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사라져가는 제주 돌담, 옷으로 탄생했어요"
"사라져가는 제주 돌담, 옷으로 탄생했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9.1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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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까지 제주성안교회 미술관, 강소라 개인전 개최
현무암 질감을 섬유로 표현..."섬유에 새로운 가치 선사"
강소라 작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바다, 숲, 한라산, 돌... 제주를 상징하는 것들은 많다. 

그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 하나가 제주의 돌, 그리고 돌담이다.

거리마다 걷다보면 마주하는 정겨운 돌담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점차 사라져가는 아쉬운 풍경이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제주 고유의 것들에 안타까움을 담아낸 독특한 전시가 있다. 바로 지난 15일부터 진행 중인 강소라 작가의 '제주의 돌, 그리고 돌담'展이다.

오는 23일까지 제주성안교회 성안미술관에서 펼쳐질 전시에서는 제주 돌, 현무암의 질감을 생생하게 재현한 섬유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강소라 작가의 개인전 풍경.

부드러운 천으로 딱딱한 돌을 만든다니, 가능한 걸까?

이번 개인전의 주인공인 강소라 작가는 "섬유 소재와 기법 연구를 통해 현무암의 질감과 색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리고자 전시를 마련했다"면서 "제주의 돌담과 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섬유예술로 제시하고자 한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강 작가는 "많은 작가들이 제주 자연을 모티브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섬유예술 분야에서 제주 현무암의 질감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소라 작가는 제주 현무암의 질감을 섬유로 표현, 이를 소재로 만든 옷을 전시 중이다.

울퉁불퉁한 현무암의 질감을 섬유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페인팅, 건조, 열처리 등 다양한 과정을 처리해야 하며, 각 과정의 소요시간이 결코 짧지 않아 전체 작품에 들이는 공이 꽤나 큰 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치기에, 평면적인 성향을 가진 '천'으로 입체적인 성향의 현무암이 표현될 수 있는걸까?

강 작가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섬유로 질감을 표현하는 법>

1. 바인더(접착제의 역할을 하는 페인트의 성분)에 안료를 섞어 만든 물감으로 섬유에 색을 칠한다.

2. 색이 입혀진 섬유를 건조시킨 후, 열처리를 통해 원하는 질감의 표현을 완성한다.

섬유에 현무암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진은 강 작가의 실제 작업 과정 내용.

강 작가는 "바인더의 배합과 바탕지, 페인팅 방법, 열처리 방법 등에 따라 결과물은 조금씩 달라진다"면서 "이러한 점이 바로 섬유예술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각 과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느낌의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질감 표현의 마지막 단계인 '열처리'는 △바탕지가 될 섬유의 투과성에 따른 덧칠의 필요여부 △페인팅 된 물감의 두께 △제작 시 습도와 온도 등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르다.

강 작가는 "물감이 완전히 건조되는 시간은 빠르면 5~6시간, 늦으면 2~3일까지 걸린다"면서 "작품의 제작 기간은 사실상 질감 표현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고 했다.

강소라 작가의 개인전 풍경.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기법으로 연구한 섬유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선한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 제주의 돌과 돌담 문화를 알리고, 보존하고, 키우고 싶은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온갖 개발이 '제주다움'을 위협하는 지금. 

제주의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제주의 것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개발을 멈추고 원시로 돌아기란 불가능한 현실이다.

때문에 강 작가처럼 자신만의 영역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 제주 곳곳에서 이어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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