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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따스한 봄날, 한경에서의 책유람 어떠신가요?
기고 따스한 봄날, 한경에서의 책유람 어떠신가요?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4.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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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주 한경도서관 사서.
정선주 한경도서관 사서.

올해 초부터 한경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달라진 한경면의 변화에 적잖이 놀라고 있다. 3년 전에도 근무했지만 그때와는 다른, 조용하지만 생기가 넘치는 움직임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산의 이름 없는 작은서점, 도서관 못지않은 장서를 보유한 조수의 북카페, 책과 관련한 기획 전시로 유명한 저지의 책방, 저마다의 특색을 뽐내는 크고 작은 카페 등. 이 작은 공간들 안에서는 날마다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동네의 시인을 초청해 낭독회를 열고, 1인 출판 워크숍을 개최하고, 마을의 기타리스트와 함께 작은 공연을 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날이면 마을의 주민들은 물론 소식을 접한 ‘육지 사람들’까지 찾아와 함께 그 시간을 즐긴다.

한경면은 막연히 말하면 먼 곳이다. 제주시내의 시민들이 찾기에도, 공항에 내린 관광객들이 방문하기에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곳 한경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의 ‘취향’이 넘치는 공간들 안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모인 사람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든 행위들이 저마다에게 특별한 경험,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제주는 공연, 전시 등의 각종 행사로 달력이 빼곡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다만, 시내의 커다란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찾아야만 문화예술을 접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콘텐츠도 ‘문화’가 될 수 있고,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과, 그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곳이 곧 ‘문화공간’이다. 그리고 제주, 특히 한경에는 이런 문화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한경도서관 또한 ‘책’을 중심 콘텐츠로 한 ‘문화공간’으로서, 주변의 활발한 변화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농어촌지역의 공공도서관으로서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경의 소중한 문화공간들과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도 나눠 보았다.

그리고 오는 4월 14일 토요일, 한경도서관 앞마당에서 한경의 작은서점, 책방, 카페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한경마을 소소한 책방, 북 플리마켓’을 운영할 예정이다. 집에서 보지 않는 헌책들을 안고 나와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는 ‘한상자 헌책방’, 직접 만든 잼, 쿠키, 수공예품,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 제주지역의 출판사들이 출간한 제주관련 도서를 전시하는 ‘제주지역출판 도서전’, ‘싱잉앤츠’의 노래 공연 등이 준비되었다. 도서관은 앞마당을 내어줄 뿐이고 마을의 문화공간들과 주민들이 한 자리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서로 나누고 누릴 계획이다. 따스한 봄날, 한경에서의 책유람을 권해 본다.

한경도서관은 공간을 채우는 멋진 작품들과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나눌 좋은 콘텐츠가 있는데 공간이 없어 실행이 어려운 분들은 언제든 도서관으로 연락 바란다. “큰 냄비를 만든다고 맛있는 카레를 끓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곱씹는다. ‘공간’을 채우는 것은 함께 힘을 모아 이루고, 나누려는 마음일 것이다.<정선주·한경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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