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 미술 수업이 30년 넘게 스승과 제자 가교역할”
“고교 때 미술 수업이 30년 넘게 스승과 제자 가교역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9.19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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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고 31회 동문들의 한울탑 이야기

1986년 학생들이 직접 기획, 매번 업그레이드
졸업 30주년 앞두고 한울탑 위에 청룡상 얹혀
​​​​​​​9월 22일 오후 1시 동문들 한자리 모여 제막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다. 그 흐름은 늘 ‘변화’를 말한다. 10대 청년의 머리엔 희끗희끗 서리가 앉는다. 청년도 늘 청년일 수만은 없다.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기억이며, 그 기억을 함께 공유할 때이다.

기억을 말하라면 이 사람들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그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공공시설물을 만들어놓고서, 그걸 수십년간 업그레이드하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그들은 바로 제주일고 31회 동문들이다.

고교 때 한울탑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제주일고 31회 동문들/ 사진제공=제주일고 31회 동문.
고교 때 한울탑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제주일고 31회 동문들/ 사진제공=제주일고 31회.

제주일고 교정엔 ‘한울탑’이 자리를 틀고 있다. 1986년 제주일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직접 기획을 했고, 그들이 제작을 한 조형물이 한울탑이다. 한울탑은 31회 동문 523명의 얼굴이 아로새겨있다.

한울탑은 얼굴이 담긴 탑과 함께 멋진 시를 담아낸 조형물도 세트처럼 놓여있다. 시문 조형물은 당초엔 플라스틱 재질이었으나 31회 동문들이 졸업 20주년을 앞두고 주조물로 새롭게 만들었다. 영구화 작업의 시작이었다.

그런 그들은 또다른 일을 준비중이다. 한울탑 위에 청룡상을 얹히는 일이다. 졸업 30주년을 앞두고 청룡상 제막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제주일고 31회 동문은 1986년부터 30년 이상 한울탑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엔 김순관 작가의 의지도 한몫했다. 김순관 작가는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도 지냈으나 퇴임을 하고 서양화가 본연의 일을 하고 있다. 그 역시 제주일고 출신으로, 미술교사를 하며 모교로 부임을 하게 된다. 그때 만난 학생들이 31회였다.

31회 동문은 당시 김순관 미술교사의 부추김을 당했다고 한다. 젊은 혈기왕성했던 김순관 교사는 한울탑의 일을 낸 배후조정(?) 역할자이기도 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완성해가는 프로젝트 수업은 인문계 고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제주일고 31회는 해냈다.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게 창의수업이다. 제주일고 31회는 30년전에 그런 수업을 해냈다.

제주일고 미술부장을 지냈던 김정일 지맥건축 대표는 30년 전부터 청룡상을 준비했다고 한다.

“한울탑을 처음 계획을 했을 때부터 청룡상을 얹는 계획을 잡고 있었어요. 그게 이제 실현이 됐어요. 더욱이 고등학교 때의 미술시간은 대학과 사회에 나가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순관 작가는 31회 졸업생들과 자주 만난다고 한다. 한울탑이 맺어준 인연이기도 했다. 그는 청룡탑이 많은 걸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제주일고를 상징하는 건 용입니다. 제주일고는 63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상징이던 용은 마음에만 품고 있었죠. 이게 이제 발현이 되는 겁니다.”

오는 22일 제막을 앞둔 한울탑. 그 위에 청룡상이 놓여 있다. / 사진제공=제주일고 31회.
오는 22일 제막을 앞둔 한울탑. 그 위에 청룡상이 놓여 있다. / 사진제공=제주일고 31회.
김순관 작가(맨 오른쪽)가 19일 제주일고 한울탑 앞에서 31회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순관 작가(맨 오른쪽)가 19일 제주일고 한울탑 앞에서 31회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청룡상 제막식은 오는 22일 오후 1시 제주일고 한울탑 앞에서 펼쳐진다. 마침 추석 연휴여서 전국 각지에서 동문들이 온다고 한다. 제주도교육청에서도 관심을 가져서인지 이석문 교육감도 그날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제주일고 31회 이방훈 회장은 한울탑이 지닌 가치, 제막을 앞둔 청룡상의 가치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교육 효과가 매우 크죠. 31회가 주도가 돼서 만들기는 했지만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고, 동문들에게도 전해주는 효과는 상당하다고 봅니다. 또한 고교 때 한울탑을 만드는 작업이 없었더라면 미술선생님은 많은 선생님 중의 한분으로 그쳤을 겁니다. 지금처럼 교류를 하진 않았겠죠.”

그렇게 미술 교사의 부추김(?)을 받아서 시작된 한울탑은 교사와 학생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고 있다. 그것도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건 이런 창의적 활동이 아닐까. 고교 때 그런 활동은 한울탑을 차츰 변하게 만들고,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든다. 제주일고 31회는 기회가 날 때마다 한울탑을 변화시키려 했고, 청룡상의 완성을 통해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 그러나 이걸로 끝일까. 10년 후인 졸업 40주년을 앞두고 무슨 일을 벌이는 건 아닐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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