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정변 이후 흥선대원군 세력이 몰락하면서 제주에 유배를 온 이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이용호는 <청용만고(聽舂漫稿)>(문예원 출간, 7만원)라는 문집을 남겼다.
이용호는 5년의 유배 기간동안 제주에서 발생한 방성칠의 난과 이재수의 난 등 2개의 민란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이용호는 제주 유배 당시 ‘귤회(橘會)’라는 시모임을 만들어 동료 유배객들과 교류했고, 개인 서당을 운영하며 김석익 등 제주의 젊은 인재들을 문하생으로 길러내기도 했다.
<청용만고>는 2권 1책의 일기체 형식으로, 당시 제주 시대상을 읽어내고 있다. 당시 제주의 시대상이 들어 있고, ‘이여도사나’에 등장하는 ‘이여도’의 어원이 ‘너와 이별한 섬’이라는 의미의 ‘이여도(離汝島)’를 표기한 가장 앞선 문헌이기도 하다.
<청용만고>는 이 문집에 관심을 지니고 있던 현행복 문화예술진흥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해냈다.
현행복 원장은 서문에서 “저자는 제주사람들의 방애질 소리를 듣듯이 부질없이 쓴 시문이라고 하지만 결코 범인의 능력으로는 닿을 수 없는 경지이다”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폭을 넓히려면 역주본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고 번역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현행복 원장은 20년 동안 동굴음악회를 개최해왔고, 제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현재 제주도문화예술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제주 향토사 자료를 발굴하며 <방선문>, <취병담>, <탐라직방설>, <영해창수록>, <귤록> 등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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