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언론 학자들 사이에서 언론을 ‘개’에 비유하는 단어들이 있다.
이른바 ‘감시견’을 뜻하는 ‘워치독(Watchdog)’, 권력의 애완견 같은 언론을 뜻하는 ‘랩독(Lapdog)’, ‘경비견’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가드독(Guard dog)’, 그리고 중요한 이슈에도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슬리핑독(Sleeping dog)’.
현직 기자로서 이처럼 다소 굴욕적인 단어까지 떠올리게 된 이유가 있다.
민선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첫 조직 개편에서 신설된 3급 직위 상당의 소통혁신정책관 자리에 현직 언론사 대표가 발탁된 부분 때문이다.
현직 언론인이 원 지사의 공약을 직접 챙기고, 공직 감찰 업무까지 수행하게 될 소통혁신정책관을 맡게 된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원 지사는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모두 36개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돌렸다.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고 공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번 개방형 직위 공모 결과를 보면서 원 지사에게 과연 ‘공직 혁신’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언론에 종사하다가 공직에 입문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소통혁신정책관에 발탁된 인사의 경우 언론과 정치권을 왔다갔다 하는 전형적인 ‘폴리저널리스트’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도내 언론계 안팎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첫 민선 지사인 신구범 지사 재직 당시였던 1997년 은혜재단 특혜 의혹 관련 보도로 신 전 지사에게 치명타를 안긴 그는 우근민 전 지사 시절 특보로 임명된 바 있다. 이후 다시 신문사로 복귀했다가 퇴사한 그는 인터넷 신문을 창간, 대표를 맡아 운영하다가 이번에는 원회룡 지사 직속 소통혁신정책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언론 출신 인사로서 이같은 막중한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 부호가 따라붙고 있지만, 이같은 그의 과거 행보 때문에 공직사회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원 지사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이번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는 모습을 보면 원 지사가 제주도내 언론을 앞서 얘기한 ‘랩독’이나 ‘슬리핑독’으로 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현직 기자들이 스스로 ‘워치독’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누군가의 ‘부르심’을 기다리는 ‘랩독’이나 ‘슬리핑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