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도내 1%만 받는 IB교육, 왜 우리는 받을 수 없는가”
“도내 1%만 받는 IB교육, 왜 우리는 받을 수 없는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9.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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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배∙강성의 의원, IB교육과정에 대한 부정적 견해 밝혀
이석문 교육감 “IB는 수능 중심 타파할 새로운 평가방식”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작년 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도내 초등 교육 과정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란?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다. 싱가포르는 2004년부터 교과과정을 IB로 바꿔왔으며, 일본은 2020년부터 공교육에 도입하기로 했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작년 말, 초등 교육 과정에 IB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단순한 암기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제주도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IB교육과정의 요지는 내신절대평가, 과정중심평가, 고교학점제 등으로 볼 수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4월, IB교육과정 도입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설명회 자리에서 업무량 증가 등을 우려하는 교육 관계자들의 불만이 나왔고, 이와 관련 현장에 대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와 관련, 6일 진행된 제주도의회 제364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조훈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덕면)은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학교 시설이 제주의 교육환경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IBO(IB과정을 대표하는 기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이 교육감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90명의 교사를 해외연수를 보냈지만, 파견한 학교 중에 IB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단 1개교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주형 자율학교인 다ᄒᆞᆫ디 배움학교와 함께 IB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다ᄒᆞᆫ디 배움학교는 보편적 평등교육을 추구하지만, IB 프로그램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많은 교육비용을 투자하는 수월성 교육(일종의 영재교육)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석문 교육감은 일괄질문 답변에서 조목조목 해명했다

제주도의회 제364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좌)조훈배 의원이 (우)이석문 교육감에게 추가 질의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교사연수의 경우, 외국대학에 영어연수를 위탁하는 형식에서 외국 학교에 근무하여 평가, 문화 등을 배우는 쪽으로 바뀐 것”이라면서 외국어 연수방향이 바뀐 것뿐이고, 여기에 따른 예산 증액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조 의원이 언급한 ‘IB교육과정이 수월성 교육이다’라는 말에 이 교육감은 “IB는 수월성 교육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교육감은 “IB는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도 아니고, (시설 관련 문제도) 제주도 교육 시설 수준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IB교육과정 도입에 대한 우려는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의 질의를 통해서도 이어졌다.

강 의원은 “IB교육과정은 모든 자료가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되어있고, 독자적인 라이선스가 있어 부분적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며 "도입하려면 전체를 수용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수수료가 상당히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강 의원은 학생, 교사에게 엄청난 변화를 전제로 하는 IB교육과정을 공교육과정으로 도입하려면 보다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교육과정의 도입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단순히 외국의 몇몇 대학교 입학전형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 IB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도내 국제학교 한 곳과 국내 일부 고등학교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가 선행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이 교육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IB를 프로그램(형식)으로 언제든지 도입할 수 있다”면서 “혁신학교의 한 모형으로도 가능하고, 현재 교육과정을 그대로 활용해 조금 다듬기만 하면 국제수준과 비교하며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육감은 모든 학교에 갑자기 IB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면서, IB DB(IB 고등학교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는 IBO의 IB 한국어 과정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이 말하는 IB 한국어 과정은 우리나라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활용한다는 것에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지만, 평가방식을 바꾼다는 것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그는 “IB교육과정은 철저하게 서술형 평가”라면서 평가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B교육과정 도입으로 인해 학력 격차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에 이 교육감은 “연합고사를 폐지한 뒤, 읍면지역 학생들이 동지역으로 고교진학을 하는 것이 거의 멈췄다. 읍면지역 학교는 현재 국제학교 수준으로 학급당 25명 정원이 맞춰져 있는데, (IB가 도입된다면) 자연스럽게 학력격차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제주도의회 제364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좌)강성의 의원과 (우)이석문 교육감이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고 있다.

“IB교육과정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는 맞지 않는다”는 강 의원의 말에 이 교육감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능 중심의 객관식 평가를 서술형, 논술형 평가로 어떻게 전환하는가’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술형, 논술형 문제에 대한 평가방식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신뢰할 수 없기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IB의 평가 기준을 참고하자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제주도에서 약 1%의 학생들이 국제학교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좀 더 심각하게 이야기한다면, 제주도는 이미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1%의 귀족교육과 나머지 99%의 교육으로 나뉘어 있다고 본다. 제주도내에 돈이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녀가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왜 그들은 그런 교육을 받아야 하고,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없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끝으로 이 교육감은 “IB교육과정 도입을 위한 선생님들의 역량은 충분하다”면서 “제주교육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도의회 지적사항을 살펴 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IBO에서 한국어 과정을 인정해줄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오는 9월 25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교육감은 “도내 원하는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IB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인데, 그 전제조건인 IBO 한국어 인정 여부가 오는 25일 IBO 총재와의 만남 자리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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