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4.3복합센터 공약,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변경 ‘빈축’
4.3복합센터 공약,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변경 ‘빈축’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7.16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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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옛 주정공장터 활용한 4.3복합센터 조성 공약 변경키로
4.3평화공원 내 유휴부지 활용키로 … 유족회에서도 의견 모아져
제주시 건입동에 있던 주정공장의 옛 모습.
제주시 건입동에 있던 주정공장의 옛 모습.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원희룡 지사가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이 민선 7기 제주도정이 시작되자마자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제주시 건입동 주정공장 터를 활용, 4.3복합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공약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4.3평화공원 내에 4.3트라우마센터와 국립세계평화인권센터를 건립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원 지사는 지난 6월 3일 제26호 공약 보도자료를 통해 “역사적 비극의 장소인 제주시 건입동 주정공장 터를 활용해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배·보상을 구체화하는 등 4.3의 완전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4.3 희생자와 유족들이 고령자가 많아 봉개동에 있는 평화기념관까지 왕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이에 그는 “4.3의 역사적 현장인 주정공장 터에서 복합센터를 건립해 역사체험장과 유족복지 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4.3복합센터 조성에 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나이 드신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건강 관리와 간병 등 상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리센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복지, 요양을 모두 제공하는 복합센터를 건립해 다양한 유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복합센터에는 행방불명인 추념관도 설치해 4.3 교육 등 역사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4.3의 기억을 평화의 미래로 승화시키는 다크투어리즘 장소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4.3 유족 중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적절한 치유사업이 필요한 만큼 광주트라우마센터와 같은 4.3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개인 상담, 물리치료, 가족 상담 등을 진행하겠다”고 트라우마센터 건립 구상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이같은 공약은 민선 7기 도정이 출범한 지 한 달도 안돼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같은 공약 수정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기도 했다. 제주도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제주4.3평화공원 활성화 사업 기본방향 연구 용역’ 결과 4.3평화공원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4.3트라우마센터와 국립세계평화인권센터를 조성한다는 기본 구상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도는 이같은 기본구상에 따라 최근 ‘제주4·3평화공원 활성화사업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 16일까지 용역기관 입찰을 공고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용역에 본격 착수,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도의회 행자위 업무보고에서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이 “원 지사의 후보 시절 공약과 용역 추진이 상충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승찬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원 지사가 옛 주정공장 터에 복합센터 건립 구상을 밝힌 후 최근 4.3 관계기관들과 논의한 결과 트라우마센터는 4.3평화공원 내 유휴 부지에 하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공약도 수정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양윤경 4.3유족회장도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열린 유족회 회의에서 4.3트라우마센터 건립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결과 4.3평화공원 내에 복합센터를 건립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정리됐다고 회의 내용을 소개했다.

유족들과 희생자들의 접근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양 회장은 “제주시 동 지역만 생각한다면 옛 주정공장 터에 공간을 마련하는 게 좋겠지만, 도 전역에서 찾아오려면 오히려 4.3평화공원 내에 있는 것이 적합하고, 주정공장 터는 유적지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결국 원 지사의 4.3트라우마센터 관련 공약은 지난달 25일 공약실천협의회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변경됨으로써 설익은 공약 발표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옛 주정공장 터의 2010년 당시 모습.
옛 주정공장 터의 2010년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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