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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지역이 지닌 풍토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건축이란 지역이 지닌 풍토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9.1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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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제주다] <1> 제주를 닮은 오키나와

제주에서 이뤄지는 건축 활동은 얼마나 제주도다울까. ‘제주건축은 제주다’라는 제목은 제주건축이 제주다워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제주건축이 ‘제주’이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재료일까? 아니면 평면일까. 그렇지 않으면 대체 뭘까. 사실 제주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십년간 건축인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을 살펴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오키나와 등 섬 지역의 건축이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편집자주]

 

매년 3만명 오키나와 찾아서 일본 본섬에서 이주
오키나와 현, 이주 촉진사업 벌이는 등 적극 홍보
현지 활동 건축가들 오키나와 본연 색깔 찾기 열중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에 이주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섬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지역을 찾아 사람들이 이동한다. 새로운 경향임엔 분명하지만 부정적인 요소도 많이 작용한다. 부동산 폭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마구잡이 건축행위가 이뤄지는 현장을 가만 놓고 쳐다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찌 봐야 할까. 개발은 필요한 행위이지만 과도하면 탈이 난다.

개발은 이주와 맞물린다. 제주에 온 이들이 자신의 살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개발을 하기도 하지만 이주하는 이들을 대규모로 맞아들이려는 이들이 개발 행위에 선봉자로 나서기도 한다. 잘 보존되던 중산간 일대의 개발 행위나, 자연풍광이 좋은 해안 지역에 진행되는 개발 행위는 이주 열풍이 불러들인 또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이주 열풍. 어떻게 봐야 할까. 이주를 바라보는 눈은 서로 다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긍정요소로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앞서 거론했듯이 부동산 문제에 닿게 되면 긍정과 부정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서민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는 게 이주 열풍이다.

제주도는 매월 1000명 이상의 새로운 인구가 늘어난다. 다른 지역은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이지만 제주도는 현 상황만 보면 그런 걱정은 없다.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만 놓고 보면 긍정 요소로 봐주겠다.

이주 열풍은 앞서 강조했듯이 개발 행위와 맞물린다. 개발 행위는 곧 건축 행위로 귀결된다. 수많은 주택이 지어지고, 있던 건축물이 파괴되기도 한다. 제주에 맞는 건축행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이쯤에서 진정 제주의 가치를 담은 건축행위는 과연 뭘까. 일본 오키나와 사례를 들어 풀어가 보자.

오키나와는 161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무인도는 49개이다. 예전엔 류큐왕국으로 불렸으나 1879년 일본에 강제 합병돼버렸다. 때문에 그들의 언어는 잊어버렸다.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미군과의 전쟁, 이어진 미군 지배 등의 치욕이 서려있는 지역이다.

오키나와는 일본과는 다른 나라였다. 전통도 달랐다. 지금은 어떨까. 그들만의 전통을 지니고 있을까, 아니면 완전 잊었을까. 언어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와는 다른 전통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제주의 신당에 해당하는 우다키가 있고, 일본 본토와 다른 성곽도 있다.

일본 오키나와도 제주도처럼 이주 열풍이다. 한해 3만명이 오키나와에 정착한다. 사진은 오키나와 현이 펴낸 '이주가이드북'이다. 미디어제주
일본 오키나와도 제주도처럼 이주 열풍이다. 한해 3만명이 오키나와에 정착한다. 사진은 오키나와 현이 펴낸 '이주가이드북'이다. ⓒ미디어제주

오키나와는 그런 전통을 보여주지만 최근에는 이주 열풍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제주도는 2010년 이후에 이주 열풍이 가속화됐지만 오키나와는 그보다 좀 더 빨리 이주민의 입도 행렬을 맞아야 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간 오키나와로 들어온 인구는 3만478명에 달한다.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3만명 가량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처럼 오키나와에 들어오는 이들이 늘자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던 이주 분위기도 행정이 적극 개입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키나와는 지난 2016년 3월 ‘오키나와현 이주수용협의회’를 발족시켰고, 협의회를 통해 ‘이주정주 촉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키나와 현이 직접 개입된 이 사업은 일본 본토에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키나와 현의 북부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섬 지역도 비슷한 상황을 겪기 때문에 나온 조치의 일환이기도 했다. 오키나와 현은 이를 위해 관련 홈페이지도 가동하고, 오키나와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오키나와가 인기를 끄는 점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면도 있지만 일본 본토에 비해 지진이 덜하다는 점도 한 요소임엔 분명하다. 다만 태풍은 잦다.

오키나와에서 이뤄지는 이주 열풍. 전통과는 다른 측면이다.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이주해서 들어온 이들은 원래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들이 구현하는 건축은 다르다. 그러나 오키나와 현지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은 오키나와 본연의 색깔을 찾아내서 집에 그걸 입힌다. 옛날 집을 짓는다는 뜻이 아니다. 현대 건축물이지만 오키나와가 지닌 건축물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답은 풍토의 이해에 있다. 오키나와 건축가들은 오키나와만이 지닌 풍토를 읽어내서, 그걸 건축에 고스란히 입히고 있다. 다음은 오키나와 전통 건축을 먼저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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