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자전거로 제주 4.3 한 바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자전거로 제주 4.3 한 바퀴, 지금 만나러 갑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3.16 18: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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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라이딩 런앤라이드 자전거 동호회, 4.3 추모라이딩
두 바퀴로 만나는 또 하나의 제주, 15일부터 3박 일정
4.3 추모라이딩 <온통 4.3>에 참가한 런앤라이드 회원 15인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활짝 만개하며 선혈의 숭고함을 빛내던 동백꽃은 ‘툭’, 하고 떨어진다.

팔랑, 꽃잎이 먼저 떨어지는 다른 꽃과는 다르게 동백은 온전한 꽃망울 하나를 땅에 떨군다. 저항의 기회조차 없었기에 힘없이 스러져갔던 4.3의 비극. 죄없이 고개를 떨구어야 했던 그때의 사람들과 참 닮았다.

그렇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여기, 4.3을 기억하며 제주 한 바퀴를 순례하는 이들이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동호회 ‘착한라이딩 런앤라이드’ 회원들이 4.3을 추모하기 위해 뭉쳤다. <온통 4.3>이라는 이번 라이딩의 주제답게 라이딩 코스는 온통 4.3 관련 유적지다.

<온통 4.3>에 참가하는 15인의 회원들은 15일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집합, 다음날 오전 6시가 되어서야 제주항에 도착했다. 약 5시간 반 가량의 고된 여정 끝에 도착했건만, 제주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온도 전날보다 뚝 떨어진 상태. 하지만 궂은 날씨는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관덕정에서 도두봉학살터로 이동해 잠시 숨을 고르던 이들을 만났다. 마침 런앤라이드의 황의원 기획담당자의 설명이 진행되고 있던 참이다.

도두봉학살터, 이곳에서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런앤라이드 회원들

“이곳(도두봉학살터)에도 비극이 서려 있습니다. 속칭 ‘비학동산 참살사건’이라 불리는 엄청난 참극이지요. 죄 없는 주민들이 잔인하게 죽임당했고, 잠시 내려와 살던 다른 마을 주민들까지 변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많이 조명되지 않은 곳이라 정보가 많이 없어요. 인터넷에 검색해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듭니다. 4.3 관련 역사적 장소에 대한 정보가 더 활성화되어 많은 이들이 함께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4.3을 추모하는 <온통 4.3> 라이딩 포스터

이어 황의원 기획담당자는 이번 라이딩의 취지를 설명했다.

“런앤라이드는 ‘착한라이딩’이라는 이름답게 평소 역사적 장소나 의미 있는 유적지 탐방 라이딩을 자주 기획합니다. 올해가 제주 4.3 70주년임을 기억하며, 우리나라의 해방 이후 일어난 거대한 비극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눈 감고 모른척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 치유되지 않은 제주의 아픔에 한 발짝 더 들어가 함께 손잡고 눈물을 나눴으면 합니다.”

대전에서 온 이남하 씨는 4.3 추모라이딩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참가신청을 했다.

“2003년 10월 30일, 노무현 대통령이 4.3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4.3을 단순 사건이 아니라, 국가 권력에 의해 국민이 희생당했던 역사적 비극으로 재조명한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저도 이때 처음으로 4.3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4.3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나 많습니다. 이번 계기로 보다 많은 이들이 4.3에 대해 알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으로 피해를 겪었거나, 직∙간접적으로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느냐 묻자 이남하 씨는 목이 메인 듯 잠시 말을 골랐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라는 한마디로 입을 뗀 그는 “4.3 때의 아픔을 다시 들추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가려졌던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억울함을 풀고, 이것이 조금이나마 당신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4.3을 기억하며, 궂은 빗속에서도 묵묵히 앞으로 전진한다.

런앤라이드의 4.3 70주년 추모 라이딩은 오는 18일 오후 4시까지 계속된다.

두 바퀴로 4.3을 기리며 제주 한 바퀴를 도는 이들이 있기에 제주 곳곳에 숨은 4.3의 선혈, 떨어진 동백꽃에도 따뜻한 위안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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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유족 2018-03-16 22:46:48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