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형 도시재생의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자”
“제주형 도시재생의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6.27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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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1> 신산머루에 불어온 새바람

도시재생. 말만 들어도 돈이 ‘뚝’하고 떨어질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면 돈은 돈대로 낭비되고, 도심은 파괴의 길을 걷게 된다. 도시재생이 실패의 길을 걷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민 위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수년전부터 화두가 돼 왔고, 지금도 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도시재생을 다시 생각하다’는 기획을 통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물결을 짚어보고,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장도 둘러본다. [편집자 주]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 5월 지정고시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 위주 도시재생 사업 선택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가동하며 주민과 직접 소통

속칭 ‘성안’이라고 불리는 제주시 원도심. 성안은 제주성이 존재하던 ‘읍내’를 강조하면서, 읍내와 그렇지 않은 지역을 가른다. 성안이라는 말 자체가 뭔가를 구분 짓는 말이어서 어감이 썩 좋지 않지만, 어쨌거나 예전에 그렇게 불렸다. 그렇다고 조상을 탓할 일은 아니다. 성안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뭔가가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도 되겠다. 굳이 성안이 다른 이유를 들자면 ‘원도심’이라는 이유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원도심에 대한 지원은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도시재생은 관련 특별법이 있고, 그 법에 따라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들어 가동을 하고 있으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주민의 생각을 잘 담아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도시재생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다르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종전의 기억을 밀어버리는데 주안점을 둔다. 도시재생은 그와 달리 기억을 보존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도시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주민의 안정적인 삶이다.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도시재생을 ‘리헤비테이션(rehabitation)’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삶의 활력은 편안한 주거가 우선이다.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지구 일대. 미디어제주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지구 일대. ⓒ미디어제주

이런 점에서 지난달 정부에 의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고시된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을 들여다볼 만하다. 이 일대는 4만5616㎡로 그리 크지 않다. 올해부터 3개년 사업으로 추진된다.

속칭 ‘신산머루’는 예전 제주성의 바로 남동쪽이어서 성안에 끼지는 못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성안에 포함되기도 한다. 신산머루보다 더 동쪽인 화북이나 삼양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산머루도 곧 성안이다.

여기는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도로도 좁다. 재개발 논의도 오고가곤 했다. 하지만 개별 필지가 너무 작다. 큰 평수가 아니기에 재개발이 될 경우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쫓겨나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끌어들인 건 그래서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사업지구에 들어있는 주민들도 도시재생을 통해 자신들의 삶의 질이 바뀌길 기대한다.

신산머루는 원도심이 힘을 잃으면서 같이 힘을 잃은 측면이 많다. 거주인구도 고령화 돼 있다. 그러나 아주 매력이 넘친다. 올망졸망한 길을 걷다보면 평온함이 느껴진다. 빈집도 거의 없기에 이 일대에서 삶을 꾸리는 이들을 생각을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보다 더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사업지구는 모두 174호이며, 세입자를 포함하면 400명 가량이 사업지구와 관련된다.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지구 일대는 올망졸망한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미디어제주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지구 일대는 올망졸망한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미디어제주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지구 계획도. 미디어제주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지구 계획도. ⓒ미디어제주

사업기간은 3년이다. 길지 않다. 이 기간동안 삶의 질을 바꾸는 주거환경사업이 들어가고, 생활환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공동체 프로그램도 조성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생산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는 구상도 들어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사업지구에 들어와 주민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해가고 있다.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사업은 지구단위로 진행되는 제주시의 첫 도시재생 사업이기도 하다. 재개발이 아니라, 보존을 택한 신산머루. 제주형 도시재생의 모델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다음 편 기획은 사업지구에 포함된 주민이 전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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