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28개국 340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난민네트워크가 제주의 예멘 난민들을 보호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아시아태평양난민네트워크는 지난 2일 ‘대한민국에서 발이 묶인 예멘인들과 난민들을 위한 국제연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현재 알려진 난민 추방 취지의 청원 캠페인에 드러난 깊은 적대감과 한국에서의 전국적인 외국인 혐오 정서에 근거한 반대운동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아·태난민네트워크는 “몇몇 극단주의자들이 가짜 뉴스의 전파, 인종차별 유발, 한국 역사상 최초의 반(反)난민시위 조직으로 난민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자극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웹사이트에 올라온 반(反)난민 청원에 대한 온라린 서명자 수가 2주만에 50만명을 넘어선 데 대해서도 아·태난민네트워크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난민들과의 공존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많은 한국 국민들이 근거 없는 염려를 표하는 공포 캠페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의 인권 운동가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의 난민 혐오가 크게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아·태난민네트워크는 “만약 한국 정부가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굴복한다면 국가의 시스템이 심각할 정도로 약화돼 많은 사람들이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인 혐오로 인한 단기간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오히려 현재의 염려를 정당화하고 부정적 담론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갑자기 난민법에 새로운 후퇴 요소를 도입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를 추진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현재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아·태난민네트워크는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명의 예멘인들은 즉각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며, 그들이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가 실시돼야 한다”면서 실제로 그동안 국내 문제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부조차 지난 6월 18일 설명을 통해 ‘지금 현재 그 어떤 예멘인도 강제송환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아·태난민네트워크는 “한국에 있는 모든 난민들과 연대하고자 한다”면서 시민사회, 한국 정부, 그리고 인도적 가치를 포용하는 한국 사회 다수의 목소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아·태난민네트워크는 이어 한국 정부에 대해 우선 극단적인 인종 차별과 난민 혐오, 이슬람 혐오의 문제를 시민들의 이슈에 대한 민감성의 증진, 그리고 보호 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다.
아울러 예멘 난민 상황에 대한 정보와 난민 보호 및 한국 사회에서 난민 통합이 주는 국제적이고 지역적인 의의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아·태난민네트워크는 “충분한 정보 없이 갑작스레 큰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외국인 혐오자들에게 굴복해 난민법을 개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두려움과 적대감에 대한 성급한 반응은 문제 있는 공적 정책을 낳을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같은 아·태난민네트워크의 성명에 국내 1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난민네트워크와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는 연대 성명을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한국 정부가 난민에 대한 혐오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 시행하고 시민사회와 소통을 통해 난민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한국 정부가 난민들을 또 다른 차별과 혐오, 송환에 방치시키지 않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부의 역할은 공포와 혐오를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 입장이 49.1%로 찬성 39.0%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럴때일수록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해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