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민가는 강한 바람과 햇볕을 이겨내는 집
오키나와 민가는 강한 바람과 햇볕을 이겨내는 집
  • 김형훈
  • 승인 2018.09.12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건축은 제주다] <2> 오키나와의 전통 건축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등 섬 지역의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차면벽인 ‘힌푼’을 설치해 강한 바람을 우선 제압
내부공간은 바람이 들도록 개방할 수 있게 구성
햇볕을 차단하도록 툇마루 앞에 차양기둥을 설치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오키나와는 바람이 심하다. 어찌 보면 제주와 비슷하다. 태풍도 잦다. 제주보다는 태풍이 더 잦은 편이다. 비도 많이 내린다. 습도도 높다. 바람과 비와 그에 따른 습도. 정말 제주와 많이 닮았다. 비바람과 습도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은 제주초가로 대변된다. 그렇다면 오키나와 전통 건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건축은 인간을 담지만 그 시대를 반영한다. 때문에 자연이 건축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금이야 고도 기술로 자연을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지만 예전엔 그렇지 못했다. 주택형태를 결정짓는 1순위는 바로 자연이었다. 그 지역의 자연과 풍토를 거부한 건축물은 있을 수 없었다.

잠시, 오랜 옛날로 가보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곧 숨은 멎을 듯하다. 살아갈 일도 막막하다. 제주도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오키나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사람들은 그걸 이겨내고 자신들의 삶에 안식을 주고자 신당을 만들었다. 지금도 제주도내 곳곳에 신당이 자리를 틀고 있다. 오키나와는 제주의 신당을 빼닮은 우타키라는 곳이 있다. 일본이 오키나와(당시엔 류큐왕국이었음)를 점령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900곳이 넘는 우타키가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 한 두 개는 있었다는 말이 된다. 우타키는 신적인 공간이지만, 그런 공간을 만든 이유가 있었음을 오키나와의 자연을 통해 알 수 있다. 제주도가 그렇듯이.

어쨌든 예전 오키나와 사람들은 자연을 이기며 살아야 했다. 자연을 이기려 했던 그들의 삶을, 그들의 건축을 통해 살펴보자.

오키나와 민가는 몸체(제주 초가라면 ‘안거리’에 해당)인 경우 네모반듯한 형태를 띤다. 정사각형에 가깝다는 말이다. 제주초가처럼 겹집형태를 나타낸다. 앞쪽은 1번좌와 2번좌가 있고, 뒤쪽은 수장공간이다. 1번좌와 2번좌 얘기가 나왔으니 설명을 하고 넘어가겠다. 1번좌는 서 있는 사람이 건축물을 봤을 때 가장 오른쪽에 해당하는 방이다. 1번좌는 집안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공간이다. 2번좌는 서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1번좌의 왼쪽에 해당한다. 2번좌는 불전이 모셔지곤 한다.

오키나와 나카무라 주택. 오른쪽이 1번좌이며, 왼쪽은 2번좌다. 공간을 틀 수 있게 만들었다. 미디어제주
오키나와 나카무라 주택. 오른쪽이 1번좌이며, 왼쪽은 2번좌다. 공간을 틀 수 있게 만들었다. ⓒ김형훈

오키나와 민가는 몸체와 아울러 별동형 부엌이 존재한다. 별동형 부엌은 제주에도 간혹 보인다. 제주에서는 이를 ‘정지거리’라고 부르곤 한다. 오키나와 전통 건축물은 몸체가 있고, 또다른 건물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중엔 이들 건물이 하나의 몸체로 변하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제주의 안거리와 밖거리가 합쳐지는 꼴이다. 안거리와 밖거리를 잇기 위해 그 사이에 지붕을 얹는 식이다. 그러다 2개의 건축물은 일체형으로 변모한다. 따로 떼어진 부엌이 몸체에 편입이 되고, 하나의 건축물로 변하는 과정을 겪는다. 정사각형에 가깝던 건축물은 두 건물이 합쳐지면서 직사각형의 행태로 바뀌게 된다.

오키나와는 바람도 강하지만 따가운 햇볕을 무시하지 못한다. 오키나와 전통 건축을 들여다보면 강한 햇볕을 막기 위해 툇마루를 두고, 차양기둥을 세워 처마를 길게 돌출시킨다.

오키나와에 있는 나카무라 주택. 툇마루 앞에 차양기둥이 보인다. 처마를 더 길게 뽑을 수 있어 강렬한 햇볕을 차단한다. 김형훈
오키나와에 있는 나카무라 주택. 툇마루 앞에 차양기둥이 보인다. 처마를 더 길게 뽑을 수 있어 강렬한 햇볕을 차단한다. ⓒ김형훈

그렇다면 강한 바람은 어떻게 막았을까. 집 주위를 두른 돌담이 있고, 집안에 들어가기 전에 마주하는 ‘힌푼’이라는 차면벽이 있다. 돌로 쌓은 힌푼은 어른 키만큼 높다. 강한 바람은 돌담에 우선 막히고, 다시 힌푼에 막힌다. 힌푼은 아울러 내부와 외부 공간을 구분짓는 개념도 포함돼 있다.

오키나와는 연평균 22도의 섬 지역이다. 바람을 모두 막으면 어떻게 될까. 힌푼은 바람을 완전 차단하지 않는다. 힌푼의 좌우는 뚫려 있어 여기로 바람이 통한다. 또한 힌푼을 통과한 바람은 집안을 시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려면 집안에 바람이 드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1번좌와 2번좌는 칸막이 문을 설치해 개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붕에도 바람이 유입되도록 창을 낸다. 그 창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집 내부로 들어오고 집안 곳곳을 시원하게 만든다.

바람도 이겨내고 바람을 활용하는 지혜가 오키나와 전통 건축에 들어 있다. 아울러 햇볕을 이겨내는 그들만의 방식도 전통 민가에 녹아 있다.

오키나와 나카무라 주택. 차면벽인 힌푼이 보인다. 바람을 제어하는 기능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김형훈
오키나와 나카무라 주택. 차면벽인 힌푼이 보인다. 바람을 제어하는 기능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김형훈
오키나와 나카무라 주택. 지붕에 바람이 드는 창을 만들었다. 김형훈
오키나와 나카무라 주택. 지붕에 바람이 드는 창을 만들었다. ⓒ김형훈

하지만 이런 전통건축은 오키나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태평양 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전통 건축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건축재료도 바뀌었다. 오키나와 건축의 주재료는 콘크리트이다. 콘크리트는 튼튼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단점도 많다. 햇볕에 쉽게 뜨거워진다. 그렇다면 오키나와 사람들은 에어컨에만 의지를 하고 살고 있을까. 아니면 콘크리트를 쓰면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이겨내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다음에 싣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