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군사기지’를 얻었지만, 제주도는 ‘크루즈항’을 잃었다
해군은 ‘군사기지’를 얻었지만, 제주도는 ‘크루즈항’을 잃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0.12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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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15만톤 크루즈 2척 동시접안 가능” 대도민사기극의 결말
문재인 대통령, 관함식 기념사·주민간담회에서 줄곧 ‘해군기지’만 언급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2018 해군 국제관함식이 지난 11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열렸다.

당초 강정마을회가 마을총회에서 관함식이 강정에서 열리는 것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마을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바뀐 후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한 비서진이 강정 주민들을 설득해 마을총회를 다시 개최하도록 하고, 끝내 관함식 개최를 관철시켜낸 결과였다.

처음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관함식을 강정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모처럼 화해 분위기였던 강정 주민들을 다시 갈라놓았다는 후문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기념사를 통해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강정 커뮤니티센터에서 강정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사실상 정부의 잘못을 시인했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면서 공동체 회복과 치유, 화해를 위해 사면 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강정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강정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하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제주도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넣는 표현을 서슴없이 쏟아냈다.

기념사 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차례 꼼꼼히 읽어봤지만, 참여정부 때부터 줄곧 제주도민사회를 이간질시키고 끝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데 명분이 됐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제주해군기지’, ‘해군기지’라는 표현만 썼다.

필자는 애초부터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신박한 조어가 탐탁치 않았다. 항구 내에 어느 구역은 군사보호구역이고, 또 어디까지 크루즈선이 접안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항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져온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는 15만톤 규모의 크루즈선 두 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검증을 하고, ‘가변식 돌제부두’라는 실체도 없는 해결책을 내놓는 등 난리법석을 피우면서도 끝까지 ‘민군복합항’이라는 명분을 놓지 않았었다.

문 대통령은 어제 관함식 기념사에서도, 강정 커뮤니니센터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민군복합항’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더구나 어제 강정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 제주도내 언론사 기자들은 단 한 명도 들어갈 수 없었다.

청와대 풀기자단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춘추관의 답변이었다는게 도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이게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의 소통 방법인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물론 10년 넘게 이어져온 강정마을을 현직 대통령이 처음 방문, 위로와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작 그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없었던 강정 주민들과, ‘15만톤 크루즈선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절대보전지역인 강정 앞바다를 내준 제주도민들의 돌아선 민심은 어떻게 달래겠다는 것인가.

“제주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닌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기념사에 해군은 한껏 고무돼 있겠지만, 정작 도민들은 그동안 줄곧 제기돼온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대도민 사기극에 10년 넘게 놀아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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