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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JDC 이음일자리 사업과 윈윈윈하는 꿈자람 책방
기고 JDC 이음일자리 사업과 윈윈윈하는 꿈자람 책방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8.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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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움직이는 도서관 사서 진우석
움직이는 도서관 사서 진우석
움직이는 도서관 사서 진우석

삼십여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인생 이모작을 맞이했다. 도민 정보화 교육을 받다가 우연히 JDC가 추진하는 중장년 일자리사업인 ‘JDC 이음일자리 사업’을 알게 됐다. 곧장 중장년일자리센터를 찾아가 구직 신청을 했고, 면접을 거쳐 ‘움직이는 도서관사서’로 선발됐다.

이어서 S중앙병원의 2층에 마련된 꿈자람 책방에서 근무하게 됐다. 꿈자람 책방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 안정과 함께 치료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개관했다.

독서와 휴식을 겸할 수 있도록 테이블, 의자, 책장이 두루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병원 안내 데스크로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병원 시설을 묻는 사람들을 꿈자람 책방 사람들은 친절히 응대했다. 그리고 대화의 끝에 꿈자람 책방을 홍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속적인 홍보덕분인지 꿈자람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책방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어린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방문해 책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그림책을 마음껏 뽑아갔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600여권을 보유한 꿈자람 책방은 어린이 환자들이 병실을 떠나 쉴 수 있는 장소였다.

책방 근무자들도 책방을 어린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할 필요를 느꼈다. 그들이 서가에서 책을 가져가기 편하도록 새롭게 도서배치 했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독서를 할 수 있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평상시 병원에서 보는 어린이 환자들은 잠시도 보호자들을 가만히 두지 않고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책방에만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림책속의 세계에 빠져 조용했다.

먼저 앞장서서 들어와서 스스로 책을 고르고 대출을 하기도 했고, 퇴원을 앞두고는 더 이상 책방을 찾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이들까지 있었다. 꿈자람 책방은 어린 환자들만이 아니라 함께 찾은 보호자들에게도 잠시나마 여유와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꿈자람 책방의 등록 이용자수가 100명을 넘어선 어느 날이었다. 바닥에 어질러진 그림책들을 정리하는 내 곁에서 한 어머니가 링거를 꽂고 있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책 정리를 잠시 멈추고 일어나서 어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의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적 내 아이에게 읽어준 적이 있던 ‘백조의 호수’였다. 내 아이는 어릴적 잔병치레가 심해 병원생활을 자주 했다. 퇴근을 하고 병원을 찾은 아빠를 아이는 매일매일 웃으며 반겨주었다. 종일 곁에서 아이를 간호한 아내와 교대를 하고 아이에게 엉터리 자장가를 불러주며 곁에서 함께 잠이 들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절 언젠가, 나는 아이에게 ‘백조의 호수’를 읽어주었다. 아이는 몇 번이나 다시 읽어 달라 조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나는 잠든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프지 마라. 얼른 나아라.

엄마의 품에 안겨 링거를 꽂은 손을 꼼지락 대는 어린 환자의 쾌유를 빌면서 나는 다시 책을 정리했다.

이제 꿈자람 책방의 이용자는 등록자 수가 250여명으로 어린이 이용자보다 일반환자 이용이 늘었다. 방문하는 분들의 얼굴도 차츰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꿈자람 책방의 모습을 보게 됐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JDC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 근무자와 이용자 모두를 윈윈윈하게 하는 꿈자람 책방을 탄생시켰다. 그 곳에서 인생모작을 맞이하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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