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식 공방 아닌 제대로 된 정책선거를 기대한다
마타도어식 공방 아닌 제대로 된 정책선거를 기대한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6.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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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문대림-원희룡, ‘계획허가제’ 법적 근거 논쟁의 이면
6.13 지방선거 막판 제대로 불붙은 ‘난개발’ 정책 이슈를 보면서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6.1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대림‧원희룡 후보 진영 사이에 제대로 된 정책 논쟁에 불이 붙었다.

문대림 후보 캠프의 이정민 정책자문위원과 원희룡 후보 캠프의 부성혁 대변인이 연일 논평을 주고받으며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주제는 ‘계획허가제’다.

계획허가제를 둘러싼 이 논쟁은 이 정책위원이 지난 2016년 당시 원희룡 지사가 특별자치도 10주년 토론회에서 ‘법적 근거만 있다면 계획허가제를 바로 시행하겠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제6단계 제도개선에 반영하겠다’고 한 발언이 거짓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곧바로 변호사인 원 캠프의 부 대변인이 계획허가제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문 캠프의 이 정책위원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 계획허가제의 법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정책위원은 헌법 제120조 2항의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는 조항과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도시계획 수립과 집행에 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고 있지만 어떤 형식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할 것인지는 도시계획 수립권자의 자율재량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부 대변인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정책위원이 근거로 제시한 헌법 제120조 제2항과 제122조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기는 하지만, 그 제한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 계획허가제를 둘러싼 논쟁이 헌법 조문에 대한 해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선거 막판에 왜 뜬금없이 법 조문 타령이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줄곧 ‘아니면 말고’ 식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식상해 하던 유권자들에게 이번 논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잠시 2년 전 겨울의 기억을 돌아보면,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한겨울 촛불광장의 외침이 ‘정권 교체’만이 아니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수많은 청년‧학생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촛불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게 했던 이유 중 하나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특혜 입학 논란이 불거졌을 때 자신의 SNS에 ‘부모의 돈도 실력’이라고 쓴 것이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면 조치됐다가 징계 수위가 강등으로 완화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그리고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의 글로 어느 순간부터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비유되는 철저하게 계급사회가 돼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다시 ‘계획허가제’ 논쟁으로 돌아가보자. 이 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 내용 중 ‘토지 공개념’과도 선이 맞닿아 있다.

제주도는 지금 중국 자본에 의한 대규모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인해 도로 등 기반시설도 미비한 채 우후죽순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토지 정의,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한 가지 해법으로 제안된 이 주제가 선거 이슈에 파묻히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가 당선이 되든, 이 주제만큼은 선거 이후에도 제대로 된 정책이 입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이 논쟁이 법적 근거만을 갖고 다투는 것으로 끝날 주제가 아니라, 정책 입안권자의 철학과 비전이 제대로 녹아들어야 하는 주제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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