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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돈만 쓰려 달려드는 게 도시재생인가
눈에 보이는 돈만 쓰려 달려드는 게 도시재생인가
  • 김형훈
  • 승인 2018.08.17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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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10> 탐욕에 사로잡힌 이들

도시재생을 하려는 신산지구에 재개발 탐욕 들끓어
제주시민회관도 없애려 하는데 과연 도시재생인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아트플랫폼도 혈세 낭비 지적
​​​​​​​오래 걸려도 건축가와 함께하는 도시재생 추구해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시재생은 말은 쉽지 제대로 구현하는 건 어렵다. 문제는 도시재생이 뭔지를 잘 모르는데 있다. 도시재생은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돈이 넘치면 그걸 뜯어먹으려고 달려드는 이들로 인해 도시재생의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렇다.

제주시 원도심은 예전 도심의 핵이었다는 이유로 도시재생의 대상이 됐다. 특별법에 따라 도시재생의 길을 걸어간다는 건 반갑지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도시재생을 하는지는 아직도 물음표이다.

지난해의 일을 떠올려 본다. 행정은 관덕정 일대 도로를 차없는 거리로 조성을 한다고 했다. 관련 주민설명회도 열렸다. 하지만 주민설명회 때 제시된 건 관덕정 차없는 거리라기보다는 난데없는 ‘서문 복원’이었다. 주민들은 재산권 박탈이라는 위협에 처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주민들은 서문 복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스스로 토론회를 열었다. 결과는 주민의 승리였다.

서문 복원에 저항한 주민들이 얘기하는 게 바로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가진 사고를 읽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얘기를 모두 들어주는 게 도시재생은 아니다. 만일 주민들의 생각이 도시 파괴로 간다면 그때는 설득을 하는 게 맞다.

제주시 원도심 일대에서 벌어지는 도시재생은 뭔가 음흉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건 바로 탐욕이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한다. 가진 자들은 도시의 재생보다는 개발을 통한 이득을 노리고 있다. 그건 도시재생이라고 부를 수 없다.

신산머루 도시재생사업지구 일대. 조용하던 마을에 재개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제주
신산머루 도시재생사업지구 일대. 조용하던 마을에 재개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제주

가까운 예로 신산머루 도시재생 사업을 들 수 있다. 애써 사업지구로 선정됐는데, 사업지구와 상관없는 주변을 포함해서 재개발을 해달라는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원래 거기에 살지 않는 이들도 들어와서 건물을 매입했다고 한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심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다른 말로 설명하면 그게 탐욕이다.

제주시민회관도 그렇다. 제주시민회관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가 강해서 그렇단다. 주민들의 요구가 있으면 모두 들어줘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제주시민회관을 헐어내고 커다란 빌딩이 들어서면 도시재생이 될까? 그런 논리라면 도시재생 특별법을 없애야 한다. 개발이 판을 치는데 도시재생은 무슨 의미가 있나.

최근 제주의 핫이슈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벌이고 있는 (가칭)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다. 재단은 도시재생도 하고, 공연 연습장소를 마련한다면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재단이 진행하는 이 사업은 도민들의 혈세를 사용함에도, 재밋섬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 매매 과정이나 이사회 진행 과정 등은 투명하지 못하다. 혈세를 투입해서 도시재생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각이다. 제각각이면 누구 말에 귀를 기울여야할지도 애매하다. 행정의 관점인지, 아니면 주민의 관점인지, 아니면 도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나.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건 땅에 따라 달라진다. 어쨌든 도시재생의 기본은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살도록 하는데 모아진다. 빌딩을 새로 짓는다고 자부심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그냥 내버리는 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사람들이 생긴다. 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해당 지역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그 지역에 맞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단편적인 행위로는 부족하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있다. 바로 건축가다. 도시를 설계하는 의식 있는 건축가와 깊은 얘기를 해야 한다. 수개월이 걸릴 수도,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도시재생을 하라며 쥐어준 돈을 쓰지 말고, 계획을 잘 해서 제대로 구상을 해봤으면 한다. 아울러 탐욕도 그만 부렸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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