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동안 미뤄진 4.3 ‘정명(正名) 운동’, “이제부터 시작이다”
70년동안 미뤄진 4.3 ‘정명(正名) 운동’, “이제부터 시작이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3.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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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 노동자‧농민 4000여명 참가
대학살 책임 사과‧진실규명 요구 ‘미국 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 발표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가 31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가 31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렸다. ⓒ 미디어제주
'4.3민중항쟁'이라는 이름이 씌어진 백비가 세워지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민중항쟁'이라는 이름이 씌어진 백비가 세워지고 있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7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했던 제주4.3에 그 역사적 의미에 부합하는 이름을 찾아주기 위한 정명(正名) 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31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 계승 범국민대회에서 4.3을 ‘민중항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4.3평화기념관에 아무런 이름도 새겨지지 않은 채 누워 있는 백비(白碑) 모형에 ‘4.3 민중항쟁’이라는 이름을 짓고 세우는 ‘백비 세우기’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서예가인 오석훈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이 직접 큰 붓으로 백비에 ‘4.3 민중항쟁’ 글씨를 썼다.

4.3 민중항쟁이 여순항쟁과 부마민중항쟁, 광주민중항쟁, 6.10민주항쟁,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촛불항쟁으로 이어져왔음을 상징하는 깃발도 함께 세워졌다. 깃발 하단에는 ‘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가 함께 새겨졌다.

4.3 70주년 기념사업위 양성주 공동집행위원장과 한경례 전여농제주도연합 4.3통일위원장이 미국 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 양성주 공동집행위원장과 한경례 전여농제주도연합 4.3통일위원장이 미국 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전국 노동자, 농민 4000여명은 이날 미국 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4.3학살에 대해 사과하고 진실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개서한에는 4.3 대학살에 대한 실질적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적시됐다. 미군정이 해방직후 한반도 38선 이남에 존재한 실질적인 통치기구였으며, 제주도를 ‘사상이 불순한 빨갱이 섬’으로 매도, 제주 사람드을 탄압했다는 이유에서다.

공개서한에는 실제로 미군정이 1948년 4.3직후 브라운 대령을 미군사령관으로 파견, 제주 현지의 모든 진압작전을 지휘‧통솔했으며 브라운 대령이 당시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 뿐”이라면서 강경 진압책을 지휘했다는 내용이 기술됐다.

미군 보고서에 1948년 11월부터 제주 섬에 대한 초토화작전을 통해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국방경비대 제9연대의 강경진압작전을 ‘성공적인 작전’으로 평가했다는 점도 적시됐다.

또 초토화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정찰기를 동원하고 토벌대의 무기와 장비도 적극 지원했다는 점을 들어 미군정이 4.3 학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이 진정 평화와 인권을 소중하 여기는 국가라면 진정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4.3 학살의 책임에 대해 성실히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공개서한은 오는 4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범국민문화제에 앞서 미 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양윤경 4.3유족회장이 31일 열린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양윤경 4.3유족회장이 31일 열린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윤경 4.3유족회장도 대회사를 통해 4.3특별법 개정과 미국의 책임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나섰다.

양 회장은 “4.3은 당시 도민들이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을 상대로 하나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통일운동이었다”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민을 겨냥한 초토화작전으로 그 많은 국민들을 희생시켰다면 국가가 책임을 지고 배상과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특별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4.3민중항쟁’ 백비를 세워 실은 차량을 선두로 참가자들은 4.3의 도화선이 됐던 3.1절 기념대회가 열렸던 관덕정 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벌인 뒤 정리 집회를 가졌다.

박찬식 4.3범국민위 운영위원장이 관덕정까지 거리행진 후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박찬식 4.3범국민위 운영위원장이 관덕정까지 거리행진 후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박찬식 4.3범국민위 운영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은 전국의 노동자, 농민들과 함께 제주 4.3 당시 죽어간 도민들이 단순히 억울한 희생자이고 피해의 객체가 아니라 사회의 주인이고 역사의 주체이며, 당당한 주권자로서 제대로운 나라, 통일된 나라를 세우려고 했던 주체였다고 선언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명(正名)을 선언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면서 참가자들 모두가 각자 있던 곳으로 돌아가 국민들과 함께 4.3의 진실을 밝히고 4.3의 역사적 의미와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함께 해줄 것을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4월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범국민문화제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4.3이 역사의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촛불혁명의 성지에서 다시 한번 당당하게 항쟁이었음을 선언, 70년 맺힌 한을 풀고 특별법 개정을 통해 그 아픔을 치유하고 미국에 책임을 묻고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한편 이날 새롭게 씌어진 백비(白碑)는 오는 4월 3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에 임시로 세워질 예정이다.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제주시청에서 관덕정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제주시청에서 관덕정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오석훈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이 백비에 '4.3민중항쟁' 글씨를 쓰고 있다. ⓒ 미디어제주
오석훈 전 제주민예총 지회장이 백비에 '4.3민중항쟁' 글씨를 쓰고 있다.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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