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초, 전직 교장 모시고 카네이션 달아주기 이색 행사
“스승의날 퇴색되기는 했으나 어른 존경하는 풍토 조성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올해로 37회째를 맞는 스승의날. 이날은 으레 선생님들의 가슴엔 카네이션이 달려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네이션은 찾아볼 수 없는 날이 스승의날이 됐다.
가뜩이나 지난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으로 스승의날 풍경은 전과는 완전 달라졌다.
제자가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직무연관성이 있기에 불법이 된다. 올해는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2번째 스승의 날이다.
어떤 교사는 아예 스승의날을 없애자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스승의날을 없애자고 어제(1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내미는 꽃 한송이와 편지 한통을 받아도 죄가 되는 세상이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승의날을 폐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카네이션을 달아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스승의날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심정이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 안에 담겨 있다. 스승이 없는 스승의날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스승의날은 사라지는 게 좋을까. 김영란법 적용으로 세상이 바뀌기는 했으나 그래도 스승의날은 살아있다.
한림초등학교는 15일 스승의날을 제대로 챙겼다. 현직 교사들은 제자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지 못하지만, 퇴임한 이들에게는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한림초등학교에서 교장을 지냈던 선생님들을 모셨다.
10년 전 교단을 떠났던 선생님도 있고, 3년 전에 한림초 교장이었던 분들도 있었다. 스승의날 초청을 받은 이들은 한림초 18대 교장 문신림, 20대 고성대, 21대 고헌철, 22대 강동수, 23대 이광희, 24대 홍공선씨 등 6명이다.
이들은 한림초 아이들이 건네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다는 기쁨을 누렸다. 오랜만이기도 했다. 현직 교단에 있는 교사들을 대신해 카네이션을 받았기에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런 행사도 없이 지나갔을 스승의날을 축복의 장소로 만들어 준 이들이 전직 교장들이다.
고헌철씨는 “웃어른을 공경하고, 어른들은 후배에게 애정을 쏟는 그런 사회가 살기 좋은 게 아닐까. 스승의날이 퇴색되기는 했으나 없애기보다는 어른들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도록 개선하는 게 좋다. 스승을 존경하는 건 선생만이 아니라 웃어른을 말한다”면서 “돈을 버는 게 우선인 사회가 됐고, 도덕이나 인문을 무시하는 풍토인 게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직 교장들을 모신 이벤트는 스승의날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 행사를 준비한 한림초 김진선 교장은 “역대 교장을 모시고 의견도 구하고 옛일을 회고도 해보라고 마련한 행사이다”며 “어른을 존경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다. 이날을 기억해주는 모든 어린이들이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