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4:17 (목)
“당신의 용기에 ‘동경’의 박수를”
“당신의 용기에 ‘동경’의 박수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3.0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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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들의 외침 “위드유”] <1> 동경책방 김효진 대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 사회를 넘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미투(Me Too)’ 운동을 응원하는 마음이 제주의 동네책방에 닿았다. 공감의 취지를 넘어 ‘너와 함께 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라는 이름으로.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프로젝트로 뭉친 8개 책방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 동경에서부터 탄생한 “동경책방”

제주에는 대형 서점이 없다. 대신 동네책방이 있다.

소박한 제주마을 곳곳에 위치한 동네책방은 제마다 특색을 가졌다. 도시적인 분위기의 화려한 책방이 있는가 하면,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정겨운 작은 책방도 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제주도 동네책방 중 8개의 책방이 하나로 뭉쳤다. 어떤 사연일까?

“제주가 좋아서 제주에 왔어요. 유수암에서 카페를 하던 중, ‘동네책방’이 유행을 타면서 책방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책이 좋아서’라는 식의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조금 민망하네요.”

 

두 부부가 운영하는 "동경책방"
두 부부가 운영하는 "동경책방"

동경책방은 탄생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새내기 책방으로 카페도 함께하는 ‘북카페’다. 한적한 동네, 그리 눈에 띄지 않는 2층 자리에 위치했지만 벌써 단골도 생겼다. 애월 옥빛 바다가 가까운 예쁜 마을이라 오가며 들르는 관광객도 꽤 된다.

“일본 오사카에 제가 좋아하는 카페가 하나 있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동네 카페인데, 커피는 물론, 토스트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거든요. 음식을 대하는 손길 하나하나가 정말 섬세해요. 그야말로 ‘정성’을 다한다는 마음이 듬뿍 들죠. 한국에 와서도 아른아른 계속 생각이 날 정도였어요. 그래서 책방 이름도 ‘동경’이에요.”

 

"동경책방' 입구

‘동경’이라는 이름답게 동경책방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하늘을 향한 동경’이 느껴진다. 구름 위로 걸어 올라가는 듯한 계단을 오르면 하늘이 아닌, 초록 잔디가 펼쳐진다. 소박한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반전의 연속이다. 탁 트신 실내 한쪽에 자리 잡은 책장들 옆으로 놓인 ‘동경책방’ 네온 로고가 눈에 띈다.

 

동경책방 내부

“이름은 ‘동경’이지만 ‘제주다움’이 담긴 책방이 되기를 바랐어요. 가게 곳곳의 소품을 보면 아실 수 있을 거예요.”

 

# 우연히 만난 인연 같은 책 <82년생 김지영>

동경 오사카의 카페에서 받은 좋은 기운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동경책방’을 운영하고자 한다는 김 대표. 그의 취미는 ‘도서 수집’이다.

“책 중에서도 베스트셀러 도서를 좋아해요.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부터 10위를 늘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구입하곤 하죠.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책에는 과연 어떤 매력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프로젝트를 통해 추천하는 동경책방의 추천도서 역시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다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이 인연이 되어 <위드유X제주동네책방>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이에요. 제목부터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지 않나요? 처음엔 저도 단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전부 읽고 나서 저의 무지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공포가 될 수 있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분명 존재하는구나!’ 하고 말이죠.”

"동경책방" 김효진 대표가 추천하는 페미니즘 도서 '82년생 김지영'
"동경책방" 김효진 대표가 추천하는 페미니즘 도서 '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 누군가에게는 목소리 높여 응원하고픈 개념이겠지만, 다른 이에겐 아픔을 상기시키는 슬픈 용어일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픔을 피하려는 습성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진작 관심 갖지 않았음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은 한없이 어두워요. 가슴 아픈 내용이 많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도 끝까지 정독했습니다. 우린 알아야 해요. 그녀들에게 우리 사회가 위안을 줄 수 없었던 까닭은 아픔을 외면했기 때문이니까요.

상처는 방치하면 곪는다. 곪기 전에 소독하고, 약을 발라 치료해야 한다. 김 대표는 피해 여성들의 아픔에 대한 치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성차별은 멀리 있지 않아요. 뉴스에서 크게 다뤄지는 성추행, 성폭행 사건들 외에도 말하지 못해 홀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위드유(With You)라고.”

동경책방 내부

제주의 다채로운 사계처럼 <위드유X제주동네책방>으로 뜻을 함께한 8개 책방 역시 고유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만큼은 모두의 공통된 특징일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타인의 상처를 보듬은 ‘위드유’ 정신을 ‘동경’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한 이들의 프로젝트는 ‘모든 사람은 소중하며,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인간애로 귀결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권력의 횡포에 대한 목소리,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하는 이들의 관심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위드유X제주동네책방>

동경책방 이벤트

3월 동안 페미니즘 도서 구입 시,

음료 1천 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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