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4.3은 폭동도 사건도 아니죠. 그 자체를 기억해주세요”
“4.3은 폭동도 사건도 아니죠. 그 자체를 기억해주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3.23 13: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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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배지를 만든 아이들] <1> 대정고 학생들

학급 차원에서 4.3을 제대로 알아보자며 지난해 추진
전국 단위로 알려지면서 “배지 사겠다”며 주문 줄이어
4월 7일 광화문 행사 때 부스 만들어 판매한다는 계획도
​​​​​​​수익금은 유족회에, 디자인 저작권도 유족회에 넘기기로

4.3은 70주년을 맞았다.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4.3을 기억하려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서도 배지를 만들면서 4.3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도 학생들이어서 던 반갑다. 두차례 그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4.3이다. 부르기만 해도 아픈 이름이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제주에 살면서도 모르는 이도 있다. 더더욱 젊은이들에겐 4.3이 멀기만 하다. 학생들은 어떨까. 과연 알고나 있을까. 계기교육을 하곤 한다지만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답사를 한다지만 눈에만 담겨질 뿐이다.

그런 4.3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다. 배지를 만들어 4.3을 알리는 학생들이다. 대정고 3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1년 전이었어요. 대정고는 제주형 자율학교로 학급에서 어떤 활동을 해볼지 특색활동을 논의했죠. 순수하게 학생들이 진행했어요.”

정한나 교사의 말이다. 정한나 교사는 지난해 2학년 2반 담임이었다. 반 아이들과 학급 특색활동을 논의했더니 애들이 생각해 낸 게 4.3이었다고 한다.

4.3 배지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4.3을 홍보하는 대정고 학생들. 왼쪽부터 임호성 학생, 양애수 학생, 정한나 교사, 최승환 학생, 이훈 학생. 미디어제주
4.3 배지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4.3을 홍보하는 대정고 학생들. 왼쪽부터 임호성 학생, 양애수 학생, 정한나 교사, 최승환 학생, 이훈 학생. ⓒ미디어제주

2학년이던 애들은 이젠 3학년이 됐다. 기자를 만난 학생들은 이훈, 최승환, 양애수, 임호성 등 4명이다. 임호성 학생만 빼고는 3학년이 되어서도 같인 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저나 왜 학급 특색활동을 4.3으로 정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현재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임호성 학생의 입을 빌렸다.

“4.3은 제주 역사잖아요. 대정엔 관련 유적지도 많아요. 정말 4.3은 우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거죠. 그런데 4.3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반 아이들이 4.3에 대해 알아보자며 4.3이라는 주제를 정하게 됐답니다.”

딱 1년 전이다. 새 학기에 든 3월 한달간 논의에 논의를 거쳤다. 4.3을 이야기 하긴 할텐데, 어떤 방식으로 4.3을 표출할지에 대한 논의를 지속했다. 그러다 결과가 모아졌다. 배지를 만들어 홍보하자는 의견이었다. 배지로 4.3을 홍보하려면 디자인을 해야 했다. 그 디자인이 이훈이라는 학생에게 넘어왔다. 디자이너(?) 이훈 학생이 지난해를 떠올렸다.

“친구들 의견도 제게 배지 디자인을 해보라는 거였죠. 저 역시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4.3을 잘 알릴까 고민을 했어요. 처음엔 섯알오름 제단에 있는 고무신을 형상화하려 했는데 너무 복잡했어요. 그러다 어머니와 아들에 꽂혔어요. 4.3평화공원에 있는 모녀상을 모티브로 삼았어요.”

4.3평화공원의 모녀상. 1949년 1월 6일 피신 도중 토벌대의 총에 맞아 죽음대을 맞은 변병생씨와 그 딸의 이야기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억울했을까.

대정고 학생들이 기획해 낸 배지는 4.3의 영령들의 기억이 담겼다. 우선은 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게 배포할 계획을 잡았다. 그래서 250개를 만들었다. 2학년 2반 학생들은 배지를 알리러 학교를 돌아다녔다. 3~4명이 한 팀을 꾸려 홍보활동에 나섰다. 나중엔 총동창회도 알게 되고, 학부모들도 알게 됐다. 250개로는 턱없이 모잘랐다. 새로 제작에 들어갔다.

그걸로 끝일 줄 알았다. 주문이 쇄도했다. 육지부에서도 배지를 사겠다는 주문이 왔다. 학교 홈페이지에 주문을 받는 별도의 사이트도 만들어야 했다. 2500개가 팔려나갔다.

수익금은 4.3유족회에 전달했다. 4.3 관련 행사 때도 부스를 만들어 이 배지를 판매할 계획이다. 4월 3일엔 제주도문예회관에서, 4월 7일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물론 4.3유족회에 전달된다. 그걸로 그치지 않고 배지 저작권까지 유족회에 넘기기로 했다.

4.3 배지를 제작하면서 대정고 학생들은 달라졌다. 4.3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고, 이를 통해 대정고를 홍보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해 신입생을 맞는 입학식 때 새내기를 대상으로 배지를 만들었던 과정을 설명했더니 인기폭발이었다. 신입생들로부터 “배지를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4.3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제주도라는 땅을 딛고 사는 이들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4.3이다. 그래서 물었다. 애들에게 4.3이란.

“4.3은 제주 역사의 아픈 기억입니다.”(이훈)

“편지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알려준 것이죠.”(최승환)

“4.3은 4.3입니다. 국가 공권력으로 피해를 입은 게 맞죠. 어떤 사람들은 폭동이라고도 하고 사건이라고도 붙이는데 4.3 그 자체를 기억했으면 합니다.”(임호성)

나름 ‘4.3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4명의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4.3을 얘기한 뒤에 지난해 담임이던 정한나 교사에게도 4.3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며 떼를 쓴다. 정한나 교사는 4.3에 대한 정의보다는 4.3의 가치를 다음처럼 얘기했다.

“우리가 알아야 하고, 지켜야 할 역사이죠. 아직도 4.3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도 있어요. 배지에 대한 관심 뿐아니라 4.3 자체에 대한 관심을 모두다 가져주고,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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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 2018-03-29 17:02:23
네 글을 읽고 보니 6.25도 전쟁이 아니라 민족해방운동이였던 걸 절실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