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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년의 기억, 진실규명의 촛불로 타오르다"
"세월호 4년의 기억, 진실규명의 촛불로 타오르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4.16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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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주시청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문화제
관련 단체 및 도민 참석한 자리 공연 이어져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꼬박 4년이 지났다. 자그마치 4년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이제 그만하라고. 4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그만할 때도 됐지 않냐고.

이들에게 유가족은 말한다. 도대체 무엇을 그만하라는 것이냐고.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던 이유는 아무 곳에도 없는데, 진실을 알고 싶다는 목소리마저 내서는 안 되는 거냐고.

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2018년 4월 16일,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로 모였다.

센 바람이 불었던 이른 오후와는 다르게, 별이 된 아이들을 위로하는 듯 거짓말처럼 바람도 잠시 멎었던 밤이다.

16일,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열린 세월호 촛불문화제에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정권교체 후 처음 맞는 네 번째 4.16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문화제에는 세월호참사대응제주대책회의, 416연대제주모임, 기억공간 re:born, 세월호촛불연대를 비롯한 제주도민이 참여해 모두 함께 촛불을 들었다.

아픔을 위로하는 촛불을 든 이들 앞, 작은 무대에 올라선 강정평화합창단은 ‘약속해’와 ‘잊지 않을게’를 불러 그날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강정평화합창단은 공연 후, '앵콜' 세례를 받았다.

볍씨학교 아이들의 마임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잘 다녀와~” 웃으며 배웅하는 가족들, 고통에 절규하는 아이들과 일반 시민, 팽목항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들, 아이의 시체를 찾고 오열하는 할머니, ‘시체만이라도 찾아달라’ 무릎 꿇고 비는 가족들의 모습은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이 눈물을 훔치게 했다.

볍씨학교 학생들의 마임 퍼포먼스 장면.

이날 퍼포먼스에 참여한 볍씨학교 양준우(16) 양은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만난 적이 있다. ‘잊지 않겠다’ 약속했는데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며 “공연 연습을 하며 유가족과 희생자분들의 마음을 최대한 공감해 표현하려 노력했다. 이 공연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드리며,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계속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생존자 가족의 발언도 있었다.

정부가 구하지 못했던 승객 20명을 혼자서 구해내 ‘파란 바지의 영웅’이라 불렸던 김동수 씨. 그는 현재 심각한 사고 후유증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김동수 씨의 아내 김형숙 씨는 “이 자리에 오기 전엔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오니까 ‘생존자 가족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발언하는 (좌)이길주씨와 (우)김동수씨 부인 김형숙씨.

이때, 객석에서 김형숙 씨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김형숙 씨는 “생존자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감사한다”며 급히 자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객석에서 김형숙 씨에게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그녀는 퇴장한 후였다. 비록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김동수씨와 그의 아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문화제가 펼쳐진 제주시청 버스정류장,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오후 7시에 시작해 늦은 밤까지 계속된 행사에는 가족 단위의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을 따라왔다는 11살 김리안 양은 “처음엔 잘 몰랐는데, 세월호 영상과 언니, 오빠들의 공연을 보니까 슬퍼요”라고 말하며 “이런 일이 이젠 없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마라톤 등의 행사로 위안부 할머니를 응원하는 '제주평화나비' 학생들도 촛불을 들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세월호 추모곡을 다 함께 합창하며 문화제는 막을 내렸다.

타오르는 촛불과 진실규명의 염원에 쌀쌀한 밤 기온은 어느새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참석자들의 얼굴에 희망의 미소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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