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진정한 강함은 바로 기다릴 줄 아는 것
진정한 강함은 바로 기다릴 줄 아는 것
  • 문영찬
  • 승인 2018.05.1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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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29> 기다리는 자의 여유

중학교 시절 치와와 믹스견 한마리를 입양하였다. 눈도 떼지 못한 강아지였는데 어미개가 몸이 약해 한마리만 남기고 다 분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했다. 그런 어린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우유를 먹이면서 키웠다. 그 어린 강아지는 커가면서 모르는 사람이 오면 금방이라도 물것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짖었다. 마치 주인과 집은 내가 지킨다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처럼.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 핏불테리어를 입양해 데리고 왔다. 투견종이여서 얼굴도 크고 몸도 근육질이었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 개였다. 그 개는 어머니만 주인으로 생각하는지 나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이 어머니 곁에 오면 꼬리는 흔들지만 그 큰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군 생활 시절 휴가를 받고 집에 와도 그 큰개가 어머니 곁에 있으면 무서워 쉽게 다가서지 못하였던 기억이 난다.

조그마한 치와와는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멀리서 부터 짖어 위험을 알리고 자신을 과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지만 무섭게 생긴 핏불은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자신의 공격범위, 즉 간합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같다. 마치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는 맹수같은 느낌이었다.

아이키도 기술중 수신이라는 것이 있다. 낙법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인 낙법은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이라고 한다면, 아이키도의 수신은 안전하고 빠르게 일어나는 법을 훈련한다.

최근 여성 유단자 두 명이 서울 중앙도장을 방문하여 다섯 시간에 걸쳐 수신을 훈련하고 왔다. 좀 더 완벽하고 안전한, 그리고 아름다운 아이키도를 위해 맹훈련을 받고 왔다.

여성의 몸으로 다섯 시간의 훈련은 상당히 힘들었을텐데 온몸이 멍이 들 정도로 훈련하고 와서도 제주오승도장 훈련시간을 빼먹지 않고 훈련하는 것을 보면 그녀들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지난 주 토요일 두 여성 유단자의 진행으로 수신 특강 수업을 도장에서 진행하였다. 반응은 뜨거웠고 매월 1회씩 진행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이키도 수신 특강을 마치고. 문영찬
아이키도 수신 특강을 마치고. ⓒ문영찬

아이키도 기술은 대부분 관절기와 던지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상대를 배려하는 훈련을 한다 해도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되곤 한다. 특히 관절기와 던지기 훈련을 하다보면 수신 훈련 부족으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신을 잘 받는다 하여도 기술이 거칠게 되면 감정을 상하는 경우가 많게 되고, 그런 감정이 쌓여 서로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거친 것과 강한 것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면 나의 약함이 거침으로 표현되어 상대에게 부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아이키도 훈련을 하다보면 내 자신이 작은 치와와처럼 약한 존재인지 핏불처럼 강한 존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마치 약한 내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까이 오지 말라고 짖어대는 치와와처럼 상대를 자극하게 되고 이는 곧 허세로 표현이 되곤 한다. 진정한 강함은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여유롭기에 필요없는 움직임을 없애고 쓸데없는 힘을 표현하지 않으며 상대가 완전히 내 기술 영역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상대를 보호할 수 있는 영역까지 접근했을 때 상대방이 꼼짝 못하도록 기술을 서로 훈련하는 것이지 상대를 괴롭히듯 던지고 상대의 관절을 꺾는 모습은 아이키도라 할 수 없으며 이런 모습은 나를 도와주는 파트너를 괴롭히는 모습 외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윤선생께서 SNS에 올린 것처럼 아이키도의 고착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며 아이키도의 관절기는 상대의 관절을 꺾는 것이 아닌 상대의 공격의도를 꺾는 것이다.

혹시 나도 작고 약한 치와와처럼 별일 아님에도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대며 곧 물것처럼 달려들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는지 살펴야겠다.

강한 맹수처럼 조금 더 관찰하고 기다리는 여유!

내가 무술을 훈련하고 아이키도를 배우며 선생께 가르침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을 얻기 위함 아닐까?

스승의날인 오늘, 스승의 글을 읽으며 또 하나를 배우게 된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문영찬의 무술 이야기

문영찬 칼럼니스트

(사)대한합기도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오승도장 도장장
아이키도 국제 4단
고류 검술 교사 면허 소지 (천진정전 향취신도류_텐신쇼덴 가토리신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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