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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이제는 4.3을 ‘항쟁’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강우일 주교 “이제는 4.3을 ‘항쟁’이라고 부를 수 있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4.08 0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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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열린 4.3 70주년 추념미사 강론
“동학혁명‧3.1운동 등 저항의 정신 면면히 이어져 왔다”
강우일 주교가 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4.3 70주년 추념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4.3 70주년 추념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4.3 당시 제주도민 3만여명의 희생은 결코 개죽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 실현을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순교자들의 행렬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7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제주4.3 70주년 추념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역시나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름을 붙이지 못한 4.3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강론에서 “4.3의 소용돌이가 시작된 것은 48년이 아니라 47년 3월 1일 제주시 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3.1절 기념대회였다”면서 4.3의 발생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해방 직후 1년 사이에 제주도에는 일본에서 7만여명의 재일교포들이 귀향하면서 식량도 부족하고 일자리도 부족해 큰 혼란을 겪게 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흉년이 들어 보리 수확이 급감, 물가가 폭등한 공황 사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미군정은 방관만 하고 있었고 일제 치하에서 경찰이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미군정하에서 치안업무를 담당, 부정부패를 일삼으면서 도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최악이었다는 점을 강 주교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시 3.1절 기념식을 기회로 민생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행정당국을 성토하기 위해 제주시에서만 3만명의 인파가 모였다면서 그는 “제주 역사상 그 전에도, 그 후로도 이렇게 많은 군중이 한 곳에 모인 적이 없다”고 당시 도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었음을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하필이면 왜 3.1절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3.1절 만세 운동 이후 열흘만에 상해 임시정부가 탄생했다는 점을 들어 일제 강점기 내내 전국 곳곳과 만주 땅에서 독립투쟁을 이어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강 주교는 바로 이같은 점을 들어 “4.3의 발화점이 된 3.1절 기념대회는 일제 강점기 때의 끈질긴 저항과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도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제에 이어 또 다시 이 땅을 지배하고 수탈하려는 또다른 세력에 저항의 몸짓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3.1 독립만세운동도 갑자기 폭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조선말 동학농민혁명의 기상과 에너지가 축적돼 3.1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 땅에는 이런 저항의 역사가 점철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는 “지금까지는 4.3의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자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면서 “2016년 촛불 이전에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고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그 이전에 4.19 혁명이 있었고 그 전에 제주 4.3이, 4.3 이전에 3.1 운동이 있었고 그 이전에 동학혁명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4.3에 ‘항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4.3을 ‘항쟁’으로 명명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 집전한 이날 미사에서는 제주교구 성직자들과 신자 등 250여명이 참석한 것을 비롯해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자들로 대성당이 가득 찼다.

70주년 제주4.3 추념 미사가 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됐다. ⓒ 미디어제주
70주년 제주4.3 추념 미사가 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됐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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