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6:50 (수)
“4.3 정신 계승의 목소리, 관덕정 광장에 퍼지다”
“4.3 정신 계승의 목소리, 관덕정 광장에 퍼지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3.10 2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70주년 정신 계승하는 <3.10 도민총파업 기념대회>
4.3 특별법 개정, 집단해고 철회, 제2공항 중단 등 외쳐
'3.10 도민총파업 기념대회'가 열린 관덕정 앞 광장. ⓒ 미디어제주
'3.10 도민총파업 기념대회'가 열린 관덕정 앞 광장.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947년 3월 1일에 일어난 경찰의 발포사건에 항거, 10일 유례없는 민관 총파업이 제주에서 일어났다. 이를 기점으로 시작된 4.3의 비극은 무려 7년여 기간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70년 후인 지난해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3월 10일’은 민주사회에 대한 염원이자 투쟁을 상징하는 날이 됐다.

하지만 새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여전히 부당해고가 이뤄지고 있고, 주민 의견을 무시한 제2공항과 영리병원 건설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제주의 현실을 규탄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10일 열린 ‘3.10 도민총파업 기념대회’에서 울려 퍼졌다.

제주시 관덕정 앞 광장에서 진행된 대회는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김영민 전교조 제주지부장, 김충희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 등 3명의 공동발언으로 시작됐다.

발언하는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 미디어제주
발언하는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 미디어제주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기업은 너무나 쉽게 직원을 해고하고, 투기자들은 돈을 좇아 제주 자연을 갉아먹고 있다. 제주도에 만연한 적폐를 없애고 제주의 노동자, 농민, 도민이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하자”고 말했다.

발언하는 김영민 전교조 제부지부장. ⓒ 미디어제주
발언하는 김영민 전교조 제부지부장. ⓒ 미디어제주

 김영민 전교조 제부지부장도 자신을 ‘평범한 교사’라고 소개하며 “정권이 바뀌었지만, 전임요구 교사에게 돌아온 것은 처벌과 불이익뿐이었다”고 토로하며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이번 개헌안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김충희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 ⓒ 미디어제주
발언하는 김충희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 ⓒ 미디어제주

 김충희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은 “2004년 11월 25일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이후 2000여 명이 정직 또는 파면됐다. 그리고 그 중 136명은 아직 복직하지 못한 상태다. 3.10 제주도민 총파업 정신을 이어받아 모두의 복직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공동발언이 끝나자 “4.3 투쟁”, “4.3 항쟁정신 계승하라”, “법외노조 철회하라”는 구호 삼창이 있었다. 유난히 푸르렀던 관덕정 하늘아래, 대회 참석자 모두의 바람이 담긴 삼창 후, 발언은 계속되었다.

발언하는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미디어제주
발언하는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 미디어제주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3.1운동 이후 이승만, 미국 정부의 탄압 때문에 제주도민은 아픔을 겪었다. 왜, 제주도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나”라며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4.3 70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4.3 추념식은 형식적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족과 도민을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다. 4.3 특별법 개정으로 70년 동안 쌓인 도민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발언하는 김동훈 한라국립공원후생복지회 분회장. ⓒ 미디어제주
발언하는 김동훈 한라국립공원후생복지회 분회장. ⓒ 미디어제주

 김동훈 한라국립공원후생복지회 분회장은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했다. 그런데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10명이 해고당했다. 해고 통지를 받았던 그날은 유독 폭설이 내렸다. 동료들은 그 날을 지금도 기억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해고된 지 두 달이 되었는데,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 고용보험 말소 신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복직하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발언하는 문상빈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 미디어제주
발언하는 문상빈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 미디어제주

문상빈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회 대표는 “정부는 제2공항 건설 타당성에 대해 재검토하자는 주민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에 다 함께 목소리를 내자”며 “제주도가 도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언 사이마다 공연도 있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노래모임 ‘모다정’의 춤과 노래, 민주노총 제주본부 몸짓패 ‘혼디어우러정’의 춤, 민중가수 최도은의 노래 공연은 4.3 정신을 다시한 번 되새기며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민중가수 최도은의 공연 후, ‘앙코르’를 외치는 소리가 잦아들지 않아 즉석에서 무반주 공연이 추가되기도 했다.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마무리된 대회는 풍물단 ‘하나아트’의 신명나는 대동놀이로 ‘화합과 축제의 장’을 완성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함’을 뜻하는 대동놀이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포용하는 ‘한(恨)’의 소리였다. 관덕정 광장에 울려퍼진 4.3 정신 계승의 목소리가 71년 전 바로 그 날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다.

부대행사로 제주4.3의 미국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 미디어제주
부대행사로 제주4.3의 미국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 미디어제주

 

행사에 참석한 제주도민, 노동단체, 정당 등이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행사에 참석한 제주도민, 노동단체, 정당 등이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행사 참가자들이 신명나는 공연을 함께 즐기는 모습. ⓒ 미디어제주
행사 참가자들이 신명나는 공연을 함께 즐기는 모습. ⓒ 미디어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