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4:17 (목)
반쪽짜리 공간을 생각지 않고 밀어붙인 게 문제
반쪽짜리 공간을 생각지 않고 밀어붙인 게 문제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8.0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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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9> 문화공간 거점 꿈꾸는 ‘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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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픈했으나 지하와 3~4층만 활용하는 한계 드러내
1~2층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쓰고 있어 공간 단절 현상
“예술인보다는 지역주민 우선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제주대병원에서 예술공간으로 탄생한 '이아'. 문제는 어떻게 활성화를 시킬지에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대병원에서 예술공간으로 탄생한 '이아'. 문제는 어떻게 활성화를 시킬지에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시 원도심에 있던 제주대병원. 하루 이동인구만도 4000명에 달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웬만한 제주도민들은 제주대병원을 이용할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제주대병원은 원도심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제주대병원이 2009년 아라동 시대를 열면서 원도심의 핵은 사라졌다.

제주대병원 이동은 이동인구의 감소만 가져온 게 아니다. 원도심을 더 쇠락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 이후 제주대는 창업보육센터를 가동하기도 했으나 이전의 영화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핵이 빠지게 되면 또다른 핵을 들여와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현재 제주시 원도심이 ‘도심’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원도심(原都心)’이라는 이미지가 박힌 건 예전 핵이었던 도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도심을 도시재생 하려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도시재생을 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선 곳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다. 그 기개는 칭찬받아야 한다. 재단은 옛 제주대병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제주대 자산이기는 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원도심을 살리겠다고 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내건 건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조성사업’이다. 지금은 ‘예술공간 이아’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2015년 12월 사업을 시작할 때는 가칭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조성사업은 2017년 5월까지 진행됐다. 사업비만도 40억원 넘게 투입됐다. 건물은 부수지 않고 옛 병원의 이미지를 살려냈다. 문제는 거기까지였다.

예술공간 이아로 탄생한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는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는 물론, 국유재산을 활용해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당초에 내세웠다.

예술공간 이아는 건물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예술공간을 지향하고 있으나 접근성이 좋은 곳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예술공간 이아는 건물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예술공간을 지향하고 있으나 접근성이 좋은 곳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그러나 현재 이 공간은 비효율적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예술공간 이아로 활용하는 곳은 지하와 3, 4층이다. 1층과 2층은 예술공간 이아 공간이 아니다. 지하는 갤러리로, 3층은 재단 사무실과 강연실 등으로, 4층은 예술가들의 레지던스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1층과 2층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쓰는 공간이다. 계약 기간은 2022년까지이다. 아직도 4년 남았다.

예술공간 이아가 제 기능을 하려면 제대로 된 공간 확보가 필수여야 하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그렇지 않다. 지하를 포함해서 5층의 공간을 가지고 있으나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1층과 2층은 전혀 쓸 수 없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예술공간 이아를 통해 지역주민을 끌어들이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나가라고 하지도 못한다. 애초에 구상이 잘못됐다. 1층과 2층을 쓰지 못한다면 40억원을 투입해 공간을 리모델링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했다.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함으로써 지역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에 그치고 있다.

예술공간 이아는 늘 썰렁하다. 지하 갤러리도 썰렁하다. 3층에 있는 카페도 썰렁하다. 활성화를 시키겠다면서 3층에 작은책방을 만들었으나 아직은 찾는 사람이 뜸하다.

이렇듯 공간의 단절은 심적인 단절까지 가져온다. 만일 1층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작은도서관과 카페였다면 예술공간 이아는 완전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을게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예술공간 이아’라는 간판을 응시하며 1층으로 진입하는 순간 뭔가 꽉 막혀 있는 느낌을 받는다. 예술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지를 못한다.

예술공간 이아 1층과 2층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2022년까지 쓴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예술공간 이아 1층과 2층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2022년까지 쓴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옮겨준다면 최상이다. 제주도가 제주대와의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예술공간 이아의 1층과 2층을 확보하는 협상을 벌여야 한다.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고 40억원을 들인 예술공간 이아를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4년 남은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옮겨주지 않는다면? 이때부터는 고민이 깊어진다. 3층과 4층을 예술가들보다는 좀 더 시민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꾸지 않으면 답이 없다. 사람이 오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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