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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성초 통학버스 문제가 해결됐다고요?
[기고] 보성초 통학버스 문제가 해결됐다고요?
  • 미디어제주
  • 승인 2018.03.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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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보성초 통학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보성초등학교와 영어교육도시간 통학버스 운행을 위해 교육당국과 날을 세웠던 지난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누구도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시선은 있었고, 겨울 바람은 더 시리고 매서웠다. 이석문 교육감의 초기선거공약에 있던 통학 문제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고 교육감 면담은 요청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교육감은 우리 학부모에게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그 직원이 또 다른 교육감”이라는 희대의 만담을 남겼다. 그리고 교육감을 대신하여 간담회에 나온 교육청 직원은 우리를 절망하게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영어교육도시와 보성초등학교를 운행하는 통학버스가 배정되었지만 통학버스에 적합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으며 수용인원이 이 용인원수에 비해 부족하다.

강성균 위원장 : 학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가지고 교육청이 관리하든 학교가 관리하든 하는 버스로 아이들이 통학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이걸 요구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하신 거죠?

양봉열 행정국장 : 예, 그래서 올해는 그대로 JDC 지원받는 데서 하고….

강성균 위원장 : 내년부터는 통학버스를 지원해서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이 말씀이시잖아요?

양봉열 행정국장 : 예

[2월 12일 교육위원회 회의록 발췌]

이 장면을 지켜보며 영어교육도시에 거주하는 보성초 학부모들은 환호했다. 더 길고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매섭게 추궁하는 교육의원의 질의에도 불구하고 도청과 JDC에 떠넘기는 교육청의 입장에 고구마 열 개를 물없이 넘기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던 차였다. 등교거부라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던 우리는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의 “예”라는 그 화면을 여러 번 돌려 보며 감격했다.

그러나 우리 학부모들이 3월 12일에 JDC측에서 계약하고 배정된 흰색 34인승 버스를 처음 봤을 때 느낀 당혹과 배신감은 무엇에 비유해야 할지 모르겠다.

청원이 교육청으로 이송되고, 관계기관간 서로 협조를 요청하고, 예산을 배정받아 계약 공고 후 세부사항을 위임하는 이 모든 과정이, 교육위원회 이후 새 학기 개학 이전 2주 사이에 이루어졌다. 늘어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하여 학교 증축을 하고 있다면 통학버스 또한 늘어난 승차 인원을 감안하여 배정되어야 한다.

보성초 통학버스 차량. 정원에 맞지 않는 소형이어서 여전히 학생들 통학에 불편을 주고 있다.
보성초 통학버스 차량. 정원에 맞지 않는 소형이어서 여전히 학생들 통학에 불편을 주고 있다.

㈜제인스의 담당자는 2017년도 기준금액에 맞춰서 차량을 찾다 보니 34인승 차량을 계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마저도 흰색 고속버스에 창문 옆에 붙어서도 누가 탔는지 보이지 않는 선팅과 블랙박스와 경광등도 없다. 이 차량이 계약되는 것을 교육당국에 협의가 되었느냐고 물으니 교육 당국에서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70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현재 운행하고 있는 일반고속버스 35인승의 임대료는 일일 23만원이며, 학생통학용으로 제작된 45인승의 버스는 일 임대료 27~28만원선이다. 관계당국들이 정녕 5만원을 절약하기 위해 아이들 통학용 차량을 아래와 같은 차량으로 계약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또한 기사와 동승자를 제외한 32인이 탈 수 있는 차량이다 보니 아이들을 모두 태우기 위해 1 시간에 영어교육도시와 보성초등학교를 3회 왕복하고 있다. 8시부터 9시까지 왕복 11km를 3회 운행하는 배차시간표는 단순 이동 거리와 정차시간만을 평이하게 오가는 것을 고려했을 뿐, 신호 대기 시간과 과속 방지턱에서의 감속, 승하차와 착석 후 안전벨트 체결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각 정차지점별로 초과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운전기사님의 마음은 바빠지고, 아이들은 수업시작 시간인 9시를 훨씬 넘겨 학교에 도착하고 있다. 또한 등하굣길 모두 34인승 버스에 자리가 꽉 차기 때문에 다시 내려야 하는 학생이 있다. 이 해결책이 유치원생은 등교버스에서, 고학년은 하교버스에서 내리거나, 1회차 오전 8시에 탑승하여 선생님도 출근하시기 전에 공사중인 학교에 도착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인가.

45인승 통학버스에 적합한 요건을 갖춘 버스로 변경 계약할 것을 교육당국에 건의하였지만 며칠째 연락조차 닿질 않는 실정이다. 이런 모든 문제를 관계 당국들은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하였더라도) 졸속 처리했으며, 사후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조차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다.

예산 문제로 2018년은 JDC에서 지원하기로 했다면,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교육당국에서 져야할 것이다. 교육청은 이에 따른 제반 업무를 보성초등학교에 전권 위임함으로써 증축공사로 인하여 가뜩이나 가중되어 있는 교사와 학교의 업무를 가중시켰다. 보성초등학교 영어교육 도시 거주 학생과 학부모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환경에서 통학해야 하는 것인가?

허창옥 의원에 따르면 도교육청의 ‘중장기계획’은 JDC의 자회사인 제인스에서 버스를 증차하여 통학버스 신고 후에 항구적으로 보성초-영어교육도시간 통학버스로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나 JDC는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위원회에서 행정국장이 제시한 올해는 JDC에서, 내년부터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통학버스를 운행하도록 한다는 해결책과는 판이하게 다른 방향이다. 이는 도내 전체 초등학교의 통학환경 등을 전수조사하여 점차적으로 통학버스를 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성초만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그마저도 JDC측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2월 28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이제야 교육정책의 싹이 트였으니 꽃을 피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도민들의 말씀을 다각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다”라며 교육감 선거 재선출마의지를 표현했다. 모든 초등학교에 통학버스가 배치되어야 한다는 경쟁후보의 의견에 현직 교육감의 의견을 묻는 기자 질의에 대해 “보성초등학교 통학 문제는 해결되고 있는 중이다.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고 대답하였다.

3월 16일 교육위원회에서도 행정국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교육당국은 과연 어떤 부분을 최선의 해결이라 보고 있으며, 영어교육도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의 통학 문제의 싹은 누가 돌보고 있는가 궁금하다. 선거에서 경쟁할 후보의 공약이 예산상으로 수용 가능한 지에 대하여, 예산을 다뤄본 현직 교육감으로서 정당하게 토론을 펼치는 것이 왜 적절하지 않은 지 의문이다.

교육청에 3번 찾아가 면담요청을 하였을 때 볼 수 없었던 교육감을 우리는 새별오름 들불축제 귀빈소개 차례에서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다. 새별오름에 활활 타오르는 들불을 보며 모두 한 마음으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제주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기를 빈다. 지금의 이 혼란과 어려움들이 제주 교육이 발전하는 성장통이 되도록 교육당국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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