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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외국인 이주노동자 폭행‧성추행 전면 실태조사 해야”
“제주 외국인 이주노동자 폭행‧성추행 전면 실태조사 해야”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5.30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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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 베트남 노동자 폭행 가해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제기돼 노동단체가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30일 제주도고용센터 앞에서 ‘제주 베트남 어업이주노동자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 등이 30일 제주도고용센터 앞에서 ‘제주 베트남 어업이주노동자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 등이 30일 제주도고용센터 앞에서 ‘제주 베트남 어업이주노동자 폭행 사건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출신 T(22)씨와 동료인 S(22)씨가 지난해 제주에 와 어선 선원으로 일하며 빈번한 폭언과 폭행, 성추행 등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특히 T씨는 지난 3월 29일 오후 8시 48분께 선장으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당하며 바다로 밀쳐져 2~3분 가량 표류했다고 설명했다.

S씨는 선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T씨가 바다에 빠진 장면을 촬영해 자신에게 불이익을 우려, 지난 3월 30일 숙소에서 쫓겨난 뒤 사업주로부터 복귀 명령을 받았으나 복귀하지 못해 지난달 24일자로 이탈신고됐다.

T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7시 50분께 자신이 일하는 배에서 한국인 선원 최모(57)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지난 1월 20일 우편으로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4월 4일에는 선장(50)이 자신을 바다에 밀었다고 신고했다.

최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해경 조사를 받고 있고 선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30일 오전 조사를 받았다.

해경은 앞서 지난 달 30일과 이달 21일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T씨)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T씨를 상습적으로 때리고 추행을 저질렀던 가해자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직접 바다에 떠밀었다고 주장할 가해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작극 벌였다고 말하면 그만…가해자 말 맞추기는 ‘진실’로 둔갑해 버려”

베트남 이주노동자 “한국인 선원에겐 폭행없는데 나이어린 우리 두 사람만”

이어 “업무지시 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이거나 이주노동자가 자작극을 벌였다고 말하면 그만일 것”이라며 “열에 아홉은 폭행을 당하는 선상 이주노동자의 현실 속에서도 가해자들의 말 맞추기는 금세 ‘진실’로 둔갑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을 격은 이후 피해자가 주변 지원자들을 찾아 나서 경찰에 고소도 했지만 자신의 진술을 믿어주지 않는 벽에 번번이 부딛쳐야 했고 선주는 ‘나갈거면 500만원을 내놓으라’고 했다가 ‘400만원으로 깎아 줄테니 사업장 이동을 합의하자’더니 결국 고소 취하와 사업장 이동을 맞바꾸자고 했다”며 “자기들도 피해자라는 주장과 대치되는 선주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에 따라 “현 제도 상으로도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고용허가 취소가 가능하다”며 “성추행과 폭언, 폭행을 일삼는 사람이 관리자로 있는 이 사업체는 고용허가 취소로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피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제 조치에 적극 나서고 이주노동자 (성)폭행 재발방지에 즉각 힘을 쓰라”며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차별 실태 전면 조사 및 고용허가제 폐기도 촉구했다.

제주에서 어선 선원으로 일하며 선장과 한국인 선원으로부터 폭행 등을 당했다고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신고한 베트남인 이주노동자 T씨(왼쪽)가 3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에서 어선 선원으로 일하며 선장과 한국인 선원으로부터 폭행 등을 당했다고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신고한 베트남인 이주노동자 T씨(왼쪽)가 3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회견에 참석한 T씨는 자신이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선장이 폭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증언했다.

T씨는 “(배에서) 한국인 5명, 베트남인 2명(T씨, S씨)이 일했는데 선장은 한국인 선원에게는 폭언과 폭력‧성추행을 하지 않고 나이어린 우리 두 사람에게만 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해경에 폭행을 신고하자 선주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오히려 폭언과 폭력은 더 심해졌다”며 “심할 때는 흉기로 위협했고 급기야 캄캄한 밤에 바다에 빠뜨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T씨는 “S씨와 함께 쫓겨나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저는 노예가 아니고 사람이다. 함부로 욕하고 때리고 성추행을 해도 되는 존재가 아닌, 최소한의 인격을 지키고 싶은 사람이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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