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의 요소, 도시의 요소가 삼성신화에 있다
농경의 요소, 도시의 요소가 삼성신화에 있다
  • 김형훈
  • 승인 2018.06.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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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제주 이야기] <2> 신석기혁명

첫 회에서 삼성신화는 우리나라의 다른 신화와는 유형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건 다름아닌 ‘땅’에 있다. 삼성신화가 땅과 인연을 맺고 있다면, 다른 신화는 땅이 아닌 하늘과의 연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옛날 환인의 서자 환웅이라는 이가 있어 자주 천하를 차지할 뜻을 두었다. 그리하여 사람이 사는 세상을 탐내어 구하는 것이었다. 그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아차려 태백산을 내려다보니 인간들을 널리 이롭게 해줄 만했다. 이에 환인은 천부인 세 개를 환웅에게 주어 인간의 세계를 다스리도록 했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 중 고조선 단군왕검 이야기 첫 부분이다. 우리가 잘 아는 ‘홍익인간’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환웅이 어떤 인물인지를 설명하고, 곰이었다가 여성의 몸으로 변한 웅녀와 결혼을 해서 단군왕검이 탄생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야기는 고조선 건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혁거세와 알지, 가야의 수로 등의 신화 역시 하늘과 이어진다.

단군왕검 이야기를 더 해본다면, 그의 아버지가 되는 환웅은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을 주관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바람·비·구름 주술사인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울러 모든 인간의 360여가지 일을 주관하면서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했다고 나온다. 곰이 여성으로 변신하는 과정 속에는 쑥 한줌과 마늘 20여개를 줬다고 쓰고 있다.

단군신화가 주몽, 혁거세, 알지, 수로 등의 여타 신화처럼 하늘과 인연을 맺고 있으나 다른 부분도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면 단군신화에는 농경이 보인다는 점이다. 환웅의 역할을 설명하는 단어 가운데 곡식이 등장하는 부분도 그렇고, 단군의 어머니가 되는 웅녀가 먹은 마늘도 농경생활이 배출한 측면이 있다. 그에 비해 다른 신화는 인물 이야기가 주가 되고 있다. 그래서 단군신화는 건국신화로 논하지만, 다른 신화는 건국신화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농경은 무척 중요한 요소에 해당된다. 삼성신화에도 물론 농경 요소가 있다. 세 공주를 맞아들이는 장면에서 “푸른 옷을 입은 처녀 세 사람과 망아지·송아지와 오곡의 종자가 나왔다”고 돼 있다.

이런 농경 요소는 삼성신화와 아울러 단군신화에서만 엿보인다. 농경이 중요한 이유는 고고학자인 고든 차일드가 말한 ‘신석기혁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신석기혁명은 인류의 첫 혁명이라고 흔히 부른다. 인류의 생계를 위한 토대를 만든 게 바로 신석기혁명이었고, 여기엔 농경과 아울러 유목의 발전도 포함이 돼 있다. 이전에는 수렵과 채집을 통해서만 삶을 꾸려오던 방식에서 직접 기르고 재배하는 단계로의 변화이다.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는 생활로 변하면서 얻게 된 식량생산의 발전은 문화를 일으키는 아주 중요한 동력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고든 차일드가 제시한 두 번째 혁명은 바로 ‘도시’이다. 도시혁명은 농민과 유목민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마을공동체를 변화시켜 도시발달과 국가의 출현을 초래한다. 마을의 등장은 문명의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땅에서 솟아난 이야기를 담은 삼성신화. 토착세력이 외부세력을 유입하는 방식은 여타 신화와 차이를 보인다. 사진은 삼성사 전시관 내부에 있는 모형으로 '건시대제'를 지내는 모습이다. 미디어제주
땅에서 솟아난 이야기를 담은 삼성신화. 토착세력이 외부세력을 유입하는 방식은 여타 신화와 차이를 보인다. 사진은 삼성사 전시관 내부에 있는 모형으로 '건시대제'를 지내는 모습이다. ⓒ미디어제주

삼성신화를 들여다보면 이런 요소들이 다 읽히는 특징이 있다. 오곡을 들여왔다는 건 농경을 했다는 뜻이 된다. 거기에다 망아지와 송아지도 들여왔으니, 동물을 사육했다는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삼성신화는 고양부 삼성이 살 곳을 구분한 이야기도 있다. 도시라고 부르기는 그렇지만 생활터전을 만든 이야기이기에 그냥 넘길 건 아니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한 부분을 보자.

“세 사람이 나이 차례대로 나눠서 혼인하고, 샘이 좋고 땅이 기름진 곳에 나아가서 화살을 쏘아 살 땅을 선택했다. 양을나가 사는 데를 일도, 고을나가 사는 데를 이도, 부을나가 사는 데를 삼도라고 했다. 비로소 오곡을 심고, 망아지와 송아지를 기르니 날로 부유하고 번창해갔다.”

농경은 정착을 의미한다. 삼성신화는 세 성씨가 서로 살 곳을 나눠서 정착하며 도시를 만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해냈다.

삼성신화가 단군신화와 또다른 요소를 찾으라면 혼인관계의 설정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웅녀는 다름 아닌 곰이다. 그렇다고 실제 곰이었나? 그건 더더욱 아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다스려야 할 대상이었고, 교화의 대상이었다.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지닌 역할이 바로 인간을 교화시키는 일이었다. 웅녀로 대변되는 집단 역시 교화의 대상인 셈이었다. 그런 세력을 교화시켜 ‘내 편’에 편입시키는 모습을 단군신화에서 읽게 된다. 어쨌든 단군신화는 환웅이라는 외부세력이 들어와서 기존의 세력을 교화시켜 나라를 일구고 있다.

삼성신화는 그런 면에서 단군신화와는 전혀 다르다. 삼성신화에 등장하는 세 성씨는 모두 토착세력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세력이 주인공인 여타 신화와 다르다. 토착세력인 세 성씨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력과 혼인을 맺게 된다. 누군가를 지배하면서 들어온 외부세력이 아니라, 토착세력이 외부세력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장면이 삼성신화에 있다. 세 성씨가 살 땅을 선택하는 것 역시 평화스럽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인 이유가 그 때문인가. 다음 편은 본풀이를 통해서 삼성신화를 들여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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