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작품 수집이 개인의 호사 취미 행위를 넘어 역사와 예술에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는 위대한 문화 행위로 불릴 때가 있다. 바로 개인의 사적 전유물을 공동체의 공적 자산으로 전환시킬 때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 걸작전>은 컬렉터 이호재 회장이 가나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소장품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시킨 데서 나온 소중한 문화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가나아트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굴곡 많은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미술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지나온 시간은 볼 수 없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미술가들이 작품이라는 흔적을 남겨 주었기 때문이고, 미술이 시대의 창이자 흔적이 아니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이 작가들은 자기 미술의 당위성을 찾으려 고민했고, 예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몸부림치듯 작업했다. 그들은 출구도 입구도 없고 정해진 길도 실용성도 없는 미로같은 미술 세계로 뛰어들어 온 힘으로 대결해왔다. 그 결과 각자의 화두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실을 자아내어 한국의 미술 역사를 직조해갔다.
이 전시는 이론적인 맥락이나 미술사적 맥락보다는 작품 감상이라는 벽(癖)의 맥락에서 구성되었다. 현장감 있는 전시 공간을 구성해서 작품을 자연스럽게 음미할 수 있도록 꾀하였다. 이와 더불어 전시장 곳곳에 작가의 증언을 삽입해 더욱 생생한 감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을 통해 ‘현대화된 한국미’의 구체적인 모습을 스스로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한데서 나온 작품들이 내는 그 소리에 공명하게 되길, 그 감흥을 함께 느끼게 되길 기원한다. 작품 감상이라는 그 본연의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