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잔치 해신제, 제주도 큰잔치 됐어요!”
“마을잔치 해신제, 제주도 큰잔치 됐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3.18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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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화북포구 해신사에서 열린 해신제
70여 년 만에 홀기 복원, 봉행위원회 구성
17일 화북포구 해신사에서 진행된 해신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포구 앞바다에 오가는 배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안가에 세워진 ‘해신사’. 제주도 기념물 22호로 제주에서는 화북이 유일하다.

해신사는 순조20년(1820년) 제주목사 한상묵에 의해 지어졌다. 수많은 제주의 포구 중 화북에 지어진 이유는 화북포구가 조선시대 대표적 해상관문이었고, 제주로 귀향 오는 이들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안전을 바라는 해신제를 지내는 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동안 마을잔치였던 해신제가 올해부터 제주도의 큰잔치로 변모했다. 제주도는 해신제 지원을 위해 작년 관련 조례를 공포했는데, 이에 따라 해신제 봉행위원회도 만들어졌다.

덕분에 일제강점기와 4.3등을 거치며 사라졌던 홀기(제례의 순서를 적은 기록)도 복원됐다. 옛것 그대로를 간직한 해신제를 70여 년 만에 되찾은 것이다.

원래 매년 음력 1월 5일 마을 단위로 치러지는 해신제는 봉행위원회 구성 등의 문제로 올해 조금 미뤄져 지난 17일(음력 2월 1일) 봉행됐다.

7년 전부터 홀기 복원에 힘썼다는 김두석 봉행위원장은 복원 과정을 떠올리며 “그야말로 동분서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복원에 근거가 없으니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료를 모았다. 사라져가는 제주의 옛 전통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70년 전의 해신제를 다시 볼 수 있어 기쁘고 뿌듯하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해신제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해신제가 격상되며 제관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마을에 소속된 주민 중 선출했는데, 올해부터는 마을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주도민이라면 제관을 맡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초헌관으로는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 아헌관에는 김희현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 종헌관에는 홍표민 화북동 어촌계장이 선출되어 제를 올렸다.

해신제를 보려 온 인파들.

화북마을의 김정신 노인회장은 “지금 지어진 해신사는 잘못 지어졌다”며 해신사의 위치를 지적했다.

김정신 노인회장은 “마을에 건물이 들어서고, 원래 있던 장소가 좁아지면서 1975년 이곳으로 해신사를 옮겼다. 2001년 해신사 경내를 넓히면서 대문을 북쪽으로 내어 세우는 공사를 했는데, 이것이 잘못됐다. 바다가 북쪽에 있는 화북포구에 해신사를 지으려면 북향을 내어야 한다. 지금은 문이 북쪽에 있어, 남쪽을 바라보며 제를 지내는 구조다.”라며 해신사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화북포구는 ‘테우’라고 불리는 나무로 만든 제주 전통 나무배들의 근거지였다. 현재 제주의 대표 항구인 제주항의 역할을 도맡았던 자연포구로, 제주에서 가장 활발하고 좋은 포구였다. 제주항은 일제시대 때 화북포구를 근거로 해서 개발한 곳이다. 제주도내 항구의 원조 격인 화북포구가 가진 가치를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사라져가는 화북마을의 전통과 역사에 아쉬움을 표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제주도 유배시절, 제주까지 찾아온 제자 역관 이상적의 의리에 보답하며 그린 그림이다. 오랜 유배로 지위와 권력을 잃은 스승이지만 제자는 자신을 저버리지 않고 찾아왔고, 제자의 무궁한 앞날을 기원하며 화려한 기교 없이 진심을 담아 그려낸 것이다.

해신제는 이와 닮았다. 화려한 멋은 없어도 마을의 무탈을 기원하고, 바다가 주는 풍요에 감사하는 소탈한 제주의 전통이다. 제가 끝난 후, 함께 나누는 떡국 한 그릇에도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마을잔치에서 제주의 큰잔치가 된 해신제. 역사와 전통 계승이 지닌 가치를 기억하며, 언젠가는 제주를 대표하는 큰 축제로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해신제 봉행위원회 축문을 맡은 대축이 축을 읽고 있다.
제관이 잔을 올리고 있다.
고시래를 하러 제관들이 알자를 따라 화북포구로 향하고 있다.
화북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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