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대화 거부한 강정 주민들의 속사정은?”
“대통령과의 대화 거부한 강정 주민들의 속사정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0.11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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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통령과의 만남 거부한 강정 주민에게 이유 물었더니
“찬성파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거짓 평화’ 들러리 되기 싫어”
행사 시간 임박, 대통령과 만남 자리 참석의사 밝혔지만 거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0월 11일 목요일 오후, 해군 국제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리며 이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 이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으로 모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를 비롯한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등 연합 단체가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부터 강정평화센터 사거리까지 행진하기 위함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위원회 강동균 회장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이 모인 것은 오후 2시 30분. 본격 행진을 시작하기 전, 주민들은 경찰과 한동안 대치하며 해군 국제관함식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지속했다.

행진을 위한 길을 가로막는 경찰에 언성을 높이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주민들은 “사전 신고된 집회인데 왜 막느냐”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렇게 약 20분 가량의 대치 후, 경찰이 한편으로 길을 터주자 본격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하는 강정마을 주민 및 집회 참석자들.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 한편으로 행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찰은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보행로와 차도 사이를 막아주며 행진을 함께했다.

큰 버스가 다가오자 행진을 멈추게 하고, 버스가 지나간 후 다시 행진하게 인도하는 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행진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버스가 지나가는 동안 행진을 통제하는 경찰의 모습.

약 10분가량의 행진으로 도착한 곳은 강정평화센터가 있는 사거리.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왼쪽에서 세 번째)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해군 국제관함식을 반대하는 이들이 강정평화센터 사거리 한복판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강정마을에 3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정영희씨(72세)는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동안 싸웠던 강정 주민들이 이제야 손을 잡으려 하는데, 관함식이 있어서 다시 찢어지고 멀어졌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이미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섰기 때문에 마을이 다시 하나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국제관함식이 열린다는 소식에 다시 찬성, 반대파로 나뉘어 싸우게 됐다”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인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 사전 신청을 했었지만, 어제(10일) 밤에 마음을 바꿔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11일) 오후 5시,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 주민들과 만나는 행사가 열렸다.

사전에 강정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참여 신청을 받았으나, 해군기지와 국제관함식을 반대하는 주민 다수는 행사에 아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 후 취소했다.

또한, 참여 자격으로 ‘2007년 이전부터 강정마을에 거주해야 한다’라는 제약이 있어 참여가 불가한 이들도 있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위원회 강동균 회장 역시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 신청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로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씨 역시 같은 이유로 신청을 취소했다면서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이들과 화기애애하게 손을 잡고,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언론에 비춰진다면, 반대하는 주민들은 찬성파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만남도 추진했어야 했다. 현재 강정마을회장이 해군기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반대파들은 너무 힘이 든다”라는 입장을 표출했다.

육지에서 강정마을로 이주한 한 활동가는 “처음에 국제관함식 개최에 대한 찬반투표를 마을에서 했을 때, 반대로 결정나면 부산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해군에서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약속을 어겼다. 결국 한번 결정 난 주민투표를 번복하는 일을 만들었다”라면서 분노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절차상 아무 문제없었던 마을투표 결과를 뒤집는 투표를 다시 개최했기 때문에 주민 간 갈등이 또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강동균 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이 열리는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로 가는 길 앞에서 한참을 항의하고 서 있었다.

여기서 강 회장와 일부 주민들은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강 회장 혼자만이라도 참석이 가능한지” 경찰에 물었고, 이에 경찰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불가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위원회 강동균 회장이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로 가는 길목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씨에게 뒤늦게 행사 참석을 희망할 것이 아니라, 신청자 접수를 받을 때 신청했으면 대통령에게 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를 더 크게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으니 그는 일부 동의하면서도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가 거짓 평화를 선전하는 자리로 비춰질 될 것을 염려했다. 강정에는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 주민 갈등은 다시 깊어졌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는 사정을 알렸다.

결국 그렇게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들과 중도 입장인 이들이 대다수 차지하게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로 들어가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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