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삶 실천한 제주 여인 ‘만덕’, 앙코르 공연 개최
“제값 주고 보는 공연 문화’ 상륙 위해 공연 재정비
오케스트라 참여로 뮤지컬 생동감 한층 업그레이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팍팍한 현대인의 삶 속에 어쩌면 꼭 필요할 인물, 제주를 대표하는 거상 ‘만덕’의 삶이 뮤지컬을 통해 재조명된다.
제주시에서 7억을 투자해 만든 창작뮤지컬 ‘만덕’은 올해 1월 제주아트센터에서 초연을 진행,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물론 ‘전석 무료’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한 바도 있다. 하지만 5차례 공연에 총 6000여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는 것은 도민의 관심이 절대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오는 10월, 이전 공연에서 미흡했던 점을 재정비한 뮤지컬 ‘만덕’이 다시 도민 앞에 선다.
이번에는 유료다. 무료 공연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아쉬운 소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공연의 질도 높아졌다. ‘공짜’라는 타이틀을 벗고 ‘제값’ 주고 보는 공연이라는 인식이 이제 제주에도 자리 잡을 때다. 또한, 도민 할인 40%, 4.3유족할인 50% 등 제주도민이라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표를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될 뮤지컬 ‘만덕’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다가올 공연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쉼 없이 연습 삼매경에 빠진 뮤지컬 ‘만덕’ 연습실을 찾았다.
김덕남 연출: 뮤지컬의 참맛은 생생하게 현장에서 듣는 ‘음악’에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유명한 뮤지컬 중 상당수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이유도 ‘현장감’ 때문이죠. 어떤 이는 오케스트라를 제2의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이번 ‘만덕’은 오케스트라와 함께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배우들이 노래하는 ‘만덕’을 기대하십시오.
오케스트라가 투입되면 그만큼 제작비가 늘게 된다. 제작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하지만 질 높은 뮤지컬을 제주도민에게 선보이고자 김 연출은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결국, 그의 ‘프로 정신’에 제작팀도 두 손을 들었다.
김덕남 연출: 뮤지컬 ‘만덕’은 만덕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죠. 어린 만덕부터 60대 만덕까지 연기해야 할 연령의 폭이 넓어 작품에는 총 3명의 만덕이 등장합니다. ‘어린 만덕’, ‘소녀 만덕’, ‘중년 만덕’. 작년에는 1막 작품 중반부에서 중년 만덕이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설득력을 높이고자 2막 초반부터 등장하는 것으로 변경했어요. 1부는 만덕의 힘든 시절과 거상으로 성장하는 과정들, 2부는 거상으로 성장한 만덕의 이야기. 지난 공연과 비교했을 때, 세월의 흐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만덕’이라는 한 여인의 일대기를 다루다 보니 세월의 흐름에 여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난 작품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지적됐고, 김 연출은 극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장면도 넣었다.
김덕남 연출: 지난 공연에는 없던 장면을 추가했어요. 만덕이 남에게 돈을 베푸는 것에 대한 이유를 부연하고자 새로운 에피소드를 넣었죠. 어떤 내용이 추가되었는지는 공연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지난번 공연과의 차이점을 발견해보는 것도 재미날 거예요.
김 연출은 ‘육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제주도민이 사랑하는 여인 ‘만덕’의 삶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김덕남 연출: 저는 제주와 꽤 인연이 깊습니다. 1986년부터 공연을 위해 제주를 자주 찾았죠. 당시 몸담던 극단에서 농어촌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공연을 했거든요. 햇수로 5~6년 정도 한 것 같아요
당시 제주에는 제대로 된 공연시설이 없어 체육관 등에 가설무대를 설치하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연했단다. 당시를 회상하던 김 연출은 “그때에 비하면 제주아트센터 공연장은 상당히 좋은 무대”라고 평가했다.
많은 이들이 ‘뮤지컬’을 떠올릴 때,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하는 화려한 작품을 상상한다. 하지만 ‘만덕’은 그런 게 아니다. 화려함보단 제주 돌담길같은 고유의 정서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김덕남 연출: 뮤지컬 ‘만덕’은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하기 알맞도록 짜인 공연이에요. 제주아트센터 공연장의 규모에 맞게 무대장치를 만들었고, 연출했죠. 배우들이 하늘을 나는 등 화려한 공연을 기대했는데, 그런 작품이 아니라 실망할 관객도 있겠죠. 이해합니다. 그래도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그녀는 화려한 여인이 아니라 제주를 대표하는 거상 ‘김만덕’이고, 뮤지컬 ‘만덕’은 그를 노래하는 작품이란 사실을요.
이처럼 ‘제주 고유의 정서’를 작품 속에 담고자 부단히 애를 쓴 김 연출이지만, 어쩔 수 없는 극중 한계는 있다.
김덕남 연출: 뮤지컬 ‘만덕’에는 굿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어떤 제주도민께서는 굿 장면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을 하셨는데요, 이유는 있습니다. 제주 굿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면 꽹과리를 엎고 두드려야 하는데, 이는 대극장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거든요. 대극장 공연에 맞게 굿을 확장해야 하는 부분이라 제례로 표현했습니다.
김 연출은 “작품에 철학을 담아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실제 공연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뮤지컬 ‘만덕’은 지난 공연과 같이 제주시에서 7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사실, ‘7억원’이라 하면 매우 큰 돈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게 도민들의 세금 7억원이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제작비 문제는 작년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만덕’이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고, 예산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1회성 뮤지컬에 그치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한숨 덜었다. 뮤지컬 ‘만덕’의 차세대 배우를 양성하는 ‘만덕 아카데미’가 올해 창단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논의 중인 단계지만, ‘만덕 아카데미’가 시작된다면 추후 제주에서 공연할 뮤지컬 ‘만덕’은 제주 출신 배우들로 꾸며질 예정이다.
제주시에서 거액을 들여 뮤지컬 ‘만덕’에 투자하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제주 고유의 창작뮤지컬을 제주에 유치함으로 도내 공연예술의 활성화를 꿈꾸는 것이다.
김덕남 연출: 영화관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설 당시, 현재와 비슷했어요. 하지만 점차 많은 사람이 영화 관람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국내 영화사업도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죠. 뮤지컬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분야는 일부 마니아들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소수의 관객이 다수의 작품을 관람한다는 뜻이죠. 제주 역시 크게 다를바 없어요. 뮤지컬 '만덕'의 성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연예술이 활성화되려면 보다 많은 수의 관객이 공연예술을 사랑해야 해요.
김 연출은 ‘만덕’이라는 인물이 가진 콘텐츠를 제주가 잘 살려 성장시키길 바란다고 했다.
김덕남 연출: 역사가 오래된 유명 뮤지컬에 밀려 창작뮤지컬이 관객에게 외면받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뮤지컬 ‘만덕’은 제주도 여인의 이야기잖아요. 그러니 도민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세요. 애정을 갖고 관람해주시면 극장 문을 나설 때 ‘만덕을 보러 오길 잘했다’라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오셔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김 연출은 “꾸준한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덕’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이를 위한 발걸음이라는 것이다.
김 연출은 만덕을 ‘멋쟁이’라고 말한다.
‘제주를 살려낸 인물이고, 인생을 멋지게 살다 가신 분’이라면서.
현실과 타협하며 불의를 참아야 할 사정이 많아지는 현대인들. 뮤지컬 ‘만덕’에 담긴 나눔의 정신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뮤지컬 ‘만덕’은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은 1층 R석이 5만원, 2층 S석이 3만원으로 인터파크(1544-1555/ ticket.interpark.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도민 40%, 4.3유족 50%, 학생 및 노약자 50%, 만덕주간(10.21~27) 및 만덕탄생일(음력 10.22) 생일자 50% 등 다양한 할인 혜택도 꼭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