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제주인 수백명 학살 막은 ‘경찰 영웅’ 故 문형순 서장
제주인 수백명 학살 막은 ‘경찰 영웅’ 故 문형순 서장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8.2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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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후 모슬포‧성산포경찰서장 재직
군 ‘학살 명령’ 거부…수많은 인명 구해
경찰청 흉상 제작 10월 셋째 주 제막식
6‧25전쟁을 전후로 제주에서 모슬포경찰서장, 성산포경찰서장을 지내며 학살 위기의 제주도민을 구해 '경찰 영웅'에 선정된 고(故) 문형순 경감.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6‧25전쟁을 전후로 제주에서 모슬포경찰서장, 성산포경찰서장을 지내며 학살 위기의 제주도민을 구해 '경찰 영웅'에 선정된 고(故) 문형순 경감.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6‧25전쟁을 전후로 제주에서 경찰서장을 지내며 수많은 인명을 구한 고(故) 문형순 경감이 '경찰 영웅'에 선정됐다.

경찰청은 올해 '경찰 영웅'에 고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경감)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청은 매년 경찰 정신에 귀감이 되는 전사 및 순직 경찰관 1~2명을 선정, 추모 흉상을 건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 안병하 치안감이 경찰 영웅에 선정된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 문 경감은 평안남도 안주 출신으로 해방 전 독립운동을 하다 1947년 7월 경찰로 제주도에 부임했다.

고 문 경감은 1949년 1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모슬포경찰서장을, 같은 해 11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성산포경찰서장을 지냈다.

고 문 경감은 제주 4‧3과 6‧25 예비검속 당시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군부의 명령에 "부당하다"며 거부, 성산포와 모슬포 주민 수백명을 구했다.

군경은 1948년 12월 대정읍 하모리 좌익총책을 검거, 관련자 100여명의 명단을 압수해 처형하려 했다.

고 문 경감은 이 때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며 자수를 권유, 조남수 목사와 김남원 민보단장의 설득으로 관련자들이 자수하자 이들을 훈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성산포경찰서장 재임 시에는 한국전쟁이 발발, 예비검속된 주민들에 대한 군 당국의 학살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산포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예비검속으로 희생당한 사람은 모두 6명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문 전 서장이 불가피하게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로, 읍면별 수백명씩 죽임을 당했던 다른 지역 사황과 비교할 경우 성산은 거의 온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 문 경감은 1953년 9월 경찰을 퇴직해 제주시 무근성에서 경찰에게 쌀을 나눠주던 배급소에서 일을 했고 이후 현대극장의 전신인 대한극장에서 매표원을 하다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후손없이 생을 마감했다. 향년 70세.

고 문 경감의 공덕비는 2005년 7월 2일 대정읍 동일삼거리 짐개동산에 세워졌다.

한편 경찰은 고 문 경감의 흉상을 제작, 오는 10월 셋째 주 경찰 추모주간에 별도의 장소에서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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