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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주취자, 밤엔 성매매가 탐라문화광장 주인공”
“낮엔 주취자, 밤엔 성매매가 탐라문화광장 주인공”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7.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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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3> 광장 기능 없는 탐라문화광장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탐라문화광장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3월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도로를 넓히고 커다란 나무를 뽑는 과정을 거치며 탄생했다. 산지천 남쪽으로부터 탐라광장, 북수구광장, 산짓물공원, 산포광장이라는 개별 이름도 가지고 있다. 투입된 예산만도 565억원이다.

엄청난 돈을 뿌리며 막을 내린 사업. 탐라문화광장은 제 모습을 갖춘지 1년을 넘었다. 과연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능을 하고 있을까. 답을 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광장이라면 사람이 오가야 하는데 탐라문화광장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 사업을 시작하며 내세운 건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생산유발효과는 3조5540억원이며,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8596억원으로 잡았다. 연간 추정 방문객은 260만명으로 예상했다. 하루 7100명씩 찾는다는 계산에서 나온 수치이다.

제 모습 드러낸지 1년 넘었으나 활성화는 ‘머나먼 얘기’
주취자들 아침부터 밤까지 활동하며 시민·관광객 위협
애초 계획엔 하루 7100명 방문 예상했으나 완전 딴판

정말 그럴까. 탐라문화광장은 사람을 반기기보다는 걷기가 꺼려지는 공간이다. 4일 낮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주취자들의 활동은 벌써 시작되고 있다. 카메라를 든 기자를 향해 주취자가 욕을 날린다. “야, 야~”라며 카메라를 든 기자를 위협한다.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든 게 아니라 탐라문화광장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도 난데없는 위협이다. 이런 위협은 일상적이다. 카메라를 든 이들에겐 주취자들을 마주하는 자체가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탐라문화광장협의회 장용철 회장은 “해가 길어지면서 아침 7시부터 주취자들이 몰려든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다짜고짜 욕을 한다. 관광객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고 말한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제주에 피해를 주지 않고 넘어가기는 했으나 태풍이 온다는 새벽에도 주취자들은 열정적으로 탐라문화광장을 지켰다. 장용철 회장의 말을 빌리면 태풍이 온다는 새벽 2시에도 주취자들이 거리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탐라문화광장은 시민들의 혈세가 대거 투입된 사업이다. 행정은 거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동인구 증가로 지역 활성화를 기대한 모양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주취자의 세상이 되고 있다.

탐라문화광장 활성화는 멀기만 하다. 시민과 관광객이 주인공이어야 하지만 낮엔 주취자, 밤엔 성매매가 주인공이 돼 있다. 미디어제주
탐라문화광장 활성화는 멀기만 하다. 시민과 관광객이 주인공이어야 하지만 낮엔 주취자, 밤엔 성매매가 주인공이 돼 있다. ⓒ미디어제주

주취자들의 활동시간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다. 밤에는 주취자와 함께 또 다른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된다. 바로 불법 성매매다. 4일 만난 한 여성은 “차를 타고 가는데 차를 세우더라. 내가 남자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며 자신이 직접 본 성매매 현장을 얘기했다.

탐라문화광장의 모습이 이러한데, 사람들이 찾기나 할까. 더욱이 이곳은 쉼터의 기능도 약하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을 하면서 북수구광장은 바닥을 포장하고, 산짓물공원은 잔디를 깔았다. 문제는 쉴 수 있는 그늘은 전혀 갖춰 있지 않다.

탐라문화광장협의회 장용철 회장은 “탐라문화광장이라고 하는데 탐라문화가 있기나 한가”라며 “제주다움도 없는 곳이다. 관광객에겐 매력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고 탐라문화광장의 현 모습을 전했다.

탐라문화광장은 거듭날 수 있을까. 광장 활성화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활동을 한다지만 내놓은 건 없다. 심지어 제주시청 담당자는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낮엔 주취자, 밤엔 불법 성매매. 자치경찰이 이런 문제를 단속하겠다며 부스를 만들기는 했으나 상주하는 것도 아니다. 탐라문화광장은 언제쯤 편안하게 걸으며 쉬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러다 세금만 축낸 애물단지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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