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바로 ‘경관’
제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바로 ‘경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10.12 17: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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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축문화제 주제기획전 맡은 영상그룹 VERS팀
​​​​​​​“다른 섬들을 둘러보면서 전통건축 해석하는 힘을 느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젊다. 그걸 다른 말로 표현해보자. 열정으로도 표현될 수 있고, 혹은 파격으로 표현도 가능하다. 젊다는 건 열정적인 힘을 의미하며, 파격적인 행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행동은 건축에서도 녹아나야 한다.

늘 똑같은 모습의 건축, 어디선가 보아왔던 건축 행태, 남의 것을 모방하기에 급급한 건축. 건축이 좀 젊어지려면 이런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의 젊은 건축은 나이 어린 이들이 행하는 건축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젊음이다.

그래서 건축가는 아니지만 건축에 발을 디뎠던 젊은이를 만나고 싶었고, 직접 대면했다. 기자와의 만남을 허용해준 이들은 영상그룹 VERS(버스)의 심상훈 대표, 백경인 영상 감독, 유용준 이사 등 셋이다. 다들 성균관대 10학번으로 심상훈 대표와 백경인 감독은 건축학과를 나왔고, 유용준 이사는 철학과 출신이다. 건축과 철학. 달라 보이지만 다를 건 없다. 건축이 곧 문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건축과 철학은 인문학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함께 영상그룹을 이끄는 건 당연해 보인다. 다만 그들은 건축을 어떻게 영상에 녹여내는지에 대한 고민이 제각각 다를 뿐이다.

'쿠로시오 해류-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드' 영상을 맡아 표현해낸 영상그룹 버스팀의 백 영상감독, 심상훈 대표, 유 이사(사진 왼쪽부터). 김형훈
'쿠로시오 해류-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드' 영상을 맡아 표현해낸 영상그룹 버스팀의 백경인 영상감독, 심상훈 대표, 유용준 이사(사진 왼쪽부터). 김형훈

영상그룹 버스를 얘기하는 이유는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대한민국 건축문화제 주제기획전을 맡은 팀들이어서다. 주제기획전은 ‘쿠로시오 해류-동아시아 해양건축 실크로드’라는 주제를 달고 있다.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제주도를 비롯해 대만, 오키나와, 큐슈 등이 이번 기획전에 담겨 있다.

영상그룹 버스는 영상장비를 들고 서로 다른 4곳의 건축을 담기 위해 큐슈도 가고, 오키나와도 가고, 대만에서도 카메라를 잡았다. 과연 그들에겐 건축은 무엇일까. 그들이 담으려고 했던 영상은 건축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건축물이었을까. 우선 그들에게 쿠로시오 해류를 녹아내려 했던 기획전의 의도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버스의 심상훈 대표가 말을 꺼냈다.

“제주도 건축은 육지를 바라보며 해왔다고 해요. 육지와의 교류가 중요했으니까요. 그런데 눈을 다른 섬으로 돌렸다고 봐요. 그래서 영상팀은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다른 섬들과의 비교를 통해 공통점을 찾아내려 했어요. 그래서 제시한 것은 오도(五島)였어요.”

그가 말한 오도(五島)는 또다른 섬이다. 아니, 눈에 보이는 섬이 아니다. 제주도와 오키나와, 대만과 큐슈 등 눈에 보이는 4개의 섬이 아닌, 또다른 섬을 그들은 제시했다. 각각의 섬은 저마다의 색을 지니고 있다. 그런 색을 하나로 녹여내기 위해 ‘제5도’를 설정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표현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와보시라고 한다. 와서 쿠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곳에 있는 도시의 건축을 느껴보라고 한다. 그걸 보고 제5도도 상상해보란다.

건축은 늘 곁에 있지만 느끼고 사는 이들은 많지 않다. 늘 밥을 먹는 이들에게 밥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이번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오키나와와 대만, 큐슈 건축을 보고 느낀 점을 풀어달라고 했다. 물론 전통건축을 곁들여서 말이다. 심상훈 대표의 말을 다시 들어본다.

“오키나와를 보면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모범인 것 같아요. 풍토에 맞는 건축을 하려면 예나 지금이나 전통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자연환경을 잘 활용하면서 건축활동을 해야겠죠. 그걸 건축에 녹여내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이들의 말도 들어보자. 영상그룹 버스의 백경인 영상감독은 제주 출신이다. 제주에서 살면서 제주의 참맛을 봐왔고, 건축학과에 입학했던 그다. 그에겐 제주도가 어떤 모습이었으며, 어떻게 건축을 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주인으로서 살았던 그의 말은 이렇다.

“어릴 때 제주시 동문로터리 일대에 살았죠. 다들 낮은 건물이었고, 언덕만 올라가면 탁 트인 모습이 멋진 곳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죠. 요즘은 경관을 막고 있는 건물들이 많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축 포인트는 바로 경관입니다. 지형을 제대로 건축에 유입을 시켜서 경관을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해요.”

그러고 보면 모든 게 ‘옛날’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낮은 건축도 예전이었고, 제주의 참맛도 예전이었고, 오키나와의 현대건축도 예전 것을 해석하는 힘에 있다는 사실이다. 철학과 출신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용준 이사가 읊는다.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고 봐요. 오래 전에 자연과 함께했던 지혜들을 따내야 하겠죠. 그건 자연친화입니다. 비용은 들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에 관광문화자원도 될테고, 제주만의 특색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전통건축에 대한 해석은 지역성을 읽는 방식이다. 제주라는 땅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면 우선은 제주에 살아보고 건축활동을 해야 한다. 제주에 정착하려 내려왔다고 곧바로 건축물을 짓는 건 제주 전통건축에 대한 몰이해가 아닐까. 서울을 보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지역성을 담고 있나. 아니지 않은가.

건축은 건축가만의 독점물은 아니다. 건축가는 눈에 보이는 건축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그 도움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독이 되어 돌아온다. 어쩌면 우린 건축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젊게 만들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의 주제기획전을 제대로 음미해보고, 영상그룹 버스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면 그에 대한 자그마한 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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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18-10-12 18:21:43
너무너무 멋쪄요!!! 응원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