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란 것이 원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 정도가 세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만큼 현재의 제주도를 사는 사람들 속에 응어리와 답답함이 많기에 표현의 격함이 있었나 봅니다.
여하간 당선을 축하합니다. 비록 내 한 표가 가지는 않았을지언정 원도정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진심으로 큽니다. 정치인은 민심과 결합되어야 하기에 진정한 정치인의 성공은 민의 성공과 승리에 등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생활 전선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이 바쁜 아침에 시간을 내고 글을 쓰는 건 새로운 도정이 제주의 첨예한 현안인 제주제2공항 문제, 끝나지 않은 강정 해군기지 문제, 난개발을 촉진하는 제주도개발 특별법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길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원지사님, 제주에는 더 이상 개발할 땅과 바다와 하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주의 땅은 쓰레기와 건축물로, 제주의 바다는 매립과 군사기지로, 제주의 하늘은 버스시간표 보다 더 빠듯한 비행기의 시간표로 뒤덮어 버렸습니다. 학자나 지식인들의 내놓는 수많은 수치와 자료가 무의미할 정도로 제주민의 삶에서, 피부에서 느낄 정도가 돼 버렸습니다.
제주는 오랫동안 개발과 환경이라는 대립적 주제 속에 살아왔고 그 끝은 항상 낡은 개발 논리가 승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제주민들이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바야흐로 도래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생태의 섬, 제주에 난개발을 부추기는 정책이 가당치 않은 것은 너무나도 지당한 상식이겠지요.
제2공항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생태평화의 섬, 제주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전의 낡은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제주 100년을 만드는 정책을 만들어주시길 원지사님께 촉구합니다.
원지사님이 지난 당선 인터뷰에서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오면 도민들과 검토를 시작하겠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정치인의 말과 언행이란 조심스러워야 하는 법이지만 지금의 제주의 상황에서는 검토의 시작이라는 말 보다는 개발의 지난 세기, 개발의 제주를 마감할 수 있는 당선자님의 뚝심과 결단을 기다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