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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골라주는 책방, “위드유”를 외치다
책 골라주는 책방, “위드유”를 외치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3.3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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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들의 외침 “위드유”] <4> 북살롱 이마고 김채수 대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 사회를 넘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미투(Me Too)’ 운동을 응원하는 마음이 제주의 동네 책방에 닿았다. 공감의 취지를 넘어 ‘너와 함께 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라는 이름으로.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프로젝트로 뭉친 책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제주동네책방 '북살롱 이마고'는 책방과 카페를 겸하고 있다.

# “책 파는 것보다 사는 게 행복해요” 조금 이상한, 책 골라주는 책방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출판사 ‘이마고’의 명성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 북살롱 이마고는 출판사 이마고의 김채수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동네책방이다.

인문서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90년대부터 김채수 대표는 학술서를 대중적인 인문서로 만드는 일을 해왔다.

“지금이야 서점에 가면 인문 서적 매대가 있죠. 예전에는 없었어요. 2002년 출판사 이마고를 설립했는데, 그때만 해도 인문서 발간을 본격적으로 하는 출판사가 드물었습니다. 교수님들의 언어로 쓰인 딱딱한 학술서를 이해하기 쉽게, 대중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북살롱 이마고는 출판사이자 디자인회사인 (주)이마고가 운영한다.

김 대표는 인문학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기면서도 우려하는 부분을 언급했다.

“인문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재는 긍정적으로 봐요. 하지만 실제로 인문서를 읽는 독자가 많이 늘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흔히 ‘잘 팔리는 책’은 가벼운 에세이 위주가 많고 대중적인 소설이니까요.”

온라인 글쓰기가 보편화되어 누구든지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이에 김 대표는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글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글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며 독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자의 보는 눈이 높아져야 좋은 책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글의 깊이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무조건 어려운 책을 읽으라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깊이 있는 독자가 없어진다면 좋은 책이 나올 수가 없어요.”

김 대표는 좋은 출판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홍대의 나름 잘 나가는 편집장으로 활약하던 그녀가 제주로 이주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었다.

“제 업이었던 ‘출판’이라는 것이 더는 행복하지 않았던 시기예요. 책을 읽을 때 순수한 의미로의 독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원고’를 읽었던 때. 그런 것에서부터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출판사 이마고의 책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서재 공간이 있다.

북살롱 이마고를 개장한 후, 그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좋은 책’을 찾아 주문하는 것에서부터, 주문한 책이 도착해 택배 상자를 개봉하는 일련의 과정이 설렘의 연속이다.

“저는 책을 팔 때보다, 살 때 행복한 사람인가 봐요. 책을 읽을 때, 일로써 보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요.”

작년 8월 오픈했지만, 북살롱 이마고의 책장 한가운데는 아직 텅 비어있다. 허전한 공간은 임시방편으로 현수막을 이용해 가렸다.

“책방을 열었다고 해서 모든 책장을 다 채울 필요는 없어요. 최소한 북살롱 이마고에 비치되는 책이라면 저만큼은 그 책에 대해 알아야 해요. 제 세계관과 부합하는 책이어야 하니까요. 한 권 한 권 선택하다 보니 책을 비치하는 데 시간이 걸리네요.”

북살롱 이마고의 빈 책장은 현수막을 이용해 가렸다.

북살롱 이마고에 비치된 도서를 보면 김 대표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는 “책을 사러 오는 손님들을 보면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자신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북살롱 이마고에는 인문학, 소설, 미술 등 김채수 대표 취향의 다양한 책이 있다.

“읽을 책 한 권을 고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너무나 다양한 책 속에서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동네책방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책이 아니라, 숨은 보석 같은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는 도서 선정의 가이드 같은 역할. 북살롱 이마고가 그런 책방으로 손님에게 다가가길 바라요.”

 

# 이 땅의 모든 차별이 사라지는 날까지 “위드유”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의 목소리가 북살롱 이마고에도 닿았다.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 대표는 “감사하게도 제주동네책방 연합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했다.

북살롱 이마고의 김채수 대표.

“제안을 듣자마자 당연히 동의했어요. ‘위드유’라는 명칭답게, 함께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김 대표는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북살롱 이마고의 페미니즘 추천도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 등장하는 나이지리아의 여성인권 상황을 보며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국의 여성이 받는 차별은 서양에서의 차별과 질적으로 달라요. 유교사상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그것에서 오는 편견이나 차별이 무의식 속에 남아있거든요.”

북살롱 이마고는 페미니즘 추천도서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선정했다.

김 대표는 나름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불리는 한 남성과의 대화를 회상했다.

“’미투’ 운동이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남성분께서 하는 말이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 않느냐,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활동이 늘었고 인정받고 있으니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고 하더군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데 말이죠. ‘미투’의 목소리는 그녀들에겐 엄청난 용기이자 정당한 권리예요. 이것이 어떤 이들에겐 ‘예전보다는 좋아졌다. 그러니 괜찮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여성인권이 신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와 비교했을 때’라는 전제에 한해서다. 일상 속에서 여성이 겪는 성희롱과 차별은 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김 대표는 ‘위드유’의 목소리가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넘어, 이 땅의 모든 차별에 대한 목소리로 퍼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더 폭넓은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이란 여성의 권리를 무한정 보호해야 된다는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페미니스트가 바라는 세상은 모든 면에서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거든요. 남자와 여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노인과 청년 모두가 서로 배려하며 살아갔으면 해요.”

북살롱 이마고에서 건강한 유기농 먹거리와 음료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하루에도 수천 건, 수만 건의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세계다. 이러한 세계 속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크고 작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김 대표는 북살롱 이마고가 아픈 이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저 역시 처음 제주에 왔을 때, 낯선 이방인에 불과했어요. 처음엔 정말 외로웠죠. 힘들면 기댈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이 북살롱 이마고를 찾았으면 해요. 따뜻한 온기와 나눔이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프로젝트가 널리 퍼져 ‘미투’ 운동이 축소되거나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외친 ‘미투’라는 외마디 고함이 잊히는 순간, 그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미투’라고 말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마음이 쓰여요. 모두가 망설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안심하고 나와서 ‘미투’를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인지도 있는 유명인뿐 아니라 가정, 학교, 마을 곳곳에서 숨죽여 우는 이들에게도 ‘위드유’의 응원이 전달되어야 해요. 먼 여정이 될 테지만, 그때까지 저도 외치겠습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위드유!”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북살롱 이마고 이벤트

3월, 페미니즘 도서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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