠 국가중심의 도시는 없죠. 그런 자리를 만들어서 건축가들의 생각을 듣는다는 게 좋아요.”

그가 말한 ‘국가중심’이라는 것에 꽂힌다. 그는 계엄령 해제와 맞물리며 자신의 사고를 더 넓히는 계기를 삼게 됐다. 1986년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에 계엄령이 해제됐기에 사고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그런 변화가 그에겐 건축적 사고를 달리하게 만들었다. 어느 지역의 건축현상을 지역성이라고 말을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지역성은 단순한 추상개념이 아닙니다. 지역성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생각이라고 봐요. 대만이라는 땅 자체가 다원적이거든요.”

건축가 황셍위안은 건축에서의 지역성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김형훈
건축가 황셍위안은 건축에서의 지역성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김형훈

계엄체제 하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다. 대만도 계엄령 때는 지역주의 역시 변질을 겪곤 했다. 어쨌든 계엄령 해제 후 찾아온 사상의 변화는 그에게 건축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힘이 됐다. 그가 관심을 둔 지역은 대만의 북동쪽에 해당하는 이란현이었다. 그는 거기서 다양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 개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었다.

“프로젝트를 서로 떼놓고 생각할 순 없어요. 이란현에서 구현해낸 프로젝트는 서로 가까운 지역들입니다. 그걸 완전 다른 것으로 구분짓진 않아요. 모든 프로젝트가 연관성을 지니거든요.”

그는 1995년부터 사회참여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완성형의 건축을 꿈꾸지 않는다.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일부러 다 채우진 않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이 건축활동을 하면서 보완할 수도 있도록 했어요. 그럼으로써 살아있도록 느끼게 하는 것이죠.”

100% 만들어지는 건축이 아니란다. 좀 이상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와서 보충해서 채우도록 만드는 건축이라니.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외친다. 자신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이들의 것이라고 한다. 그게 직원이나 또다른 건축가가 될 수도 있고, 지역의 역사가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기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건축은 “같이 하는 것”으로 요약이 된다. 도시재생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그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을 옮겨본다.

황셍위안이 대만 이란현에서 내놓은 프로젝트인 체리오차드묘지 진입로.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팸플릿
황셍위안이 대만 이란현에서 내놓은 프로젝트인 체리오차드묘지 진입로.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팸플릿

“도시재생을 하려면 시간과 친구가 되어야 해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에 프로젝트마다 따로 떼놓아서는 안되죠. 도시재생은 어쨌든 사람들이 거주를 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도록 하고, 즐겁게 생활하도록 하는 겁니다.”

아울러 그는 ‘추상적 생각’을 할 여지를 줄 것을 주문한다. 왜냐하면 추상적 생각은 원하는 것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필드하우스는 30여명의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의뢰인들이 건축사사무소의 문을 두드릴 때까지 절대 기다리는 법이 없다. 그들은 직접 찾아 나선다. 때문에 그들의 일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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