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다름’으로 풀어낸 날것의 예술 ‘에이블아트(Able Art)’
‘다름’으로 풀어낸 날것의 예술 ‘에이블아트(Able Art)’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3.21 1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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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제주 장애인 미술공모전> 기획자 이은주 대표를 만나다
“치료 활동이 아닌, 예술가의 문화예술활동으로 인식되기 바람”
<제1회 제주 에이블아트, 장애인 미술공모전> 포스터.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예술이 가지는 힘은 위대하다. 직접 예술을 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은 물론, 타인의 작품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피폐한 마음에 싱그러운 꽃이 핀다. 그리고 예술이 위대한 진정한 까닭은 누구에게나 그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에 있다. 남성과 여성, 노인과 어린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누구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표현할 자유가 있는 것이다.

‘에이블아트(Able art)’는 일본에서 처음 쓰기 시작해, 현재 ‘장애인 예술활동’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장애인도 예술활동을 할 수 있으며,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을 내포하는 용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 에이블아트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고 있다.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도 에이블아트를 만날 수 있다. 이마고미술치료연구소 이은주 대표와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는 <’다름’의 열정으로 피어나는, 예술의 섬 제주>란 이름으로 열리는 장애인 미술공모전을 개최한다. 제주에서의 장애인 미술공모전은 올해가 처음이다. 공모전 실현을 위해 오래전부터 기획했다는 이은주 대표를 만나 소감을 들었다.

 

# 무첨가, 무가공의 긍정 에너지 ‘에이블아트’

“에이블아트를 프랑스에서는 ‘아르 브뤼(Art brut)’라고 불러요. ‘날것의 미술’이라는 뜻이죠. 제도권의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성을 지닐 수 있고, 무의식의 세계를 예술로 표출했기 때문에 비장애인의 작품보다 더 솔직할 수 있습니다.”

이마고미술치료연구소 이은주 대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내면세계를 드러낸다는 것은 큰 용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싶어 하고, 상처를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가진 태초의 순수, 가공되지 않은 날것이 가진 생기. 이것이 에이블아트에 있어요.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편견을 버리고 에이블아트를 접한다면,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은주 대표는 “발달, 재가 장애인의 예술 활동이 치료 차원이 아니라 문화예술활동의 영역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작년 7월, 갤러리카페 '다리'에서의 전시를 회상했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와 함께 ‘에이블아트’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전시였어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하는 것은 우리에겐 일상처럼 너무나 쉬운 일인데, 그들에겐 그렇지 않아요. 집과 쉼터를 벗어난 공간, 비장애인과 공유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어떤 성역을 넘나드는 것만큼이나 커다란 일이었을 거예요.”

이 대표는 “갤러리카페에서의 전시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지속해서 예술활동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의 소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서귀포시장애인복지관 등 제주도내 다양한 단체에서 에이블아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주도 차원에서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케치북, 물감 등 재료 구입비에 대한 부담으로 작품활동을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이 대표는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한 제주도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지적하며, 그중에서도 서귀포시의 실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제주시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준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해주시는 많은 분이 있고, 현실 개선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 대표는 서귀포시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2016년 서귀포 아르브뤼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전시회에 찾아오신 어머님들께서 가장 많이 하셨던 말씀이 ‘우리 아이도 장애가 있는데, 이러한 문화예술 지원을 받고 싶다. 전시 참가도 할 수 있느냐’ 였어요. 생각보다 제주도내에 많은 분들이 에이블아트에 관심이 있고, 교육에 참가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될 수 있도록 이 대표는 이들의 멘토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측에서 먼저 제안했어요. 센터에서 진행하는 1년여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이들의 예술활동이 이어지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요. 이들이 한 사람의 어엿한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와야죠.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멘토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는 장애인도 한 사람의 예술가로 인정받는 세상, 편견 없이 그들의 작품과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이번 장애인 미술공모전이 ‘에이블아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창구, 장애인 미술공모전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당선작과 입상작은 5월 15일부터 제주돌문화공원 내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전시할 예정이니 방문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제1회 제주 에이블아트, 장애인 미술공모전>에 접수된 작품은 전문 심사위원단의 이미지 심사를 거쳐 4월 20일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다음카페 게시판에 발표 후, 입상자에게 개별 통보될 예정이다.

 

<제1회 제주 에이블아트, 장애인 미술공모전>

참가 자격: 만 18세 이상 장애인

공모 부분: △순수미술(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아크릴화 등) △도예 △공예

자유주제, 1인당 부분별 2점 이내, 사이즈 제한 없음

접수 방법: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방문 접수, 방문이 어려운 경우 전화(064.751.8095)로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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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 내용이네요 2018-03-21 19:03:36
아주 좋은 기사입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일이기도 합니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