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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국가 폭력 사과…이념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제주4‧3 국가 폭력 사과…이념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4.0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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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3일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참석
“70년전 무고한 제주 양민 ‘이념이란 이름으로’ 희생”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이 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임을 재차 인정하며 4‧3을 바라보는 이념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행정안전부 주최, 제주특별자치도 주관으로 3일 제주4․3평화공원 일원에서 4.3 생존희생자, 유족 등 1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추념식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유족 등을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추념식 중계 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추념식 중계 화면 갈무리]

문 대통령인 추념식에서 "4‧3생존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에게 저는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며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픔이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여러분처럼 잊지 않고 함께 아파한 사람이 있어서 오늘 이렇게 모였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진실을 알려온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도민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70년전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며 "이념을 알지 못해도 도둑과 거지, 대문없이 살아오던 양민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됐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인 3만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4‧3으로 인한) 삶과 죽음의 경계가 학살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폭도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생존자들은 숨을 죽여 살았고 고통은 연좌제로 숨통을 죄었다. 4‧3은 제주의 고통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 하는 섬'이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그동안의 민주화 운동을 비롯해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의 '화산도'를 비롯해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 등 4‧3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예술을 거명하며 "예술인의 노력이 4‧3을 과거의 불행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알렸다"고 전했다.

“국가 폭력에 말미암은 고통 대통령으로서 재차 깊이 사과”

“4‧3의 진실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 선언”

“4‧3트라우마 치유-배‧보상 등 입법 사항 국회와 적극 협의”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것임을 알았다"며 "국가 폭력에 말미암은 그 고통을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생존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의 승리가 진실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2000년 김대중 정부가 4‧3명예회복에관한 특별법을 만들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 위령제에 참석해 사과했다. 저는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더 이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며 "국가 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자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유해발굴 사업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하고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위한 정부차원이 조치를 하겠다"며 "국가트라우마 치유와 배‧보상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도민과 국민이 바라는 화해와 통합의 밑받침이 될 것"이라며 "제주는 지금 모든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고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의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제주시 애월읍에 호국영령비와 4‧3위령비를 모은 위령단과 2013년 유족회 및 제주경우회의 조건없는 화해를 예로 들며 "제주도민이 시작한 화해의 손길이 이제 전 국민의 것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여전히 낡은 이념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있다"며 "이제 우리 스스로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진영에 대해서도 "정의롭고 공정한 보수와 정의롭고 공정한 진보가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보수와 진보는 국민을 위한 것일 수 없다"며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없애는데 모두 함께 노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 및 묵념을 하고 있다. [추념식 중계 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이 3일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 및 묵념을 하고 있다. [추념식 중계 화면 갈무리]

문 대통령은 "제주는 지난 70년 동안 평화와 인권을 외쳐왔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의 평화 메시지로 이어질 것"이라며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추념식이 4‧3영령과 생존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 '제주의 봄은 오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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