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검찰 ‘제주 첫 김영란법 위반’ 다시 들여다본다
검찰 ‘제주 첫 김영란법 위반’ 다시 들여다본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9.13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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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준 사람 ‘뇌물공여’ 받은 사람 ‘청탁금지법’ 적용
통상적인 ‘공여-수수’ 관계 ‘대향범’ 논리에서 벗어나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에서 최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처음 적용된 사례가 경찰이 적용한 혐의 그대로 재판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대향범’의 논리가 아닌 이례적인 사안이어서 검찰이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검찰청.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검찰청. ⓒ 미디어제주

13일 제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현금 및 향응 등 250만원 상당을 주고받은 혐의로 송치된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김모(58) 서기관과 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한 사건이 담당 검사에게 배당됐다.

경찰은 현금 100만원과 15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김 서기관에게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이를 제공한 이들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통상적으로 뇌물 등은 형법상 대향범의 논리가 적용된다.

대향범은 필요적 공범의 일종으로 범죄의 성립에 '2인 이상의 행위자가 상호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공범이 있으면 정범이 있고, 돈을 준 사람(공여자)이 있으면 받은 사람(수뢰자)이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경찰은 돈과 향응을 제공한 업자들에겐 뇌물공여를 적용하면서 이를 제공받은 김 서기관에게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을 적용했다.

경찰은 직무 연관성 및 대가성의 여부를 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준' 쪽은 김 서기관의 직무를 보고 대가를 바라며 제공했지만 '받은' 쪽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사 전경. ⓒ미디어제주
제주지방경찰청사 전경. ⓒ미디어제주

경찰은 업체 관계자들이 화북공업단지 이전과 관련한 편의 혹은 대가를 바라며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해 뇌물죄가 성립하고 김 서기관은 그렇지 않다고 해석했다.

실제 김 서기관은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접대 및 현금을 받았지만 이후 화북공업단지 이전 사업과 관련한 편의제공 요청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진 축하 명목의 현금(100만원)과 접대비 등 250만원도 돌려줬고 지난 5월 24일 제주도 청렴감찰관에게 자진신고했다.

김 서기관에게는 부정청탁금지법 제8조(금품 등의 수수 금지)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 조항이 적용됐다.

제주도가 지난 5월 25일 김 서기관을 경찰에 고발할 때도 혐의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었다.

김 서기관과 함께 식사자리에 참석했던 부하 직원 3명은 ‘단순 참석자’로 무혐의 처분됐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대가성 여부와 인지 여부 등의 부분에 대해 많은 검토를 하고 여러 판례들을 분석해 이례적이지만 별개의 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제주지검 직무 연관성‧대가성 여부 보강 검토키로

“돈 줄 때 대화 내용이 중요…증거따라 혐의 적용”

검찰은 이번 사안에 대해 재차 보강 검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고 간' 돈과 향응에 대한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계획이다.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 등이 인정되면 김 서기관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닌 '뇌물수수'로 적용 혐의가 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기소 단계에서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3가지'다.

‘경찰 송치의견’을 인용하거나 대가성 등을 입증해 ‘뇌물죄’(뇌물수수-뇌물공여)를 적용하거나, 아니면 양 측 모두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을 적용하는 것이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향응보다) 돈을 줄 때 어떤 대화가 오가는 게 통상적인데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중요하다"며 "보강 검토를 해보고 증거에 따라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탁금지법 위반 시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뇌물죄가 적용되면 수수(수뢰)자는 징역 5년 이하, 자격정지 10년 이하로 처벌 수위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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