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03 (금)
"섬유예술, 재료를 뛰어넘어 제주를 말한다"
"섬유예술, 재료를 뛰어넘어 제주를 말한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6.29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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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유예술가회 박현영 회장에게 묻다, “제주섬유예술이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의 일상은 늘 섬유와 밀접해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입는 옷, 소지품을 넣는 가방, 자동차에 깔린 시트, 잠을 잘 때 덮는 이불…모두 섬유로 만들어진 직물이다. 

하지만 항상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알아채지 못하는 '공기'처럼, 우리는 섬유가 가지는 무궁무진한 예술적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다.

늘 가까이 있어 들여다보지 못했던 섬유의 예술적 가치.

이를 진즉 알아보고 제주를 수놓는 제주섬유예술가회 박현영 회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인류역사상 인간과 가장 친근한 재료가 바로 ‘섬유’예요. 먼 과거부터 인간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어왔고, 이제는 보호기능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 문화조형디자인전공 박현영 교수는 제주섬유예술가회를 탄생시킨 창시자다.

“제주대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감귤 염색을 처음 접했어요. 감귤 염색은 오래전부터 전해진 제주만의 전통 염색 기법인데, 제주 어르신들은 아마 잘 아실 거예요.”

박 교수가 강의를 위해 제주를 찾은 200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제주 감귤 염색을 예술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는 드문 편이었다.

제주섬유예술가회 박현영 회장은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먼 옛날 과거, 제주는 거센 해풍으로 인해 척박한 땅이었어요. 당시에는 흰색인 무명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밭일하거나 노동을 하다 보면 때가 금방 타서 옷이 금방 해지는 거예요. 선조들은 옷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고, 직물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옷에 감귤 염색을 하기 시작했어요.”

미(美)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기능성과 실용성을 추구하기 위해 시작된 탓일까? 감귤 염색은 꽤 오랫동안 그 미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박 교수는 감귤 염색 기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꾸준히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제주 고유의 염색 기법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저는 섬유예술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주에 섬유로 하는 전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저에게 엄청난 행운입니다.”

박 교수의 말에 따르면, 전통이 있다는 것은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 쌓아 온 선조들의 지혜가 전통을 계승하는 이와 만났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감귤 염색’이라는 아이템 하나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대단히 많아요. 이번에 열리는 <제10회 제주섬유예술가회 정기전> 역시 이러한 분께 도움을 드리고자 마련된 자리예요. 제주섬유예술가회는 ‘제주’가 주는 영감을 ‘섬유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요. 그리고 이러한 저희 작품은 섬유에 관심이 있는 많은 도민에게 영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색상이나 제조 기법, 트랜드 등에 영향을 주기도 하죠.”

제주섬유예술가회는 2009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전을 개최하고 있다. 큰 주제는 ‘제주’를 표현하는 데 있지만, 세부 주제는 조금씩 다르다.

“올해의 주제는 ‘제주문화, 섬유로 되돌아보기’입니다. 전시에서 만나는 모든 작품에는 ‘제주’가 숨어 있어요. 꼭 제주의 천연 재료로 만든 작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제주에서 나온 천연염료, 직물도 제주섬유예술이지만 제주를 표현한 문양, 상징화한 작품들 또한 제주섬유예술에 속하죠. 작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제주섬유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답니다.”

기자가 방문한 29일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 모습. 전시회 준비로 매우 분주하다.

박 교수는 제주섬유예술가회가 섬유예술 작품을 통해 제주의 맥을 이어가는 견인차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서 “제주섬유예술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성적이다”라는 평을 들을 때마다 자부심이 생긴단다.

“제주섬유예술가회 소속 작가는 총 40명가량 되는데, 대부분 디자인 전공자예요. 제주에 살다가 육지로 올라간 분들도 계시고 육지에서 내려오신 분들도 계시는데, 그래도 꾸준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죠. 해가 지날수록 단체의 규모뿐 아니라 작가분들의 실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답니다.”

제주섬유예술가회 변은미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6월 29일부터 7월 4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전에는 총 2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마다 작업 기간은 다르지만, 작품 하나 하나에 깊은 정성이 깃들어 있다.

"제주의 천연 염료로 색을 내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해요. 진한 색을 표현하려 할수록 염색하고, 말리는 과정의 횟수가 많아집니다. 보기엔 쉬워보여도 결코 쉽지 않죠. 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데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문 일은 아닙니다."

박 교수는 많은 도민과 관광객이 전시장을 찾아 제주섬유예술의 매력에 빠져보라 말했다.

뜨거운 여름, 제주가 깃든 섬유예술이라는 독특한 작품과 만남은 더위를 잊을 정도로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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