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은 와야지
하객은 와야지
  • 홍기확
  • 승인 2018.08.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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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조각모음]<4>

애초에 태어날 때 인생이 멋지다는 보장은 없었다.

다만 멋지게 사는 인생은 있다. 그 인생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지인들의 결혼식, 돌잔치, 조문 등 경조사에 최대한 참석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만 진심으로 축하와 위로를 할 뿐, 솔직히 말해 대부분은 건성임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열심히 주변을 돌아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아들 결혼식에 하객(賀客)은 와야지.

각종 모임이나 단체에도 꽤나 많이 속해 있는 편이다. 덕분에 항상 내 다이어리에는 일정이 빡빡하다. 하지만 바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돌아볼 곳이 많을 뿐이다. 이러한 모임,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 아들 결혼식에 하객(賀客)은 와야지.

결혼식장을 다니며 느낀 점이 있다.

자녀의 결혼식 손님은 보통 부모의 몫이다. 즉, 부모가 지금까지 어떻게 인생을 살았느냐는 자녀 결혼식 당일의 하객수로 판명난다.

결혼식에 한산한 광경을 보면 신랑, 신부의 부모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물론 시선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십 수 년 후, 이변이 없는 나 역시 자녀의 결혼식을 치룰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결혼식장을 돌아본다.

한편 장례식장을 다니며 느낀 점도 있다. 오늘도 한 곳을 다녀왔다.

부모의 장례식 손님은 보통 자녀의 몫이다. 즉, 자녀가 지금까지 어떻게 인생을 살았느냐는 부모 장례식 당일의 조문객수로 판명난다.

장례식에 한산한 광경을 보면 망자(亡者)의 자녀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물론 시선은 역시나 지극히 부정적이다. 십 수 년 후, 이변이 없는 한 나 역시 부모의 장례식을 치룰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장례식장을 돌아본다.

아버지는 방안퉁수다. 침대에 누워 막장 드라마 보는 것을 즐기고, 혼자서 화초를 가꾸거나 혼술로 낙을 삼는 등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다. 그럼에도 경조사는 부지런히 다니신다. 그 혜택으로 누나와 나의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이 찾아주었다.

어찌 보면 아버지는 자녀 결혼식에 올 하객(賀客)을 선정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 한 것이다. 방콕대마왕에 비사교지구인이지만 ‘잠재적인’ 하객을 발굴하기 위해 그들의 경조사만 방문하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솔직히 누나나 내 결혼식에 하객이 많이 올 지는 상상도 못했다. 말 한 마디 없고, 저녁에 누구와 술 한 잔 하지 않으며, 휴대폰의 전화번호는 달랑 10개만 저장되어 있는 지구인의 탈을 쓴 외계인의 잔치에 그렇게 많은 하객들이 오다니! 이렇게 인생을 살아도 되는 거였나?!

절권도의 창시자이자 ‘아비요~!’로 유명한 이소룡을 말한다.

‘나는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도 나의 기대대로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며 살았다. 행동에 절도가 없었으며, 말은 더욱 없었다. 하지만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녀의 하객 수로 인생이 평가받는다고 단순한 가정을 하면, 성공의 정의를 다시 내릴 수도 있겠다. 성공한 기업인이 그 지위를 잃었을 때, 유명한 정치인이 그 권력을 잃었을 때, 그래서 이들의 영향력과 후광이 없어졌을 때 자녀의 결혼식에 하객은 얼마나 올까?

간디는 “내 삶이 곧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한 인간의 삶은 말로만은 설명되지 못한다.

2500여 년 전, 논어(論語)의 지은이 공자(孔子)도 이를 알았다.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꾸미는 사람은 어진이가 적다(巧言令色 鮮矣仁).

아버지의 말에서 배운 것은 많지 않다. 행동에서 배웠다.

오늘도 나는 자녀의 하객을 모으기 위해 고민한다.

 

 




 

일상의 조각모음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관광통역안내사(영어)
현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현 서귀포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지식과감성#
         『느리게 걷는 사람』, 2016년, 지식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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