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건물에 C등급 낙인찍고 “없애라”
멀쩡한 건물에 C등급 낙인찍고 “없애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9.06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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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도의회 문종태 의원의 발언을 지켜보며

제주시민회관, 안전 문제없는데 ‘안전 심각’ 몰고 가
올해 갑자기 안전진단 추진…B등급에서 C등급으로 격하
이도1동 주민협의체는 지난해부터 시민회관 신축 강조
​​​​​​​문종태 의원은 이도1동 주민협의체 일원으로 적극 활동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멀쩡하던 건물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안전진단 B등급을 유지하고 있던 제주시민회관이다. 그런데 갑자기 안전진단이 이뤄진다. 제주시민회관은 올해 3월 안전진단을 거쳐서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C등급은 안전에 문제가 있나. 그렇지는 않다.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은 D등급을 받았고, 지금은 보강을 해서 잘 쓰고 있다. 그런데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B등급인 제주시민회관은 낡았고, 곧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로 찍혔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없애고 싶으니까. 급기야는 7월 20일 주민설명회를 거쳐 신축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주시민회관을 없애고 싶은 욕망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9월 5일 또다시 발현됐다. 제주도의원과 원희룡 지사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없애는데 공감대를 마련했다. 이쯤 되면 ‘의기투합’이라는 단어를 써도 무방하겠다. 원희룡 지사와 대화, 아니 원 지사를 향해 도정질문을 한 의원은 초선이면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문종태 의원이다.

문종태 의원은 이랬다. “다음 질문은 시민회관이다. 시민회관은 1963년 만들어졌다. 당시 모든 문화·스포츠행사가 거기서 열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되고 대체공간이 생겼다. 원래 기능을 잃어버린지 오래고, 안전문제가 심각하다.”

요즘 잘 쓰는 말로 해보자. ‘팩트체크’를 한다면 문종태 의원이 말한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는 잘못된 말이다. C등급은 시설물 안전엔 전혀 지장이 없다. 더더구나 B등급이던 건물이었기에 안전엔 더 문제가 없다. 제주시민회관은 현재 제3종 시설물로 고시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2월 펴낸 ‘제3종 시설물 안전등급 평가 매뉴얼’을 들여다봤다. 제시한 <표>를 보면 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2월 펴낸 ‘제3종 시설물 안전등급 평가 매뉴얼’. 제주시민회관은 안전 등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제주
국토교통부가 올해 2월 펴낸 ‘제3종 시설물 안전등급 평가 매뉴얼’. 제주시민회관은 안전 등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제주

그나저나 멀쩡하던 제주시민회관은 왜 갑자기 안전진단 점검을 받아야 했을까. 안전진단은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걸까. 제주시 공무원의 말을 들어보니, 제주시민회관은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는 대상은 아니란다. 그런데 왜 안전진단을 실시해서 B등급이 C등급으로 떨어졌을까. 모를 일이다.

그건 그렇고, 문종태 의원은 도시재생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 할 듯하다. 자신이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데, 제주시민회관을 없애고 신축하자고 하는 걸 보면 ‘문화’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이다.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삶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파괴를 하면서 삶을 구축하는 건 아니다. 안 그래도 제주시민회관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그걸 없애고 새 건물을 짓자고 하는 발상이 웃기다.

문종태 의원 생각대로라면 도시재생은 무척 쉽다. 그냥 부수면 된다. B등급인 건물을 C등급으로 낮추고,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주민들이 요구하면 그냥 부수면 된다.

그러고 보니 문종태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에 이도1동 주민협의체 일원으로 활동했다.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도시재생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보려고 지난해 2월부터 주민협의체를 가동했다. 그런데 유독 이도1동 주민협의체는 달랐다. 다른 활동을 한다며 주변에게 기자에게 말을 건네왔다. 기자에게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이도1동 주민협의체 일원들이 제주시민회관만 없애려고 한다는 거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도시재생을 하라면서 협의체를 만들었더니 생각하는 게 건물 파괴에 몰려 있었다. 문종태 의원도 당시에 제주시민회관을 파괴하는데 뜻을 같이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지금 문종태 의원은 제주시민회관 파괴에 앞장서는 인물이 됐다.

지난해 5월인가, 6월이다. 이도1동 주민협의체 임원들을 상대로 이도1동 역사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신산공원에서 그들을 만나 답사를 하며 이도1동의 가치를 알린 기억이 있다. 당시 문종태 의원도 물론 참여했다. 그때 기자가 받은 느낌은 이상야릇했다. 도시재생을 하려는 이들인지 의문이 들었다.

한가지 더 얘기를 하련다. 정확한 날짜를 얘기하면 지난해 6월 24일 토요일이다. 제주문화포럼이 주최한 토론회 자리였다. 그때 만난 한 회원의 말은 충격적이다. 토론이 끝나고 질의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이도1동 주민협의체에 속했는데 무서워서 그만뒀다”고 기자에게 직접 말을 건넸다. 이유는 앞서 얘기한 것이랑 같다. 도시재생을 하려는 이들이 제주시민회관을 파괴하는 구상만 한다는 거였다. 이런 이야기를 건넨 이들은 더 있다. 혹시 의원이 됐다고 누가 그런 발언을 했는지 추적이랑 하지 마시라. 귀에 들어오니.

도시재생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왜 수많은 돈을 들여가며 도시재생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 돈은 나중의 문제이다. 우선순위는 도시재생을 이해하는데 있다. 도시재생을 해야 하는 지역의 시민들이 도시재생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삶을 꾸려갈지에 대한 생각을 지니도록 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도시재생을 한답시고 돈을 먼저 뿌리니, 돈을 써야 하고, 그 돈을 쓰기 위해 알게 모르게 파괴행위가 뒤따르고 있다. 업자들에겐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이참에 제주시민회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던진다면 제주시민회관을 리모델링해서, 제주 관련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관으로 구축했으면 한다. 제주도서관에 가보시라. 제주도 관련 자료는 빈약하고, 활용되지도 않는다. 다른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창고에 처박혀 있다. 그런 자료를 한데 모으고 활용한다면 그 누가 찾지 않겠는가. 아니면 제주에서 가장 시끄러운 도서관도 좋다. 제주시민회관을 헐고 10층이 넘는 건물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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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 2018-09-13 10:14:30
기자님! 글 잘 읽고 갑니다. 제주도민으로써 이런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는걸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항상 목소리 내어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좋은 기사 부탁드릴께요!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