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을 여론조사대로 따르는 오류는 하지 말자”
“제2공항을 여론조사대로 따르는 오류는 하지 말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4.1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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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가장 뜨거운 사안인 제2공항 여론조사를 보며

찬성 의견 70%대에서 갈수록 떨어지며 50%선 겨우 유지
여론조사만 따르다가는 강정해군기지와 같은 갈등 우려도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타당성 조사가 우선돼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우린 숫자에 너무 매몰돼 산다. 학생들은 점수라는 덫에, 돈독이 오른 사람은 ‘억, 억’ 소리나는 아파트 가격에, 관광을 맡은 행정가는 관광객이 몇 명인지에 대한 숫자에 매몰돼 산다. 다들 숫자의 노예이다.

그러고 보니 우린 또 다른 숫자의 노예가 돼 있다. 뭐냐 하면 ‘여론조사’이다. 선거 때면 가장 눈길이 가는 게 바로 여론조사가 아닌가. 아쉬운 건, 사람들은 여론조사를 바라볼 때 단순 수치만 바라본다. 여론조사는 “누가 높다더라”에 있지 않다. 단순히 앞서는 게 1등은 아닌데, 1등이라고 우긴다. 오차범위에 앞서 있음에도 1등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그렇게 읽어서는 안된다.

여론조사는 추이라는 게 있다. 1등이지만 계속 수치가 떨어진다면 뭐가 문제가 생긴다. 1등은 아니지만 수치가 계속 오른다면 언젠가는 역전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1등도 중요하지 않고, 2등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흐름, 즉 추세이다. 다만 압도적인 차이였을 때는 그런 수치나 흐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제(11일) 정치 여론조사는 아니지만 제주의 가장 뜨거운 현안 가운데 하나인 제2공항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주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여론조사는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50.7%로 절반을 살짝 넘겼다. 하지만 제2공항 찬성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제2공항 예정 부지 주변.
제2공항 예정 부지 주변.

2015년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한달만인 그해 12월에 KBS제주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률이 71.1%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지난해 9월 제주도가 진행한 여론조사는 63.7%가 찬성했다. 올해 2월 제주CBS와 제주MBC, 제주신보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는 찬성의견이 53.2%였다. 이번엔 그보다 더 떨어졌다. 여론조사를 읽는 방법인 추세대로라면 뭔가 삐끗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갈등이다. 나중에 또다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면 제2공항에 대한 찬성의견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이후에 나온다. 찬성이 높다하더라도 여론조사대로 제2공항을 강행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있다.

우린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10년 넘게 보고 있다. 지금 그 마을은 어떻게 됐나. 여론조사로 해군기지를 덜컥 결정해버렸더니 찬반 논란에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제2공항도 그렇게 할 것인가. 제2공항 찬성 여론은 더 떨어지고, 반대여론은 더 올라갈 게 뻔해 보이는데 여론조사대로 결정이 이뤄진다면 갈등은 보나마나이다.

정치를 하는 이들이라면 “우린 여론에 따른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 숫자로 모든 걸 재단하게 되면 결국은 성산읍은 깨지고 만다. 자기 땅을 제2공항에 헌납하는 이들은 울분에 차며 반대할 것이고, 제2공항 근처에 땅을 사둔 사람은 개발만 되기를 기다린다.

제주도는 개발로 망가지고 있다. 환경문제로 섬은 타들어가고 있다. 개발의 회오리에 들어간 ‘섬 속의 섬’ 우도는 제주도의 축소판처럼 돼가고 있다. 우도만이 아니다. 제주도 곳곳이 개발에 상처를 입고 있다. 과연 제주도라는 땅에 제2공항이 타당한지에 대한 접근을 새로 해봐야 한다.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당장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은 버려야 한다. 제주도라는 땅은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수십년, 수백년 후에 이 땅에 살 후손들을 위한 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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